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저녁 잠시 올려다 본 화개산은 정상으로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비만 멈춘다면 시간적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중 산행이 될 염려가 있어
아쉬운 마음을 접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오늘을 기약했었다
새벽 6시에 민박집을 나서 교동초등학교 담옆을 돌아 화개 정원으로 가던 중에
담에 걸어 놓은 시(詩) 한 수에서 대룡시장 실향민의 옛 응어리를 마음에 조금 담아 간다
"고 뙤국노모 샤끼들만 아니모"
어둠속에서도 언덕에 자리잡은 '교동순례자의 교회' 건물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옆으로 난 언덕을 넘어 화개 정원에 도착했지만
정원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라니 무려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릴 수도 없고
오늘의 메인 행사 참석에도 애매한 시간이 될 것 같아
부득불 월담(越담)을 하여 화개정원 도둑 탐방을 시도했다
어둠속의 화개정원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정상옆에 세워진 전망대를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놓는다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철빔 아래를 지나 숨가쁘게 전망대로 다가간다
전망대에 거의 도착하여 숨을 돌리며 시선을 고구저수지쪽으로 향하니
구름이 걷히며 뉘엿이 아침이 열리고 있다
《화개정원》
「지난해 5월 개장한 '화개정원'은 강화군에서 382억원을 투입해 화개산 일대에 조성된 시설이다
산 아래의 조선시대 연산군 유배지는 정원으로 꾸몄고 해발 250m의 능선에는 이곳에 서식하는
저어새를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스카이워크'형 전망대를 설치했다
또 민자를 유치해 정상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해 역사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간 산에서 발췌>
이른 시간이라 전망대 문이 닫혀있어 어쩔 수 없이 건물 주변만 한바퀴 돌아 본다
고구저수지
고구리와 인사리의 평야 지대
5년 전 자전거로 강화도 일주 라이딩을 할 때 긴장하며 달렸던 해안길이 주마등처럼 스쳐 온다
고구리 마을 방면은 섬과 섬을 잇는 교동대교로 가는 길목이다
사진에 가까이 보이는 바닷가 풍경은 짙은 해무에 가려 가늠이 어렵기는 하지만
남산포가 있는 양갑리쪽의 해안이 아닌가 생각되고...!
이 곳 전망대에 올라 북한땅을 가까이 보려던 헛된 욕심은 부질없이 내려 놔야 했고!
전망대를 내려오며 조금은 환해진 하늘 아래
거울처럼 드러난 고구저수지와 주변의 마을 풍경을 다시 카메라에 담는다
왕복 13,000원의 이용료가 있다는 모노레일 밑을 지나간다
하얀 수피를 지닌 자작나무와 구절초가 흐드러진 산책길도 잠시 거닐어 본다
몸이 낮춰지니 아랫 세상이 가까워지고!
이 곳 화개정원의 상징인 저어새 모형
넌 누구를 닮았냐?
뷰 포인트는 액자 안에 세울 사람이 없어 뒷배경만 담았다
꽃으로 치장한 저어새 모형을 뒤에서 잡았더니 묘한 그림이 됐네!
출입구 오른쪽에 세워진 연산군 유배지
그는 이곳으로 유배온지 두달만에 천연두와 화병으로 3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고 하는데
단순히 그의 식솔이라는 이유로 장녹수를 비롯한 후궁들은 종로에서 돌을 맞아 죽었다고 한다
자전거 신사와 정원의 부속 건물이 눈앞인데 출입문은 아직굳게 닫혀 있다
올라갔던 길을 되짚어 내려와 역시 월담으로 화개정원을 나온 후
주차장에서 터미널 행 버스를 기다린다
정원 탐방 시간은 약 1시간정도 걸렸으며
마침맞게 정류소에 도착하는 18번 순환버스를 탈 수 있었다
시간을 들여다 보니 여지껏 7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어
다음 행사장인 창후리에 10시 까지는 여유있게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