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39괘 ䷦ ‘수산건괘(水山蹇卦)’의 교훈
향교 방학을 무료하게 보내는 것이 아쉬워 몇 년 전에 공부했던 주역 64괘를 내 카페에 탑재하고, 그 64괘의 상(象)과 의미를 온라인 속에서 다양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 두었다. 이는 후속으로 공부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오늘 아침 운동을 가는 대신 ‘수산건괘(水山蹇卦)’를 공부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그 느낌을 올린다.
䷦ 수산건괘(水山蹇卦)는 상괘(上卦)는 물을 의미하는 감(坎)괘이고, 하괘(下卦)는 산을 의미하는 간(艮)괘다.
괘의 모양을 살펴보면 아래에는 산이 막히고, 위로는 험한 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문외한이 언 듯 보아도 불길해 보인다.
괘상(卦象)을 보니 ‘水陷山阻之象’ : ‘물이 깊고 산이 막고 있다’는 뜻이고, 괘의(卦義)를 보니 ‘行難不進之義’ : ‘가는 길이 험난하여 나가지 못함’의 뜻이다.
이 괘를 보면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인생살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는 언제나 막힘이 있고, 때로는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지연이 있는가 하면, 절망감을 안겨주는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옛날 사람이나 오늘날 사람이나 공통적인 견해는 그것을 해결하고 앞으로 나간다. 그런데 그 상황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 보인다.
과거에는 억지로 밀어붙일수록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수동적인 자세임에 반하여, 오늘날에는 난간(難艱)은 극복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갖고 적극 대처하는 공격적인 형태를 취하는 태도다.
주역의 건괘(蹇卦)는 무조건 돌파하라 말하지 않는다.
길이 막혀 있을 때는 잠시 멈추고, 방향을 살피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마 농경 사회였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농경 사회의 특성상 시간은 여유가 있고, 경쟁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고, 협동이 필요 불가결한 시대 구조다.
현대 사회는 사회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조급증에 걸린 듯하다.
빨리 성공하려 하고. 빨리 인정받으려 하며, 빨리 결과를 만들려 한다. 그것이 권모술수(權謀術數)와 배신, 편법을 잉태하는 동인이 된다.
그러나 도(道)에 맞지 않는 무리한 일 처리는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역은 인간에게 “무리하게 앞으로만 가지 않아야 함”을 가르친다.
인간은 참으로 묘하다.
사람의 본성은 대체로 ‘어려움을 만났을 때 본모습이 드러난다.
평온할 때는 누구나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일이 꼬이고, 상황이 불리해지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내면이 드러난다.
간혹, 남을 원망하는 형태로 표출하기도 하고, 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기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더 차분해지거나 끝까지 중심을 지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수산건괘(水山蹇卦)는 “위기 속 태도가 곧 그 사람의 품격”임을 알 수 있다.
수산건괘(水山蹇卦)의 단사(彖辭)를 붙인 문왕(文王)이 오늘날에 태어났다면 이렇게 풀이했을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실력자는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고, 선각자의 조언을 듣거나, 함께 갈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동행하거나, 닫힌 길 보다 열린 길을 택하는 것이 貞吉 하다.
우리는 보통 막히면 실패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주역은 막힘에는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다는 견해다.
그것은 지금 속도를 줄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방향을 바꾸라는 의미일 수도 있으며, 더 큰 준비를 위한 과정으로 여기라는 뜻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힘든 시기를 지나며 인간관계를 다시 정리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깨닫아 진정한 나를 재발견 하기도 한다.
수산건괘(水山蹇卦)는 결국 험난함도 사람을 성장시키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조금 늦어져도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잠시 막혀도 실패처럼 느낄 필요는 더욱 없다.
주역은 의미를 포괄적으로 말한다.
“험난함은 끝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조급함 대신 중심을 지키고, 억지 대신 흐름을 읽으며, 포기 대신 지혜롭게 우회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가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