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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해마다 가을이면 충남 예산에 있는 아람농장으로 사과를 따러 가요.
2002년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부터 마음에 맞는 동네 사람들과 다니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10년째, 일 년도 빼지 않고 다녀오는 곳이지요.
어떤 때는 일산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떼로 몰려가기도 하지만 보통은 몇 집이 어울려서 또는 우리 식구끼리
단촐하게 다녀오기도 하지요. 누구와 무슨 차를 타고 가는 지만 다를 뿐 우리 식구는
11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꼭 아람농장엘 갑니다. 아, 올해는 이번 주말에 가는 군요.
아람농장 주인 언니가 우리 남편 초딩 시절 성당 친구랍니다.
오랜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해서 정말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흙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주인 내외의 따뜻한 성품을 닮은 아람농장 사과는 정말 맛있어요.
올 가을에는 우리 글쓰기 동아리 친구들한테도 아람농장 사과를 꼭 맛보여 줄 게요.
그동안 아람농장에 다녀오면 그 행복한 기분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여행 후기를 써왔어요.
그래서 이번 주 가을 여행 글쓰기는 좀 약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제가 그동안 썼던 아람농장 여행 후기 몇 편으로 대신 하려구요.
자, 그럼 아람농장 가을 풍경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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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면 예산에 있는 아람농장으로 사과를 따러 간다. 올해도 11월 첫째 주 일요일, 서너 집이 모여서 아침 일찍 서둘러 예산으로 떠났다. 다행이 길이 막히지 않아 12시 전에 도착. 먼저 꿈에도 그리던 아람농장표 맛있는 점심을 배불리 먹고 전국에서 모여든 아람농장 팬들과 어울려 인사도 나누고 몸도 풀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다들 어찌나 열심히 놀던지... 나중에 사과 딸 때 보니 역시 잘 노는 사람들이 일도 잘 하더라. 남들 놀 때 딴 짓하던 우리 식구는 사과 딸 때도 띵가띵가~. 많이 따봤다 이거지 뭐.
아이들과 함께 집에 가져갈 사과 한 상자만 달랑 따놓고 농장 둘레를 돌아다녔다. 지난 9월에 불어 닥친 태풍 곤파스 때문에 아람농장도 피해를 많이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나무 하나 하나 눈길이 간다. 어렵사리 태풍을 이겨낸 빠알간 사과를 보니 이 녀석들 참 대견하다. 자나 깨나 마음을 졸였을 농장 식구들도 장하고.
어렸을 때 한 여름 큰 비가 내리면 한 해 농사 망칠 새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던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다. 그래서일까. 다른 해보다 사과 빛깔이며 크기가 썩 좋은 건 아닌데도 그냥 다 이쁘기만 하다.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나 보다. 다른 때 같으면 이왕이면 크고 좋은 사과를 골라서 담느라 야단법석일 텐데 올해는 너나할 것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툭, 타서 집에 가져갈 사과 상자를 깔끔하게 갈무리 한다. 하긴 이 정도는 돼야 아람농장 팬이라고 할 수 있겠지.
먹고 놀고 산책하고 사과를 따서 다들 집으로 돌아간 시간이 네 시 쯤 되었나. 많은 사람들이 어울린 자리는 늘 흔적이 남기 마련이라 농장 식구들과 정리 정돈을 함께 할 생각으로 뒤에 남았다. 흠, 뒷정리를 하겠다는 생각만 기특했음. 결국 밀린 이야기만 실컷 했다. 길이 막힐 테니 저녁 밥 먹고 천천히 올라가라 해서 결국 저녁밥까지 든든하게 먹고 맛난 반찬까지 한 보따리 싸가지고 왔다. 애나 어른이나 아주 자알 논 하루였다. - 2011년 11월 아람농장 이야기
지난 주 토요일(11월 10일) 예산 아람농장에 다녀왔다. 한 달 전부터 여기저기 소문을 낸 탓에 정말 많은 가족이 전세 버스를 타고 룰루랄라 아람농장으로 떠났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단풍놀이 가는 차들이 많아 길이 막히긴 했지만 12시 전에 무사히 아람농장에 도착해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일산 식구들 빼고도 용인, 안양에서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대충 70여명이 모인 것 같다.
점심을 먹기 전 시골짱님 안내로 사과밭부터 둘러보는데 얼른 사과부터 하나 따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해 죽겠다. 어른도 이러니 아이들이야 오죽하랴 싶어서 끼리끼리 몰려있는 꼬맹이들을 보니 어머나, 벌써 사고친 녀석들이 여럿이다. 사각사각, 우적우적... 맛나게도 먹는다.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와, 맛있다, 진짜 맛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다들 빨간 사과를 입에 물고는 세상에서 젤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라니. 장관이 따로 없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사과가 옛날만큼 튼실하지 않다는 시골짱님의 말을 듣고 가만히 사과나무를 둘러보니 벌레 먹은 것도 많고 흠집 나있는 것도 많다. 나쁜 약 안 쓰고 땅의 기운을 살려가며 이 만큼 농사를 짓느라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코끝이 찡해온다.
달콤한 사과로 입맛도 돋구었겠다, 사과 밭도 구경했으니 이젠 둥글게 모여 앉아 들밥을 먹을 차례다. 오늘 점심 메뉴는 삼겹살 구이. 새로 지은 이쁜 작업장 앞에 비닐 돗자리를 펴고 둥글게 모여 앉아서 무우쌈이랑 상추에다 삼겹살을 싸먹었다. 농장 둘레에 민들레가 곱게 피어나는 봄에는 순한 민들레 잎을 따서 고기를 싸먹기도 했는데 쌉사름한 맛과 고기가 묘하게 잘 어울렸다. 혹시나 해서 밥을 먹기 전 웃자란 민들레 잎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더니 농장 할머니가 말리신다. 가을에는 잎이 세어져서 못 먹는다고. 대신 입맛 없을 때마다 생각나곤 하던 아람농장표 매실장아씨며 고추 삭힌 것, 깻잎장아찌를 실컷 먹었다. 언젠가는 꼭, 이 맛깔스런 음식들의 비법을 전수받으리라!
점심을 먹고 치우고 아이들과 한바탕 뒹굴다가 2시부터 사과를 따기 시작했다. 5년 전 봄이던가, 우리 식구랑 몇 가족이 농장 빈터에 사과나무를 심은 적이 있는데 올해는 그 나무에도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땅에 뿌리를 내린지 몇 년만에 이렇게 이쁜 열매를 내놓은 나무가 대견해서 우리 식구는 그 나무에만 매달려 사과를 땄다. 엄마랑 아빠는 조심 조심 아기 다루듯이 사과를 따고 하늘이랑 바다는 거침없이 툭툭 잘도 딴다. 금세 세 상자가 만들어졌다. 뿌듯하다. 집에 가서 이웃들과 이 사과를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니 무지 행복하다.
예정대로 4시쯤 사과 따기 행사를 마무리 하고 4시 30분에 버스에 올랐다. 옷을 얇게 입고 간 탓인지, 간만에 바깥 활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몸이 노곤노곤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졸다 깨다 했나 보다. 어느 새 일산 동구청 앞에 차가 멈추어 서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휴대폰을 열어보니 아람농장 언니한테 전화가 와 있다. 비몽사몽 중에도 농장 언니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냈나 보다. 아이구, 이 놈의 정신머리 하곤. 하루 종일 많은 손님들 치루느라 눈코뜰새 없었을 아람농장 식구들을 생각하니 새록새록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돋아난다. 아, 아람농장이 있어 행복한 하루였다!
- 2007년 11월 아람농장 이야기
- 옆집 꼬맹이 형제 동찬이와 문수.
- 전국에서 모여든 아람농장 팬들이 사과를 따기 전에
농장 앞 마당에서 몸풀기를 하는 중.
가을이면 늘 빼놓지 않고 다녀오는 곳입니다.
이쁜 사과나무와 배나무, 감나무, 매실나무에 자두나무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만해지는 예산의 아람농장.
이미 시월 말에 사과를 다 땄다고 해서 그냥 마실삼아 들른 농장에는
뜻밖에도 아직 제 때깔을 다 못낸 나무 몇그루에 빠알간 사과가 주렁주렁......
제 이름표 달린 나무를 찾아 헤메던 하늘이 바다가 잽싸게 달려들어서는
머리통만한 사과를 뚜욱뚜욱 따냅니다.
갓 따낸 사과를 그저 바지에 두어 번 쓰윽쓰윽 문지르고는
한입 써억 베어물면 입안 가득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사과향이 폴폴~
아시나요, 그 맛?
"아빠, 한번에 먹기엔 너무 커!"
"그럼 두었다 먹으려무나~"
너댓 그루 되는 감나무가 빼곡히 달린 감으로 샛노랗습니다.
어떤 것은 이미 익을대로 익어서 보드라운 홍시가 되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매달려있습니다.
하나 툭 따서 반으로 갈라 달콤한 속살을 핥아먹고는 금세 아이가 되어
사과 일에 치인 탓인지 아직 손도 못댄 나무 위로 오릅니다.
나무 타는 재미에 까치밥을 남겨두는 여유도 잊었습니다.
베짱이네 두 아들 성현이 정현이, 우리 하늘이랑 바다, 농장의 아람이까지...
사다리를 내오고 바구니를 챙기며 감나무 밑으로 모여듭니다.
손만 대면 툭툭 따지는 사과와는 달리 제법 힘을 주고 비틀기까지 해야 나무에서 떨어지는 감.
그러니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어른들이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나 봅니다.
가지를 매단 채 따낸 감들은 꼭지만 남도록 이쁘게 잘라줍니다.
그래야 차곡차곡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겠지요?
한쪽 손을 다쳐서 외팔이가 된 하늘이는 이날
그야말로 온몸으로 감을 따고 날랐습니다.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느라고
제 무게는 훌쩍 넘을 바구니를 이리저리 옮기느라고
하루종일 태권도보다, 축구보다 더 고된 노동을 한 하늘이와 바다는
돌아오는 차 속에서 한번도 깨지 않고는 쿨쿨 잠에 빠졌더랬습니다.
한 시간 남짓이나 되었을까?
바구니마다 노오란 감들이 소복히 쌓이는데
뿌듯하긴 하면서도 웬지 한쪽 가슴이 뻐근해옵니다.
땀을 비료 삼아 가꾼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일년에 겨우 한두 번 얼굴 들이미는 손님인 우리가
제 나무인양 수확을 도맡아하는 꼴이 영 민망한 탓입니다.
그래서 늘 내년엔, 내년엔... 하고 반성을 하지만 ^^;;
농장의 가을은 나무 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빛은 바랬지만 아직 무성한 이파리 사이로 언뜻 바라뵈는 푸르디 푸른 하늘에도
심지어는 발을 딛고 선 땅바닥에도 가을이 지천입니다.
하긴, 가을풍경이 어디 농장뿐인가요?
그 황량한 아파트 주차장에도, 베란다 앞으로 뵈는 앞산에도
시방 가을이 한창입니다.
늦은 비가 가을의 잔해까지도 몽땅 쓸어가기 전에
차마 주변을 냉정하게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는 가을에게 눈길 한번 주시면 어떨지...
천사들이 사는 마을, 아람농장의 문은
바른 먹거리를 생각하는 선한 이웃에게는 언제든지 열려있습니다.
- 2005년 11월 아람농장 이야기
- 아람농장 할머니와 언니.
시월이 간다.
지난 여름 그 고단했던 삶을 토닥토닥 보듬어주며 쉬어가라던 붉은 빛깔의 시월이 가고 있다. 저 만치...
시월의 마지막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예산에 있는 아람농장으로 사과를 따러 가는 길이다.
재작년 겨울부터 드나들기 시작했으니 이제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단풍에 홀려 이리저리 떠돌다보니 12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꼴찌 가족을 기다리다 지쳐 이제 막 점심을 들기 시작했나보다.
푸짐한 시골밥상에 둘러 앉은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니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먼저 아람농장표 매실 장아찌와 고추절임으로 입가심을
하고 금방 뜯은 민들레에 청국장 쌈장을 바른 삼겹살을 처억 얹어 한입 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이 재미에 빠져 열일 제쳐두고 달려오는 곳이 아람농장이라면
믿을까? 농장 식구들의 순박한 인심과 안심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이
많은 사람들을 이곳에 모여들게 했으리라....
점심을 먹고 나니 아이들은 벌써 나무 하나씩을 차지하고 사과를 따느라 분주하다.
제 머리통만한 사과를 들고 좋아라 웃는 하늘이와 바다에게 따는 만큼 집으로 가져갈 거라
했더니 부지런히 따모은 게 대여섯개. 그리곤 힘들어서 쉬었다 할거라더니 그게 끝이다.
그림같은 황토집 안마당이 들썩들썩, 물만난 아이들 소리가 푸른 하늘을 흔든다.
오늘만 같아라. 이런 횡재... 좀처럼 만나기 어렵잖아. 드넓은 잔디마당에서 폼나게
축구를 해도 뭐라는 이 없고 고래 고래 소리지르며 목청 좀 드높인다고 눈총주는 사람도
없는 어린이 세상이로구나. 얼시구 좋다. 그런데 얘들아, 사과는 언제 딸 거니?
그래도 이 녀석들, 오늘밤 일기에는 사과 열심히 땄다고 쓰겠지.
사과를 따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게다. 운동하고는 거리를 두고 사는 우리집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거기다 딴청까지 피우는 하늘이 아빠와 보조를 맞추려다
보니 하루 해가 짧지 싶다. 사람좋은 농장 아저씨가 기어이 달려들고야 만다.
아저씨는 그동안 일이 많이 부치셨는지 얼굴이 핼쓱하다. 농사 중에서도 과일 농사가
제일 힘들다는데 남들 다쓰는 농약과 화학 비료를 쓰지 않으려니 사람 몸이
고달퍼진다고 한다. 농사 일만도 번거로운데 이렇게 철마다 객지 손님들을 마다않고
받아주신다. 농장식구들... 언제나 고맙고 따뜻하다.
그래서일까. 돌아오는 길은 마치 친정 집을 떠나올 때처럼 발걸음이 무겁다.
보내는 사람은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하고 돌아가야하는 사람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일거리 하나라도 줄여주고 싶고... 그렇게 맺은 인연이 삼년째다.
아람농장 빨간 사과가 떨어질 즈음, 우리는 또 아람농장으로 달려갈것이다.
택배로 받아도 되지만 농장식구들 얼굴 한번 더 보고 싶어서...
- 2004년 11월 아람농장 이야기
- 우리 쌍둥이 하늘이랑 바다랍니다.
이 사진은 2007년도에 찍었으니 초딩 3학년 때군요.
울 아들들이 이렇게 뽀송뽀송 할 때도 있었구나.
첫댓글 다음 주말이 기대되시겠어요. 그럼 우리는 다음주 화요일에 아람농장 사과를 맛볼수 있는건가요? 저도 기대되어요.
양과 묵은 맛으로 승부하는 꽃마리님~
당장이라도 아람농장으로 향하는 대열에 끼고싶은걸요.
아람농장!
세상엔 멋진 곳도 멋진 사람도 참 많아요, 그쵸?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람농장에 사과따러 가고 싶어요. 먼저 사과맛으로 아람농장을 만나게 되겠네요. 다음 모임엔 사각사각 맛있는 소리가 날듯한데요. ㅋㅋ 슈퍼영웅님이 힘들듯.
사과농장만 아니면 딱인데..ㅠㅠ
제가 잘 참는 성격이예요.
농장 대표상품이 사과이구요, 다른 과일도 많아요. 배, 감, 자두, 매실.
좀 멀어서 그렇지 사람도 좋고 풍경도 좋은 곳이어서 사과 딸 때 뿐 아니라
사과꽃 딸 때나 매실 딸 때 많이 가요. 사과꽃이 폴폴 떨어지는 봄날, 사과 나무 그늘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맛이 기가 막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