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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함께 공부한 시
뿌리에게
나희덕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서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무나
척추를 휘어접고 더 넓게 뻗으면
그 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
네가 타고 내려올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
이제 거무스레 늙었으니
슬픔만 한 두름 꿰어 있는 껍데기의
마지막 잔을 마셔다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져 있을 테니
_나희덕 시집 <뿌리에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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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로부터
나희덕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제는 뿌리보다 줄기를 믿는 편이다
줄기보다는 가지를
가지보다는 가지에 매달린 잎을,
잎보다는 하염없이 지는 꽃잎을 믿는 편이다
희박해진다는 것
언제라도 흩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뿌리로부터 멀어질수록
가지 끝의 이파리가 위태롭게 파닥이고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당신은 뿌리로부터 달아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뿌리로부터 달아나려는 정신의 행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허공의 손을 잡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뿌리 대신 뿔이라는 말은 어떤가
가늘고 뾰족해지는 감각의 촉수를 밀어 올리면
감히 바람을 찢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소의 뿔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뿌리로부터 온 존재들,
그러나 뿌리로부터 부단히 도망치는 발걸음들
오늘의 일용할 잎과 꽃이
천천히 시들고 마침내 입을 다무는 시간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미 허공에서 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사람
_<문예중앙 201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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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희덕 시인
나희덕(羅喜德, 1966. 2. 8. ~ )
1966년 충청남도 논산 출생으로,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상에 대한 따뜻한 응시와 교감을 통한 시적 형상화를 추구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시집 <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야생사과>·<말들이 돌아오는 시간>·<파일명 서정시>,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한 접시의 시>, 산문집 <반통의 물>·<저 불빛들을 기억해>·<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임화예술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나희덕 시인의 말
“랑시에르는‘정치’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는데,‘ 정치’라는 말 대신‘시’를 넣어도 그대로 들어맞는 것 같아요. 시야말로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듣게 하는 역할을 해왔지요. 눈에 보이는 현실을 증언하는 것을 넘어서 ‘몫 없는 자’와‘목소리 없는 자’들을 대신해 말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와 정치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불행하게도 시와 정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요.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고통 받는 자로서 다가가 옆에서 기척을 내고 목소리라도 들려주는 것, 그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이렇게 생각해요.” ___<나희덕 시인의 인터뷰 중 _ 2017년>
<나희덕 시인의 다른 시>
1) 사라진 손바닥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서서히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 빝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2) 마른 물고기처럼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거리고 있었다, 나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몸을 비비는 것처럼
너를 적시기 위해 자꾸만 침을 뱉었다
네 비늘이 어둠 속에서 잠시 빛났다
그러나 내 두려움을 네가 알았을 리 없다
조금씩 밝아오는 것이, 빛이 물처럼
흘러 들어 어둠을 적셔버리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자꾸만 침을 뱉었다, 네 시든 비늘 위에
아주 오랜 뒤에 나는 낡은 밥상 위에 놓인 마른 황어들을 보았다
황어를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나는 너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황어는 겨울밤 남대천 상류 얼음 속에서 잡은 것이라 한다
그러나 지느러미는 꺾이고 그 빛나던 눈도 비늘도 다 시들어버렸다
낡은 밥상 위에서 겨울 햇살을 받고 있는 마른 황어들은 말이 없다
3)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잎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4) 허공 한 줌
이런 얘기를 들었어. 엄마가 깜박 잠이 든 사이 아기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난간 위에서 놀고 있었대. 난간 밖은 허공이었지. 잠에서 깨어난 엄마는 난간의 아기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이름을 부르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아가.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엄마는 숨을 죽이며 아기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어. 그러고는 온몸의 힘을 모아 아기를 끌어안았어. 그런데 아기를 향해 내뻗은 두 손에 잡힌 것은 허공 한 줌뿐이었지. 순간 엄마는 숨이 그만 멎어 버렸어. 다행히도 아기는 난간 이쪽으로 굴러떨어졌지. 아기가 울자 죽은 엄마는 꿈에서 깬 듯 아기를 안고 병원으로 달렸어. 아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들었어. 죽은 엄마는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아랫목에 뉘었어. 아기를 토닥거리면서 곁에 누운 엄마는 그 후로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지. 죽은 엄마는 그제서야 마음놓고 죽을 수 있었던 거야.
이건 그냥 만들어낸 얘기가 아닐지 몰라.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나는 비어 있는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어. 텅 비어 있을 때에도 그것은 꽉 차 있곤 했지. 수없이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그날 밤 참으로 많은 걸 놓아주었어. 허공 한 줌까지도 허공에 돌려주려는 듯 말야.
5) 어두워진다는 것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 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멀리서 수원은사시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고
나무 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5시 45분에서 기억은 멈추어 있고
어둠은 더 깊어지지 않고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배와 살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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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함께 공부하기
<뿌리에게>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제 : 생명 탄생과 성장을 위한 자연의 충만한 사랑
▶성격 : 회상적, 독백적, 생태적
▶특징 : 의인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상 전개, 생명 순환의 구조 표현
1) 시의 이해
시 <뿌리에게>는 5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는 의인화의 수법을 빌려 화자를 ‘흙’으로, 청자를 ‘뿌리’로 비유하고 있다. 뿌리가 ‘푸른 줄기’로 솟아나도록 흙은 자신의 모든 것을 뿌리에게 아낌없이 준다. 흙은 뿌리와의 만남과 뿌리에 영양분을 주며 즐거워하고, 성장을 기원하며, 뿌리가 자라는 데에서 기쁨을 맛보고, 뿌리가 성장할수록 양분을 잃고 황폐해지다가 뿌리가 성장을 마치면 다시 연한 흙으로 돌아간다.
이 시는 모든 생명을 포용하고 길러 내는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하였다. 나희덕 시인은 이 시에서 대립과 갈등이 아닌 조화와 상생의 상징으로 모성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시인의 모성적 상상력은 사랑의 대상을 향해 자신을 끊임없이 비움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일구어 내는 흙의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이 시는 ‘흙’이 화자가 되어 뿌리에게 말을 거는 독특한 형식의 시이며, 생명 탄생과 성장, 소멸과 재생이라는 자연의 순환 질서를 주제로 담고 있다. ‘연한 흙’이었던 화자가 뿌리의 성장을 도우며 점자 황폐해지는 모습은 희생적 사랑의 은유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은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혹은 누군가를 성장시킨 모든 존재로 확장해서 해석할 수 있다.
2) 상징과 의미
가) 흙
생명을 키우는 근원이자 희생과 헌신의 상징 ⇒ 무조건적인 사랑, 모성애, 스승, 선대 세대 등 다양한 존재로 해석 가능하며, 생명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를 의미함.
나) 뿌리
자연 속 생명체이자 성장과 발전을 상징하는 존재 ⇒ 흙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라나며, 세대 간의 관계나 제자의 성장,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의미함.
다) 더운 김, 밝은 피
생명의 에너지와 생육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각적 표현으로, 시적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이미지 ⇒ 흙의 사랑이 실제로 전달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냄.
라) 착한 그릇, 은밀한 기쁨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헌신의 내면적 정서를 형상화한 표현 ⇒ 보이지 않지만 진실한 희생 속의 기쁨과 수용의 의미를 담고 있음.
3) 주목해 보아야 할 시구
▶첫 연의 시작과 끝 연의 시작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 동일한 문장을 반복함으로써 생명의 순환성과 회귀성을 강조하고 있다.
▶1연의 5행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 의인법을 사용했으며 화자인 흙이 뿌리에게 자양분을 전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밝은 피’는 생명력과 희생의 상징으로 헌신적인 사랑의 감정이 담겨 있다.
▶5연의 끝행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져 있을 테니”
⇒ 자연의 순환 질서를 그려내고 있으며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 나희덕 시인은 말했다.
“언젠가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시가 쓰인다면, 그것은 <뿌리에게>에서 가장 먼 자리에서 일 것이다.”
⇒ 이 말을 듣고 나에게 던지는 질문 : 나는 지금 뿌리에서 멀어졌는가, 아니면 뿌리에 머무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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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로부터>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제 : 존재의 근원(뿌리)으로부터 벗어나 감각, 변화, 고독, 자유 속에서 스스로를 찾는 정신적 여정
▶성격 : 성찰적, 의지적
▶특징 :
- ‘뿌리’라는 시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존재의 근원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찾아 나가 는 과 정을 강조하고 있음.
- 연쇄적 표현을 통해 뿌리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과정을 드러냄.
(뿌리 → 줄기 → 가지 → 잎 → 꽃잎)
- 현재형 시제를 통해 현장감과 생동감을 부여함.
- 말을 건네는 어투와 의문형 어미를 사용하며 독자의 사유와 성찰을 유도함.
- 비슷한 문장 구조의 반복으로 의미를 강조하면서 운율을 형성함.
- ‘뿌리로부터 멀어질수록’ 오히려 ‘길이 조금씩 보’인다는 역설적 인식을 바탕으로 함.
- 역접의 접속어를 통해 근원인 뿌리로부터 벗어나려는 의도를 강조함.
- 명사로 시행을 종결하여 시적 여운을 주고 있음.
1) 시의 이해
시 < 뿌리로부터>는 존재의 근원인 뿌리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화자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 시이다. 땅에 깊숙이 내린 안정된 뿌리로부터 벗어나 허공과 같이 불확실하고 위험한 것을 감수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능동적으로 나아가는 화자는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성숙해진 모습을 나타낸다. 화자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뿌리 - 줄기 - 가지 - 잎 - 꽃잎’으로 연쇄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명사로 시를 마무리하여 시적 상황을 부각하는 특징을 보인다.
2) 시의 구성
▶1~2연: 뿌리로부터 멀어지는 과정
▶3~4연: 뿌리로부터 멀어지자 조금씩 보이는 길
▶5~6연: 불안정하지만 스스로 나아가려는 의지
▶7~8연: 뿌리를 뿔로 대신할 때 할 수 있는 것
▶9~10연: 뿌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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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를 함께 들여다보기>
※ 나희덕 시인의 <뿌리에게>와 <뿌리로부터>는 26년의 시간 차이 속에서 삶과 사랑, 성장과 이별, 순환과 초월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 <뿌리에게>와 <뿌리로부터>에 대한 나희덕 시인의 말
<뿌리에게>가 스무 살에 쓴 시이고 <뿌리로부터>가 마흔여섯 살에 쓴 시이니, 두 뿌리 시편 사이에는 이십육 년이라는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뿌리에게>가 뿌리와의 합일을 꿈꾸면서 대지적 사랑과 헌신을 보여준다면, <뿌리로부터>는 뿌리로부터 부단히 달아나면서 덧없는 허공에 자신을 맡긴다.
‘~에게’와 ‘~로부터’라는 조사 역시 정신의 구심적 지향과 원심적 지향을 각각 대변하고 있다.
또한 <뿌리에게>의 화자가 사랑에 대한 매혹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면, <뿌리로부터>의 화자는 사랑에 대한 회의와 불안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뿌리에게>를 지탱하던 종교적 신념은 <뿌리로부터>에 이르러 감각적 움직임에 기대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굳건한 뿌리를 내리느냐보다 얼마나 가늘고 뾰족한 촉수를 밀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을 잃어버린 자가 되어야 하고, 바람을 찢으며 온몸으로 흩날리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희박함’과 ‘위태로움’에 나를 던지는 투신을 의미한다.
이 글을 쓰면서 발견한 것은, <뿌리에게>가 주로 과거형 동사를 쓰고, <뿌리로부터>가 현재형, 현재진행형, 미래형 동사를 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뿌리로부터>의 도입부인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 이제는 뿌리보다는 줄기를 믿는 편이다”는 스스로에 대한 선언이자 주문인 셈이다.
이십육 년 동안 부단히 도망친다고 해도 몇 걸음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좀 더 내몰기 위해 이 시를 썼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시가 쓰인다면, 그것은 <뿌리에게>에서 가장 먼 자리에서일 것이다. <뿌리로부터>에 아직 남아 있는, 뿌리를 벗어나야겠다는 강박관념마저 벗어던진 그 어디쯤에서. ___<나의 대표시를 말한다>에서 / 최두석, 나희덕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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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시의 언어적 차이
<뿌리에게>는 과거형 동사 중심 - 회상과 추억의 언어
<뿌리로부터>는 현재와 미래형 동사 중심 - 선언과 결심의 언어
⇒ 이 차이는 시인의 정신적 성장과 세계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3) 두 시를 읽고 난 후 감상평
우리는 누군가의 뿌리이자 흙일 수 있으며 동시에 뿌리로부터 떠나고픈 줄기이자 꽃잎이기도 하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삶의 정착과 이동, 헌신과 독립을 생각하며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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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마치며 한마디
시를 만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고, 좋은 시를 만나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시를 여러분과 함께 만나서 더욱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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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다 시인의 쓰리고 시반
시 한편을 세번 눈으로 읊조립니다.
시 한편을 두 번 만년필로 필사 합니다.
시 한편을 한 번 그윽하게 낭송 합니다.
한편의 시속에 좋았던 구절을 뽑습니다.
시안에 마음에 드는 시어를 찾아서
생각나는 대로 적습니다.
나만의 시가 완성됩니다.
이다시인 3고 시 반에서
시인이 되는 꿈을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