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낱말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 글의 뜻을 어름 풋이 유추해 왔을 뿐 내 머릿속에 정립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것이 고사성어(故事成語)인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숙어인지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았다.
글쓴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낱말은 옛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서 유래된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아니고 비교적 근대에 의미가 집약된 한자 숙어다.
한자 글자 뜻을 살펴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하면 이러하다.
花 : 꽃 화
樣 : 모양 양, 빛깔 양
年 : 해 년, 시절 년
華 : 빛날 화, 화려할 화
글자대로 해석하면 "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시절"이라는 의미다.
인공지능 제미나이로 탐색해 본 이 표현의 유래와 출처는 1940년대 중국 상하이의 유명 가수이자 배우였던 주선(周璇)이 부른 대중가요 ‘화양적연화(花樣的年華)’라는 노래 제목에서 유래했다.
이 노래를 모티브로 삼아 왕가위(王家衛) 감독이 2000년에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하나의 완성된 성어처럼 널리 쓰이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 의미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의 뜻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시절)"을 뜻한다.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말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유명세를 타계 된 계기는 우리나라 방탄소년단(BTS)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화양연화(花樣年華) pt.1’, ‘화양연화(花樣年華) pt.2’, ‘화양연화(花樣年華) Young Forever’ 시리즈 앨범을 발표하면서 신드롬이 일었다.
이 노래에서의 의미는 다소 뉘앙스가 다르다. ‘청춘의 불안함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시기’를 화양연화(花樣年華)로 비유 표현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K-pop과 대중문화 전반에서 '청춘의 가장 찬란한 한때'를 뜻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방송 및 드라마 제목에 등장한 전례로, tvN의 경우 드라마 화양연화(花樣年華) -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 있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인터뷰나 회고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전성기나 가장 빛나던 시절을 이야기할 때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였다.
또, 간혹 수필이나 자서전의 회고록에도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기가 언급된 표현도 가끔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시기가 존재한다.
다만 그 시기에는 느끼지 못했을지라도 지나고 보면 '나도 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시절이 있었음'을 느낄 수가 있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청장년기 시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여 열정과 사랑, 사회적 결실과 인생의 깊이를 고루 경험한 때를 '화양연화(花樣年華)'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세분하여 고찰해 보면 인생의 성숙 단계마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존재했다.
유년기의 경우 순수한 안목으로 세상을 온전한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어떠한 이해타산이나 걱정 없이 존재 자체로 사랑받으면서 ‘계산 없는 순수한 몰입과 탐색’으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자연 속이나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놀이에 빠져드는 순간도 어떤 가치보다 높게 평가되는 화양연화(花樣年華)다.
청소년기의 경우 가슴속에 내재 된 열망과 이상을 실현키 위해 자아(自我)를 재조명하며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고, 격정적인 감정을 공유하며 자기의 미래를 꽃피우기 위해 노력함 또한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기로 손색이 없다.
자신의 미래를 향해 밤을 새워 학문이나 운동에 몰두하는 열정은 세상에서 둘도 없이 고귀하고, 누군가를 향해 가슴 떨리는 첫사랑의 감정을 품고 진통을 겪으며 내적으로 성숙해 짐도 훗날 돌아보면 인생의 황금기다.
장년기의 경우 비교적 결실과 성숙, 삶의 책임이 완성되는 시기이기에 자신의 역량을 세상에 펼치고, 가정을 일구며, 사랑의 진면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기 또한 빼놓을 수 없도록 화양연화(花樣年華)로 여길만하다.
치열한 노력 끝에 자신의 분야에서 결실을 이루고, 직업적 성취를 이룬 후 사랑하는 사람과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삶을 나누고 자녀를 키워내며 느끼는 숭고한 보람, 삶의 무게를 스스로 견뎌내며 얻는 성숙한 자신감 또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순간이었음임도 분명하다.
노년기의 경우 지난 삶을 수용하고 세상의 이치를 관조하며 마음의 참된 평화를 누리는 통찰과 여유, 완성된 평온 또한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기로 손색이 없다.
지나온 길의 회고는 때로 고단했던 추억마저 아름다움으로 덧씌워지고, 평생을 함께해 온 동반자와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아도 통하는 조용한 전율, 그리고 자연과 학문을 가까이하며 나누는 지혜와 유유자적한 마음의 풍요 또한 놓칠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다.
어찌 보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겉모습과 에너지의 형태는 바뀌지만, 각 계절에 피어나는 꽃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듯이 인생도 단계마다 그 시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시선을 좀 더 넓혀보면 자연 속의 순간에서도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다. 봄에 피어나는 꽃들의 화려한 개화나, 가을에 물든 오색의 단풍, 해 질 녘의 저녁노을도 자연의 화양연화(花樣年華)이리라.
봄과 여름에 약동하는 초목들의 푸른 생명력은 사람의 청년기와 장년기의 치열한 성취와 화려한 열정에 비유할만 하고, 과실이 익고 단풍이 물드는 가을의 풍경과 노을은 인생의 풍파를 견뎌낸 뒤 찾아오는 깊이 있는 성숙과 비움의 아름다움에 견줄만하다.
얼핏 생각하면 "봄꽃이 피는 한때만이 자연의 화양연화다"라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외형의 아름다움만 추구함의 생각이다. 자연에서 단풍은 낙엽이 되기 직전 가장 붉은 빛을 내뿜고, 노을은 어둠이 찾아오기 직전 온 하늘을 가장 장엄하게 물들인다. 이는 곧 자기완성에 이르는 순간이 제일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을 맺으며 알게 된 사실은 "봄날 화창하게 피어나는 꽃만이 자연의 전부가 아니듯,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역시 청춘의 한때에만 매여 있지 않는다. 가을날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봄꽃보다 깊은 세월의 기억을 품고 있고, 해 질 녘 하늘을 비추는 노을은 한낮의 햇살보다 더 넓은 품으로 세상을 안아준다.
자연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제 계절에 가장 빛나는 색을 내어놓듯, 지나온 삶의 모든 기쁨과 고단함을 결실로 품어 안은 지금 이순간이야말로 내 삶의 가장 성숙하고 찬란한 나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