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지급 한달, 상승세 보이는 소비심리
소비자심리지수와 매출 회복세 띄어... 2~30대 31%는 외식으로 사용해
소비효과 톡톡히 봤지만 사용 불편함에 대한 목소리도 많아
▲ 경기도 용인의 한 서점. 서점 창문에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공지문이 게시돼 있다.
재난지원금이 정부와 지자체 주도 하에 지급된 지도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정부 부담 증가라는 논란 사이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각종 소비활동지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로 인해 꽁꽁 얼어붙은 시민들의 소비를 잠시나마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 2020년 1~5월 소비자심리지수 그래프 (자료출처: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소비자심리지수' 지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7.6으로, 70.8을 기록했던 지난달 대비 6.8% 상승하며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다소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4.2를 기록한 이우 2월부터 4월까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 4개월 만에 다시 반등세를 보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4월부터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재난지원금 발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재난지원금 사용이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치다.
▲ 2020년 1월 2주~5월 3주 전년 동기 대비 전국 주간 매출 추이 그래프 (자료출처: 한국신용데이터)
한국신용데이터가 제공하는 '전년 동기 대비 전국 주간 매출 추이' 표에서도 소비 증가로 인한 매출 회복세를 확인할 수 있다. 전년 대비 올해 매출 추이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심하게 요동쳤다. 코로나19 첫 번째 의심환자가 발생한 3주차(1월 3주차)를 시작으로 작년 설날 연휴랑 겹치는 6주차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세를 보였다.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된 9주차(2월 4주차)는 전년 대비 매출이 무려 29%나 감소하며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상황은 이후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6주차(4월 3주차)부터 조금씩 회복되면서 21주차(5월 3주차)에는 전년보다 6% 상승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코로나19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재난지원금 지급이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이 굳게 닫은 지갑을 열게 되자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듯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각종 소비활동 지수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소비활동이 가장 활발한 2~30대들은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본 기자가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은 2~30대 청년 45명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사용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 '1회당 평균 재난지원금 사용금액' 응답 비율 그래프
설문 결과, '1회당 평균 재난지원금 사용금액'은 '1만 원 이상~2만 원 미만'이 33.3%(15명)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뒤이어 '2만 원 이상~3만 원 미만'이 17.8%(8명), '1만 원 미만'이 13.3%(6명)를 기록했다. 1인당 재난지원금이 통상 20만 원 선임을 고려하면 1회 사용시 전체 재닌지원금의 1/10정도 사용한 셈이다. '5만 원 이상' 응답자도 11.1%(5명)를 차지했는데, 이는 재난지원금을 통해 평소에 엄두를 낼 수 없던 고액 지출을 할 수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 '재난지원금 주요 사용처' 응답 비율 그래프
복수 응답으로 진행한 '재난지원금 주요 사용처'에 대한 설문에는 '외식'이 31%, '간식'이 14%를 차지하며 식음료 분야에서의 사용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병원, 약국'(9%), '대형마트', '편의점, 생활용품점'(8%) 등 기본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분야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병원과 약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인 데에는 약국에서 재난지원금으로 공적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재난지원금 사용에 있어서 느끼는 불편한 점' 응답 비율 그래프
'재난지원금 사용에 있어서 느끼는 불편한 점'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31.1%(14명)가 '사용지역이 발급처 지역으로 한정돼 있음'을 지목했다. 그 다음으로는 '쓰고싶은 곳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응답이 22.2%(10명)를 차지했고, '재난지원금 잔액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의견과 '가족이 함께 수령해 개인 카드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견도 각각 17.8%(8명)와 15.6%(7명)를 차지했다.
▲ 경기도 용인의 한 소규모 마트. 재난지원금 종류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다르다는 것을 매장 입구에 공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재난지원금 유형에 따라 같은 매장에서 사용 여부가 갈리는 점'도 불편한 점으로 언급됐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백모(24) 씨는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는데 농수산물, 축산물은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공산품은 불가능해 결국 두 카드로 나눠 계산했다"며 "국가재난지원금, 지역화폐, 개인 카드에 따라 사용처마다 사용 여부가 달라 헷갈린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김모(25)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치킨 주문을 위해 동네의 치킨 전문점을 찾았다가 해당 가게가 '본사 직영점'이란 이유로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했던 것. 김 씨는 "같은 브랜드여도 본사 직영점인 A지점은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어 개인 가맹점인 B지점을 이용했다"며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여부 기준에 대한 확실한 정보 제공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재난지원금 지급이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은 만큼 재난지원금 사용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8월까지 앞으로도 긍정적인 소비 추이가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에 있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소비 활동을 더욱 촉진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동안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정부와 지자체의 정확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조성윤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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