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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성가 속에 임재하시는 성령 | ||||||||||||||||||||||||
찬양, 기도, 말씀이 통합된 영성목회 프로그램 ‘떼제예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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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빛이시니 내 마음 환히 밝히소서”란 성가가 반복되며 가지런히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은 성도들은 이내 성령의 임재하심에 몰입해 갔다. 침묵과 언어, 정제된 전례와 영혼의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시간, 지난달 29일 평촌교회(담임 홍성국 목사)에서 진행된 떼제예배의 모습이다. 이날 예배는 매 주 금요일 저녁(9시)에 열리는 평촌교회 심야기도회의 일환으로 진행됐는데, 특별히 몇 해 전부터 프랑스 떼제공동체의 영성을 개신교적으로 접목시킨 임태일 목사(고사리교회)가 예배를 인도했다. 지난여름 고사리교회에서 진행된 수련회에서 떼제예배를 경험한 성도들의 반응이 좋아 평촌교회 홍성국 목사가 영성목회의 차원에서 예배를 기획했던 것. 이날 떼제예배는 △입례 △말씀의 예전 △성만찬예식 △찬미와 기도로 이뤄져, 얼핏 보면 리마예식서를 기초로 한 보통의 성만찬예배와 다를 바 없는 순서였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했다. 예배를 인도한 임태일 목사는 “떼제예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당김음(변칙박자)을 배제하고 온 마음과 몸, 영혼을 울리는 고도로 절제된 성가가 전 순서를 지배하는 것”이라며 “회중들의 참여보다 관람하는 성격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현대 복음성가에 비해 단순성을 생명으로 하는 떼제성가는 계층을 초월하는 공동체적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특유의 반복적인 리듬에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져 오던 화살기도문을 연상시키는 짧은 기도문을 가사 삼아 만든 것이 떼제성가이다. 이런 이유로 성도들은 성가를 부르는 순간 깊은 기도의 차원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교계에서 떼제예배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양적부흥에 못지않은 신앙의 깊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임 목사는 “떼제영성은 성령을 달라고 부르짖지 않고 이미 우리 안에 임재하시는 성령님을 바라보고 느끼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임 목사는 또 “떼제영성은 성도들에게 소나기 신앙이 아닌 샘물 같은 신앙을 가능케 한다”면서 “홍수는 폐해가 심각하나 샘물은 적지만 언제나 맑은 물을 계속 공급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날 예배에 참가한 성도들의 많은 수가 이미 여름 수련회를 통해 떼제예배를 경험한 듯, 자연스럽게 전 순서에 몰입돼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떼제영성에 대한 진지한 반응이 지난 주(9월24일자) 주보에 게재됐는데, 간증문을 쓴 백우영 집사는 “예배를 통해 더욱 가깝게 주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무지로부터 비롯된 새로운 형식에 대한 오해로 주님을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공존했다”며 “하지만 기대가 두려움을 휘감아버린 감동적인 예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예배에서 ‘첫째가 되는 길’이란 제하의 설교를 전한 평촌교회 홍성국 목사는 “가장 아름다운 공동체라 할 수 있는 초대교회는 사랑과 은사 중심의 공동체였다”며 “중세 이후 파괴된 공동체성을 살리기 위해 경건주의와 감리교회운동이 일어났듯이, 오늘 날 주님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예배의 기초를 형성한 떼제공동체는 교회일치를 지향하는 국제 수도회로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떼제 지방에서 시작됐다. 개신교 목사 가정에서 성장한 로제 수사가 수장으로 있는 이 공동체는 처음에 개신교 수사들로 시작됐지만 1969년부터 가톨릭 신자들도 입회해 오늘날에는 5대륙 25개국에서 온 1백여 명의 수사들이 활동 중이며, 1960년대 초에는 종교개혁 이후 최초로 개신교 목사들과 가톨릭 주교들의 모임을 주선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