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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의학서인 <동의보감>과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를 나란히 놓고, ‘두 개의 고전을 교차하면서 삶과 문명의 지도를 다시 그려 보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가 담긴 기획의 결과물이다. <동의보감>과 관련한 다양한 소개서들을 접한 적이 있지만, 나로서는 한 번도 제대로 정독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 역시 마찬가지로 낯설게 느껴지는 대상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이 두 책을 선정한 이유를 <동의보감>이 ‘몸에서 자연으로 이어지는 경로’이며, <숫타니파나>는 ‘마음에서 우주로 연결되는 행로’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루고 있는 두 권의 고전들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이들이 우리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동의보감>이 의사 허준이 일생을 걸고 만들어낸 ‘노년의 로고스’에 비유되고, <숫타니파타>는 불교 초기 경전으로서 세상의 이치를 막 깨친 붓다의 ‘청년의 파토스’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두 권의 고전을 대상으로 저자가 진행했던 10번의 강의를 정리해서 엮은 결과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전평론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저자가 느낀 두 권의 고전의 의미를 파악하여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서양의학과 달리 동양의학은 병의 증세를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우리 몸의 전반적인 상태와 일상의 습관까지를 고려하여 진단하고 대처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은 이미 <동의보감>에 대해서 저자가 소개한 몇 권의 저서를 통해서 밝힌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동의보감>이 ‘몸에서 자연으로’ 이어주는 경로를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궁극적으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에서 ‘청년 붓다’의 목소리가 담긴 <숫타니파타>는 ‘마음에서 우주로’ 연결되는 행로를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저자가 두 권의 고전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요체는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정신수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고전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세 괴물이 각각 탐욕(손오공)과 욕심(사오정) 그리고 어리석음(사오정)을 상징하듯이, 삼장법사로 상징되는 불교의 수행은 이러한 욕망을 제대로 다스리는데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길에 비유될 수 있다고 이해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탐구하여 욕구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설의 제목으로도 알려졌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격언이 담긴 경전이 바로 <숫타니파타>이며, 그 앞뒤의 문맥까지를 고려하여 의미를 파악해야 함을 안내하고 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무소의 뿔의 경) 문장의 맥락에서 본다면 이 구절은 ‘혼자서’가 아닌, 소리에 놀라지 않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의연함'과 '자유로움'에 방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살아가면서 닥치는 일에 의연할 수 있으며, 또한 어떤 욕망에도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은 수양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동의보감> 역시 단순히 몸에 나타나는 증상만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을 포함하여 우리의 삶 자체를 관조할 수 잇는 지헤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어쩌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또한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각자 실천할 수 잇는 것들을 하나씩 바꾸어나가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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