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1
대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여름방학. 할머니는 대학생이 된 손녀딸이 노래도 잘한다며 흐뭇해하신다. 며칠 전에는 돈 버리고 지지배 버렸다고 하시더니, 오늘은 대학 보내놓으니 이런 노래도 할 줄 아냐며 좋아하신다. 고마워도 하시는 것 같다. 할머니는 아마 당신의 삶이 떠올라 유별하게도 이 노래를 좋아하셨을 테다. 철들고 할머니 앞에서 노래 부른 기억이 몇 번 없다. 할머니가 노래를 더 불러보라고 했던 기억은 더더욱 없다. 이 노래가 유일했던 것 같다. 아! 할머니는 영화 ‘홍등’을 함께 보시면서도 내게 고마워하셨다. 진짜 좋은 영화라고. 좋은 영화를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할머니를 생각하는데 왜 난데없이 ‘진주난봉가’가 떠오를까. 할머니를 생각하니 ‘진주난봉가’가 떠오르고 ‘진주난봉가’를 흥얼거리니 또 할머니가 생각난다. 대학을 졸업한 지 삼십년이 다 되어가고, 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이십년이 되었다. 그사이 ‘진주난봉가’를 생각하거나 불러본 기억이 없는데 참 이상하다. 요즘 나는 계속 추억팔이 중이고, 할머니와의 기억 때문에 가끔 가슴이 아릿하다. ‘진주난봉가’를 흥얼거리니 할머니와 함께한 나의 스무살이 애절하다. ‘진주난봉가’는 아련한 나의 스무 살 여름 할머니와의 추억이다.
말놀이 함께하는 동무들이 ‘진주난봉가’를 알까. 가애샘과 희진샘이 알 수도 있는 연령인데..., 진주와 가까이 살았던 경희샘은 꼭 알 것만 같은데..., 소연샘은 얼추 내 나이와 비슷한 것 같던데 알지도 모르지. 은정샘은 풍물패에서 북을 쳤다고 한 것 같은데 진짜 알지도 몰라. 막내 민선샘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 같다며 웃을까. 오랜만이라 겨우 가사를 기억해내고 음 이탈을 해가며 불러보는 ‘진주난봉가’. 다 같이 한번 불러볼 수 있을까. 말놀이에 별걸 다 들고 와 불러제낀다며 눈 흘기는 사람은 없겠지~.
<진주난봉가>
울도담도 없는집에서 시집살이 삼년만에
시어머니 하시는말씀 얘야아가 며늘아가
진주낭군 오실터이니 진주남강 빨래가라
진주남강 빨래가니 산도좋고 물도좋아
우당탕탕 빨래하는데 난데없는 말굽소리
곁눈으로 힐끗보니 하늘같은 갓을쓰고
구름같은 말을타고서 못본듯이 지나더라
휜빨래는 희게빨고 검은빨래 검게빨아
집이라고 돌아와보니 사랑방이 소요하다
시어머니 하시는말씀 얘야아가 며늘아가
진주낭군 오시었으니 사랑방에 나가봐라
사랑방에 나가보니 온갖가지 술을놓고
기생첩을 옆에끼고서 권주가를 부르더라
이것을본 며늘아가 아랫방에 물러나와
아홉가지 약을먹고서 목매달아 죽었더라
이말들은 진주낭군 버선발로 뛰어나와
내이럴줄 왜몰랐던가 사랑사랑 내사랑아
화류정은 삼년이요 본댁정은 백년인데
내이럴줄 왜몰랐던가 사랑사랑 내사랑아
너는죽어 화초되고 나는죽어 나비되어
푸른청산 찾아가서는 천년만년 살고지고
어화둥둥 내사랑아 어화둥둥 내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