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KKxTC_Zhrg
안녕하세요. 가입하고 첫 게시글 남깁니다.
요즘 즐겨 보는 두 편의 미드가 있는데, 그 중에 한 편입니다.
FX채널에서 제작했고, 코엔형제가 프로듀서로 참여해서, 영화 못지 않은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전혀 기대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완전 푹- 빠져서 보고 있습니다.
<시즌 1>의 주요 무대는 미네소나주의 베미지라는 소도시(인구 15,000명/면적은 서초구 정도)입니다.
주인공은 영드 <셜록홈즈>의 왓슨 역으로 유명한 마틴 프리먼(레스터 나이가드 역).
그리고 안젤리나 졸리의 전 남편이자 베테랑 연기파, 빌리 밥 쏜튼(론 말보 역)입니다.
여기에 영화 <파고>에서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연기한, '마지 건더슨'을 연상케하는,
여성 보안관, 엘리슨 톨먼(몰리 솔버슨 역)이 가세해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줍니다.
작품의 전체적인 뉘앙스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향이 많이 느껴집니다.
현실에 불만을 느끼던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잠재되어 있던 사악한 본성에 눈을 뜬다는 설정.
범죄행각을 벌이며 승승장구하던 주인공이 결국엔 파멸하고 만다는 권선징악적인 결말.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고전적인 영상기법(고전적인 카메라 워킹, 분할화면 등등)이 그렇습니다.
스토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소심한 보험사 영업사원인 레스터가, 우연히 청부업자 말보를 만나, 범죄자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간단한 설정을 다채로운 캐릭터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풀어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대부분 초면인) 훌륭한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구멍이 전혀 없는, 완벽한 앙상블입니다.
미국식 억양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사악한 본성에 눈을 뜨는 과정을 실감나게 연기한 마틴 프리먼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특히 쏜튼이 맡은 살인 청부업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에 버금가는 포스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론 말보의 캐릭터는 마치 '순수한 악', 혹은 '피할 수 없는 운명' 그 자체인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마틴 프리먼과 빌리 밥 쏜튼은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동시에 올랐고, 아쉽게도 수상은 못 했습니다.
그 외에도 3명의 배우가 조연 부문에 올랐습니다. 역시 수상은 못했습니다. ㅠㅠ)
https://youtu.be/UKIIJ3Zn_1E
<시즌 2>의 주요 무대는 미네소타주의 루번이라는 소도시(인구 4,600명)입니다.
<시즌 1>이 우연히 말보라는 악의 화신을 만나 범죄자가 되는 소시민 사내의 이야기였다면,
<시즌 2>는 우연히 범죄조직간(게르하르트 가문 VS 캔자스시티 마피아)의 전쟁에 끼어든, 소시민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연기경력만 30년이 넘는,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로 기억되는 키어스틴 던스트(페기 블럼퀴스트 역)입니다.
작은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는 페기. 그녀는 답답한 시골 생활에 염증을 느낍니다.
그녀의 목표는 LA로 떠나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그곳으로 가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반면, 도축업자인 남편 에드는, 자신이 근무하는 정육점을 인수해서, 소박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고 싶어합니다.
에드는 아이를 갖길 원하지만 페기는 피임을 고집하고, 부부관계에도 소극적입니다.
어느 날, 퇴근하는 그녀의 차에, 판사를 무참히 살해하고 도주하는, 게르하르트 가문의 막내 라이가 뛰어들면서 모든 사건이 시작됩니다.
아, 중요한 사실을 깜빡했군요.
이 드라마의 장점 중에 하나는, 스토리가 예상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반전에만 신경쓰다가 개연성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면, 놀랍게도 페기는 라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로?)
자기 집 차고까지 차를 몰고 와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합니다.
(뭐라고?? 왜???)
맞습니다.
그녀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그런데 본성이 나쁜 인간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만)의 행복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동정이 가는 캐릭터입니다.
<시즌 1>의 레스터와 비슷한 캐릭터라고나 할까요? 상당한 연기력이 요구되는 역할입니다.
(참고로 키어스틴 던스트도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습니다.
그 외에도 3명의 배우가 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역시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ㅠㅠ)
에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남들처럼 가장 노릇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내입니다.
그래서 페기가 싣고 온(?) 라이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도축업자답게 시체를 처리(?)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페기 부부는 게르하르트 가문의 표적이 됩니다.
<시즌 1>과의 연결고리는 또 있습니다.
후반부 대학살의 키를 쥐고 있으며, 론 말보에 대응하는 인디언 킬러, '한지 덴트'의 존재감.
몰리 솔버슨의 아버지이며, 정의감에 불타는 미네서타 주경찰 '루 솔버슨'의 존재가 그것입니다.
https://youtu.be/-fHDoe7FQEU
드라마 <파고>는 기본적으로 19금 범죄/드라마/스릴러 장르입니다.
폭력, 살인, 섹스... 불편한 장면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코엔 형제 특유의 블랙 유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에, 심각한 장면에서 웃음이 터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기시감을 느낄 수 있는 설정과 장면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시즌 2>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시대적 배경입니다.
약 40년 전으로 돌아가서, 은퇴한 루 솔버슨이 몇 차례 언급하는, '수 폴스의 대학살'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올드팝이 많이 쓰였고, 그 시절의 패션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폭이 기업화되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끝으로 <파고>는 (천의무봉처럼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ㅎ) 스타일과 스토리, 캐릭터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웰메이드 드라마이기에 강추합니다.
(단, 빠른 전개와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비추합니다.)
새벽에 주저리주저리 떠들다보니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웨이브의 최고 장점은, 완성도가 보장된 HBO 드라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첫댓글 썰어 넣는가요?
갈아넣습니다.
'천의무봉처럼' .. 요대목에서 확~ 땡기네요 ㅎㅎㅎ
웨이브는 없는데 급 고민하게 되는 리뷰 감사합니다 ~~
코엔형제의 영화 파고라도 다시보기 해야하나~ ㅎ
HBO 드라마는 마약입니다. 넷플릭스 볼 시간이 없어요. ㅎ
시즌 1 재밌게 봤어요 ^^ 주인공이 탐 행크스 아들이었던거 같은데 ~ 이 작품말고 다른 활동은 많이 없는거 같아요! 시즌 2도 봐야하는데…. 너무 볼게 많아서 ㅠㅠ ㅋㅋ
와우! 대단하시네요. 보람을 느낍니다. ㅎㅎ
파고 너무 재밌죠. 2편도 너무 좋습니다. OTT 없던 시절 자막 구해가면서 봤네요 ㅎㅎ
인생작이 될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