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님,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배움지기 하루순례날입니다.
얼마전에 리모델링을 마친 민들레가 점심을 당신 집에서 먹자며 초대하셨어요.
민들레 댁은 봉화산 죽도봉 아래에 자리한 아파트에요.
오전에 민들레 댁 근처 산길을 걷고 점심밥모심을 하기로 했어요.
열시에 아파트 주변에 차를 대고 민들레가 앞장 선 뒤를 따라 죽도봉이 자리한 봉화산을 올랐습니다.
가는 길 이곳 저곳을 안내하는 민들레의 말투에 걷는 길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어요.
작년에 이 길을 걸으며 힐링했다고 하시더군요.
어느 지점이 되자 맨발로 걷기 좋은 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자, 맨발로 걷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신발과 양말을 벗고 걸었어요.
오늘 아침 꽤 추웠어서 그런지 땅의 기운이 찼습니다.
그래도 걸었어요. 맨발로 걸으니 제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식물이 된 것도 같고, 네 발 짐승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좀 더 지구와 땅과 친해진 느낌이에요.
얼마 지나서 자갈들이 많은 길이 나와 발바닥이 꽤나 아파서 다시 양말과 신발을 신고 걸었어요.
맨발로 걸은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맨발로 자연 그대로의 땅을 밟아보고 싶습니다.
오늘 저에게 그런 기쁜 기회를 준 모든 존재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