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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 하나에 수놓은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만화책으로, 그동안 집에서 편하게 받아왔던 택배 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관여하고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하는 내용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만화가 지망생 '바다'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시작한 택배 회사의 짐을 내리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보통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짐을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을 가대기라고 하는데, 이를 거세게 발음한 '까대기'는 택배 회사에서 택배 물품을 운반차에 싣거나 내리는 작업을 일컫는다고 한다.
최근 통신판매나 인터넷을 통해서 상품을 주문하는 것이 보편화되었기에, 택배 물량의 증가로 '까대기'만을 하는 사람을 임시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부 회사에서는 택배 물품의 상하차 작업을 택배 기사들에게 전가해서, 과로로 인해 사망자가 생기기도 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택배 기사들은 실질적으로는 택배 회사에 종속되어 있지만, 명목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택배 회사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즉 택배 기사들은 배달하는 상품의 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회사가 배달 물건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갑질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택배 노동자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저 자신이 주문한 물건을 편하게 집에서 택배 물건을 받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물건이 도달하게 되는지를 상세하게 소개하는 내용이다. 저자 역시 과거에는 택배 물건이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짜증을 냈지만, '까대기 알바를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택배 노동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당시 상황을 토대로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하겠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실제의 삶이 반영되어 있기에, 작품의 내용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이해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플랫폼 사업이 지닌 문제들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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