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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환 신부의 철학과 음악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책으로, 성직자인 저자의 음악과 그와 연관된 생활 철학들을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오랫동안 음악을 좋아하고 다양한 문학작품이나 책을 읽으면서도 그 내용을 음악과 연결시켜 사고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평화방송(cpbc)에서 매주 월요일에 '최대환 신부의 음악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아마도 이 책의 내용 역시 저자의 방송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었던 소재가 다뤄졌을 것이다.
금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지속되는 시기, 저자는 음악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위로를 전달하고자 했던 모양이다. 책의 표지에는 '혼돈의 시대, 사색이 음악을 만나 삶을 어루만지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음악을 다룬 내용이니만큼 서문과 각 항목의 제목도 역시 음악 용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목차를 보면, 서문에 해당하는 '들어가며 ?C# minor처럼'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책의 제목에 'C#'이라는 기호를 단 이유를 일컬어, ‘네 개의 반음 올림표를 가진 C# minor의 화음은 조용하면서도 신비스럽고, 마음을 울리면서도 어루만져’ 주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저술하면서 독자들에게 건네고자 했던 마음이 그 제목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여겨진다.
이어지는 1악장과 2악장에서, 저자는 서양의 고전음악들을 위주로 다양한 인물들과 연결시켜 논하고 있다. 그 글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힘은 역시 저자의 철학적 사유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1악장 Commodo -혼돈의 시대 위로를 건네며'에는 모두 8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Commodo’도 역시 음악 용어로, 편하게 또는 알맞은 빠르기로 연주하라는 의미이다. 개인적으로 서양 고전음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의 특징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릴케와 카뮈를 비롯한 작가들의 작품이나, 그것을 통해 저자가 안내하는 사유에 대해서는 공감되는 바가 적지 않았다.
독일의 시인 릴케의 작품을 통해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나 슈베르트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연결시켜 논하고 있다. 아울러 카뮈의 <페스트>를 소재로 하여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책에는 당연히 그 음악들이 생략되어 있지만, 그 내용을 들으면서 음악을 함께 듣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책의 내용으로 보아, 방송 대본을 보다 정리하여 책으로 엮어냈을 것이라 짐작된다.누군가는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혼돈의 시대'에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계속해서 '2악장 Cantabile -계속되는 삶을 노래하며'라는 제목으로, ‘Cantabile’라는 단어 역시 ‘느리게, 천천히 노래하듯이’라는 의미를 지닌 음악 용어이다. 2악장 역시 모두 8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양 고전음악만이 아닌 재즈와 포크 음악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레너드 코언의 노래들을 좋아하는데, 그의 백 보컬로 활동하다가 헌정음악에 참여한 제니퍼 원스의 음반을 소개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조만간 저자가 소개한 제니퍼 원스의 음반을 구해서 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양 고전음악에 대해서 익숙지 않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과 음반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책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나가며 -코다Coda, 진솔한 고백'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Coda’라는 단어 역시 음악 용어로, ‘곡의 어떤 부분을 마지막에서 다시 되짚어 연주하라고 지시하는 악상 기호’라고 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Coda>라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는데, 아마도 앞에서 소개했던 저자의 음악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되짚어보기를 기대하는 것이라 이해되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선물로 받았던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서양 고전음악을 접하고, 그 이후 고전음악에 탐닉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하여 성직자의 길로 접어든 이후에도 음악을 좋아하고, 방송을 통해서 자신의 음악철학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다시 이 책을 손에 잡고 읽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도 저자가 안내하는 음악을 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철학과 문학을 서양의 고전음악과 연결시켜 논하고 있는 저자의 관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카톨릭 신부인 저자의 신학적 관점이 중심을 이루고, 이에 기반한 다양한 생각들이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설명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마냥 어렵게만 생각했던 클래식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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