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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대표인 박경석의 ‘투쟁기’를 엮은 책이다. 그동안의 투쟁의 과정과 내용, 그리고 장애인이 겪고 있는 현실로부터 출발한 그의 고민들이 곳곳에 배어들어 있었다. 2016년부터 박경석의 ‘활동지원 노동’을 시작한 전창조가 출판사와 주변의 제의를 고민 끝에 수락하고, 당사자와의 인터뷰를 포함하여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 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랴서 ‘박경석 말하고 정창조 쓰다’라는 형식의 저작으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책의 겉면을 두르고 있는 띠지에는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투쟁이라.”라는 박경조의 신념이 기록되어 있다.
출근 시간에 지하철에 승차하려는 이른바 ‘지하철 출근 투쟁’에 대한 내용은 그동안 언론의 기사로서 접해왔다. 물론 그에 관한 ‘비장애인’들의 입장이 인용되어 곁들여진 기사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비판적인 내용 일색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들이 왜 혼잡한 출근 시간에 많은 이에게 ‘불편’을 끼치며 투쟁을 하는가에 대한 내용은 아주 간략한 내용을 첨부하거나 혹은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전장연이 왜 그런 투쟁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처럼 ‘과격한’ 방식을 취하지 않으면 무시되기 마련인 장애인들의 현실이 당사자의 입을 통해서 절실하게 토로되고 있었다.
실상 오래 전에 서울을 떠나 살고 있는 나에게 지하철은 일상에서 그다지 실감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출근 시간 지하철 투쟁으로 대표되는 전장연의 활동에 대한 기사들도 큰 관심을 기울여 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렇게나마 자신들의 존재와 권리에 대해 세상에 알리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 즉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역시 ‘비장애인’처럼 충분하게 삶의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틀별한 혜택’을 베풀어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각에 존재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평생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로 여겨지는 장애인들의 입장을 진지하게 공감하며 듣고 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고, 그에 발맞추어 다양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문제는 저자가 지적했듯이, 정치권에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드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겠다. 또한 장애인 정책을 ‘인권’이 아닌 ‘시혜’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도 어려움을 더해주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만 따지는 이 시대, 이 책을 통해서 인권의 관점에서 장애인들이 누려야할 당연한 삶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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