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여혁동
플라타너스가 울고 있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 주차장에서
아침엔 까치가, 한낮엔 매미가
플라타너스와 함께
노래 부르며 울고 있다.
바람도 함께 울며 노래 부르고
빛을 따라 일렁이는 플라타너스 잎사귀
잎사귀마다 푸른 시를 토한다
생명 있는 것들, 다 노래 부르니 시인도,
시인도 그들을 따라 노래 부른다
저리도 울먹이며 토하는 시를 표절하고 있다
-<시인부락> 26년 여름호
여혁동 시인의 「표절」을 함께 읽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여기서 ”모방‘의 의미는 ’복제‘의 뜻이 아니고 ‘자연의 원리를 찾아 재해석하는 창조 행위’를 뜻합니다.
첫째 연, ”플라타너스가 울고 있다./아파트 동과 동 사이 주차장에서“ 아주 돌발적이죠. 플라타너스, 나무가 울고 있다니 충격적입니다. 그것도 아파트의 동과 공 사이에서 말입니다. 이어지는 둘째 연에서 플라타너스가 우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침엔 까치가, 한낮엔 매미가/플라타너스와 함께/노래 부르며 울고 있다.“ 사실은 ‘까치와 매미가 울지만’ 시인은 플라타너스가 함께 우는 것으로 비약했습니다. 시적 발견이면서 시적 상상입니다. 다음 연에서는 ”바람도 함께 울며 노래“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잎사귀마다 푸른 시를 토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노래’와 ‘울음’은 ‘시’로 변용 되었습니다. ‘노래’와 ‘울음’은 가장 순수한 감성의 경지입니다. 까치, 매미, 바람, 잎사귀의 울음과 노래입니다. 가장 순순한 감정의 경지 즉 자연의 울음과 노래는 자연의 시입니다. ”시인도 그들을 따라 노래 부르“는 것입니다.
결국 시는 자연의 표절인 것입니다. 즉 자연의 모방이 됩니다.
첫댓글 바람도 함께 까치와 매미가
울어주는 날들
인생의 오후를 고운 시 로
맞이합니다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