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상 멍들었을 때 ‘당귀수산'
어제 생활한방 강의 시간에는 ‘당귀수산'에 대하여 공부하였다.
처음 배우는 초심자에게는 지식(知識)이지만, 전문가들에게는 상식(常識)인 내용들이 많다.
당귀수산은 한약을 잘 모르는 약국에서도 대부분 취급할 정도로 타박상의 대명사가 되어 있는 약입니다. 타박으로 인해 발생한 멍과 붓기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인데 어떤 작용원리로 멍과 붓기를 제거하는 것일까요?
그럼 다시 당귀수산으로 돌아가서 살펴보겠습니다.
당귀수산은 활혈거어제(活血祛瘀劑)라 하여 혈액에 활성을 주고 어혈을 제거하는 처방이라고 해석합니다. 타박상 등으로 인해 기가 엉키고 혈이 맺혀서 가슴, 배, 갈비 등이 결릴 때 사용하는 약입니다.
활혈거어란 혈액을 잘 돌게 해주고 어혈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선 어혈에 대해서 알아봐야 합니다.
1) 어혈
어혈은 오염이 되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혈액을 말하고, 혈액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신체에 유해한 작용을 끼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순환장애로 인해 정체된 혈액이 성상의 변조가 와서 특정한 병리상태를 유발하거나 다른 병의 원인이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혈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곳에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분적 혈허 상태를 유발할 수 있고, 또 혈관압력이 높아짐으로 인해 혈액이 혈도를 벗어나 출혈성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 어혈이 심해지면 전신 혈액 순환에 문제를 야기해서 하체엔 혈액공급이 어려워 냉증이, 상체에는 혈액이 몰려 열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서 어혈이 상열하냉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또 가슴 두근거림이나, 상기증, 뇌 충혈과 같은 전신적인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어혈은 혈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혈어(血瘀)와 혈이 뭉쳐서 발생하는 어혈(瘀血)로 구분됩니다. 혈어에 관한 약은 궁귀교애탕이나 당귀작약산, 온경탕과 같은 허증의 어혈증상에 대한 처방이 도움이 되고, 당귀수산은 어혈에 대한 약으로 타박으로 인해 혈이 축적되어 발생하는 질환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당귀수산은 당귀미 , 적작약, 오약, 향부자, 소목, 홍화, 도인, 육계, 감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약에 들어있는 본초의 성분들을 살펴봐야겠지요?
2) 당귀
당귀 추출물은 RBC의 응집 속도를 감소시키고 적혈구의 변형능 감소를 억제하며, 삼투압에 의한 용혈을 감소시킵니다.
당귀의 ferulic acid가 혈소판 응집 및 serotonin의 유리를 억제하고, 당귀의 메탄올 추출물을 경구 투여한 결과 acetic acid로 유도된 writhing test에서 농도 의존적으로 진통작용을 나타내며, 당귀는 ferulic acid 및carragreenin 으로 유도된 부종을 유의성 있게 억제하고 acetic acid로 유도된 모세혈관의 투과성 증대를 억제합니다. 당귀미는 정유가 많이 포함돼 있어서 혈행을 돕는 작용이 강하다고 합니다.
3) 적작약
작약은 혈관 확장 작용과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항혈 전 작용과 혈소판 응집 억제작용이 강합니다.
4) 향부자
향부자의 메탄올 추출물이 RAW 264,7 cell에서 NO 및 과산화물의 생성을 현저히 억제한다고 보고되어 있고, carragreen으로 유도한 랫드의 족부종을 억제하는데 이러한 작용은 triterpene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향부자 70% 메탄올 추출물이 진통작용을 나타내는데 이는 말초 및 중추신경계를 통한 진통작용입니다. 또한 향부자는 예로부터 진통 및 진정작용의 약물로 사용되어 왔는데, 벤조디아제핀 수용체에 대한 agonist로 작용하면서 GABA 신경계의 활성을 조절합니다.
5) 소목
소목의 주성분인 brazilin을 이용한 연구로서 랫드의 혈소판 응집을 저해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소목의 hematein은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며, 염증을 억제하고 비만세포의 탈과립을 막는 효과가 있습니다.
6) 홍화
홍화의 알콜 추출물은 혈액응고 시간을 연장시키며, 항염증 및 항산화 기능이 있습니다.
7) 도인
혈전 형성을 억제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합니다. 알코올 추출물의 경우 항응고 작용과 항알러지 효능이 있습니다.
8) 오약
오약은 행기지통, 산한온신, 기역기체 등의 효능이 있습니다. 오약의 물 및 알콜 추출물은 진통작용을 보이고, 부종을 억제합니다.
9) 계지
계지는 인터루킨-1α를 억제함으로써 해열 및 소염 진통 작용을 보입니다. 말초혈관을 확장함으로써 혈압을 낮추고 혈류의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본초 중심으로 살펴보면 당귀수산은 어혈을 제거하는 약물과 기제(氣劑)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적작약과 소목, 홍화, 도인은 타박으로 인한 어혈을 제거하고, 체내에 생긴 출혈을 흡수하고 제거합니다. 오약, 계지, 향부자 등은 기제로 작용해 혈관을 확장시키고 진통작용을 합니다.
이 처방은 왠지 작동하는 방식에서 벤트플라겔과 유사한 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헤파린의 혈전생성 억제작용이 적작약과 소목, 홍화, 도인의 작용과 유사하고, 에스신의 혈관 투과성 개선 작용이 앞서 말한 작약, 오약, 향부자의 작용과 유사하며, 계지의 진통작용이 살리실산글리콜레이트와 비슷하게 해석됩니다.
우리는 타박을 입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상처부위를 손으로 주무릅니다. 그 이유가 손으로 주물러 줌으로써 혈류를 개선시키고,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고자 함이 아닐까요?
타박을 당해 혈관이 손상돼서 염증물질이 정체되고 그로 인해 혈액이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어혈이라고 하고, 그 상태로 인해 충분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조직엔 허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타박은 단순히 타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당귀수산을 복용하면, 타박으로 인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고, 또 혈액순환을 도와 어혈이 쌓여 조직의 기능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석을 한다면 당귀수산의 응용범위는 단순 타박과 부종 통증에만 국한되지 않게 됩니다. 만성적인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견비통 등에도 쓸 수 있고,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겨울철 동상과 수족 저림, 수족 냉증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혈전의 생성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현대인의 질환에도 사용할 바가 많아집니다.
또 타박상을 당한 하루 이틀 뒤의 문제를 개선할 때도 사용 가능하고, 타박을 겪고 시간이 지나 근육의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도 다른 약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되기도 합니다.
당귀수산이 처음 구성된 시절과 달리 현재는 어혈 증상이 생길 기회가 더 많습니다. 부족한 운동량과 스트레스, 휴식의 부족 등으로 어혈은 앞으로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타박상에 좋은 약이다 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당귀수산이 혈액의 뭉침과 혈액 순환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약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응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