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녀들아
아빠와 함께 분당에 있는 치과에 간 것도 벌써 네 차례나 되는 구나.
지난 2010년 여름방학 때 서울 방이동에 잠깐 살던 그 혼란스러웠던 그 때에 갔었고
작년 겨울방학 때는 광주에서 올라와 치과진료 후 오랜만에 엄마와 만나 외할머니 댁에서 하룻 밤 자고 아빠차로 내려갔지
그리고 작년 여름방학 때는 치과진료 후 미금역에서 2001 아웃렛에서 엄마와 두 시간동안 만나고 내려갔지
오늘 이제 겨울방학이라 해준, 해림, 해령이 마지막 진료 하고 치과 인근에서 엄마 만났지.
물론 그 전에 엄마 캐나다 가고 없을 때도 여러차례 아빠와 함께 치과에 갔지만
아빠와만 살면서 이렇게 방학을 이용하여 치과 교정치료를 1차로 잘 마칠 수 있어서 참 대견스럽다.
지금 이 시각
너희들은 엄마를 만나 얼마나 좋으냐?
내가 볼 수 없었지만, 엄마와 자녀들의 6개월만의 만남이라... 그 애틋한 재회의 장면에 눈시울이 뜨겁구나.
너희는 늘 엄마와 함께 살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헤어져 살아야 하는지 ....
너희도 뭔가를 조금 알긴 하겠지만, 지금 너희가 보고 부딪히고 느끼는 것이 진실은 아니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빠는 다음 주말까지 가정법원에 제출해야 할 답변서의 내용을 어떻게 정리할 지 머릿속이 복잡하단다.
이 과정에서 진실은 무엇이고 우리 가족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하나 하나 말해 주지도 못하고...
그러나 이젠 너희에게 말 하겠다. 다음 일주일간 한사람씩 접견을 통해 너희가 혼란스럽지 않을 정도의 대화를 나눠야 한단다.
현재 상황과 엄마의 요구사항, 그리고 너희들의 생각을 듣고
나의 생각과 주장이 담긴 답변서를 최종 마무리 하여 제출하게 되겠지.
언젠가는 너희도 알게 될거야. 진실이 무엇인지.
아빠가 왜 너희들을 양육해야 하는지를...
너희는 지금 서울 시청 인근에 있구나.
아마도 엄마와 함께 휘황찬란한 네온과 온갖 상품들이 즐비한 명동상가를 구경하나 보다.
그래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참, 너희에게 차비만 준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이렇단다.
너희가 엄마와 만나서 어디서 무엇을 할지 아빠는 잘 모른단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돈을 줘야 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은 엄마가 지불하게 되는 것이지.
엄마가 너희와 함께 있기를 원하고 너희도 그런 만큼 그것에 따른 책임(비용)은 당사자들이 해결하는 것이란다.
아빠는 직접적으로 너희에게 용돈과 교통비를 별도로 주었으므로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동안에 들어갈 비용까지 아빠에게 지불하라고 하는 것은
일단 엄마를 돕고자 하는 너희 애틋한 마음이란 것은 알기에... 달리 뭐라 하지는 않겠다.
단지 엄마와 아빠는 수지 살던 때 처럼 한 가족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더 얘기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믿는다.
어쨌든 아빠는 마음이 편치 않다.
너희에게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또 그래서도 안돼는 상황들 때문에....
이 심정을 이해할 날이 오리라.
너희에게 부탁이 하나 있단다.
엄마와 할머니와 있는 동안 아빠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말들이 있겠지.
할머니와 엄마가 너희에게 무슨 말을 하든지 또 너희가 무슨 말을 하든지....아빠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은 지켜주기 바란다.
너희가 아빠와 함께 있을 때, 아빠와 살 때는 아빠의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무슨말이냐 하면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있을 때 나누고 들었던 내용에 따라 아빠에게 대하거나 또 태도를 불손하게 하거나 뭔가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들을 하지 말아달라는 말이다. 왜 그것을 너희에게 요구하는지 생각해 보렴.
그 규칙을 지켜야만 너희도 평온하고 아빠도 슬프지 않단다.
너희가 이상해지면 아빠는 힘들단다.
아빠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주고 너희를 올바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란다.
알았지? 잘 따라올 수 있지?
이제 엄마와 할머니와의 2박 3일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기 바란다.
그리고 그 추억은 가슴속에 담아두고 다시 담담하게 생활 속으로 들어가자.
아빠와 함께 다시 한 발 한 발 나아가자꾸나.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아.
수지 현대그린프라자에서 아빠가.
첫댓글 이 글을 읽는데..
엄청 마음이 아프고 절로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내가 아는 지역
그리고 치과
지형이가 교정 받았던 치과....
자녀를 올바로 잘 지도하고 키우고 싶은 제 마음도 함께 느껴져서 일까요?
저는 가족이 함께 살았지만 함께 사는 기간 만큼이나 상처를 더 많이 주고 받았어요
요즘 들어서야 제 심리가 안정이 되어가며 아이들도 조금씩 안정 되어 간다는게
느껴집니다.
사람을 잘 자라게 돕는 거야말로 이 상에서 가장 어려운일 같아요
한편으로는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상황이나 일들을 긍정으로 해석하는
눈과 마음만 있다면 어쩌면 가장 쉽고 즐거운것이
아이들과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