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3) -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아니하는 것’이라는 말은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개역성경), ’질투하지 않고‘(현대인의 성경)라고 번역한 다른 성경으로 볼 때 ‘누군가에 대해서 투기, 질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인다. 또 헬라어로는 ‘Ζήλος’(젤로스)라고 하는데, 긍정적 의미로 ‘열정적’ 즉 어떤 일이나 대상을 향해서 뜨겁게 사랑한다는 뜻으로 영어의 zeal(열정)과 같다. 이와 달리 부정적 의미로는 ‘시기하다, 투기하다’는 뜻으로 영어의 jealousy(시기)와 같다. 그리고 국어사전에서는 시기를 “남이 잘되는 것을 샘하여 미워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사랑은 열정과 한 몸이며, 시기와 딴 몸이다.
우선 사랑은 열정과 한 몸이다.
뜨거운 마음이 없이 어찌 사랑을 할 수 있겠는가. 뜨거운 마음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라고도 할 수 없다. 상대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있기에 사랑이 이루어지고, 그 사랑 안에 누가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뜨거운 마음은 유일지향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질투를 느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말라”고 하면서 “그것은 결코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뜻과 같다”고 단언했다. 질투는 열정의 다른 이름이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뜨거운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고 있다면 당연히 견딜 수 없는 질투를 느껴야 한다. 뜨거운 질투야말로 뜨거운 사랑의 마음과 한 몸인 것이다.
또 사랑은 시기, 질투와 딴 몸이다.
국어사전에 ‘시기’는 “남이 잘되는 것을 샘하여 미워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마음도 시기하는 마음이다. 많은 재물을 가진 이웃을 미워하고, 성공한 친구를 못마땅해 하고, 사랑받는 형제를 시샘하며, 큰 상을 받고 명예를 얻은 지인을 배 아파하는 일들은 모두 시기하는 마음 곧 사랑하지 않는 마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기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시기를 받는 사람보다 자신이 더 불편하고 불안하고 불만스럽게 살아간다. 스스로 자학하고 상처 입고 비루해 지게 된다. 자기 자신마저도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어리석은 일이 남을 시기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기와 질투는 상대방에게도 불신과 의혹과 다툼을 안겨주지만 자신에게 비열하고 무익한 일이기에 사랑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딴 몸이다. 그래서 ‘사랑은 시기하지 아니하며’라는 말은 사랑과 시기가 딴 몸임을 확실하게 해 준다. ‘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랑이다’는 말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랑은 열정적이고, 시기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보라. 얼마나 열정적인가. 그리고 거기에 무슨 시기가 있겠는가. 자식이 1등 하면, 합격하면, 성공하면, 승리하면 부모는 마치 자기가 그렇게 된 것처럼 기뻐한다. 어디 거기에 조그마한 시기나 질투가 끼어들 여지가 있겠는가. 그저 전적으로 하나가 되어 전심으로 기뻐하게 된다. 이것이 사랑이다.
또 서로 사랑하는 부부를 보라. 남편이 승진하면 마치 자기가 승진한 것처럼 좋아하지 않는가. 성공했을 때에도 기뻐하지만 심지어 남편이 실패했을 때에도 자기가 실패한 것처럼 분하고 억울해 하며 있는 힘을 다해 일치된 마음을 보여준다. 사랑하기 때문에 남편의 잘됨이 내 잘됨이 되고, 남편의 잘못됨도 내 잘못됨이 되어 일치를 이룬다.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부부가 서로 부대끼며 생활할 때 완벽한 일치를 이루어 한 몸처럼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식을 사랑하면 시기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자식의 성적이나 성공을 사랑하면 시기가 생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남편을 사랑하면 시기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남편의 지위나 권력을 사랑하면 시기가 생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아내를 사랑하면 시기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미모나 재주를 사랑하면 시기가 생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이웃을 사랑하면 시가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웃의 명예나 지위나 재물을 사랑하면 시기가 생길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시기하지 아니하고 한 마음이 되어 열정적으로 함께 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또 사랑은 있는 그대로를, 시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하나가 되게 한다.
사랑을 하면 시기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시기심에서 벗어나야만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