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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조선 후기 현실비판가사’라는 부제의 이 책은 조선 후기의 가사 작품 10편에 주석을 첨부해 엮은 것이다. 주지하듯이 조선 후기의 시대 상황은 권력자들의 다툼으로 인해 일반 민중들의 삶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당대의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가진 이들이 한시(漢詩)와 가사 등의 문학 작품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현전하는 가사 가운데 이러한 작품들을 일컬어 ‘현실비판가사’라 분류하여 그 성격과 특징들을 논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당시의 시대 상황에 비판적인 ‘세태가사’와 관리들의 탐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민중들의 처지를 형상화한 작품들을 이른바 ‘민란가사’로 분류하여 주석을 붙인 것이다.
가사는 시조와 더불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시가 갈래로써, 대체로 1백행을 넘나드는 장형의 시가 갈래이다. 물론 짧은 것은 20행 내외의 작품도 있으며, 긴 것은 2천행이 넘는 작품들도 전해지고 있다. 가사의 형식을 한 행이 4음보의 율격으로 구성된 시행이 연속적으로 구성된 작품들을 일컫기에, 그 길이는 작품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처럼 장형으로 이뤄진 작품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지역이나 사람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고, 대체로 글보다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기에 더욱 해독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 이러한 주석 또는 주해본이 필요하다.
시가 연구자로서 오랫동안 가사를 접해왔으나, 작품에 사용된 일부 표현들에 대해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주석과 해석을 덧붙인 이러한 자료집의 출간이 반가운 이유라고 하겠다. 주석을 하는 이들은 언제나 정확한 의미를 제시하려고 노력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정확한 주석이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두 10편의 가사 작품을 대상으로 주해를 펼친 이 책에서도, 그러한 경우를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물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요즘에 사용되지 않는 표현 혹은 용어들로 인해서 정확한 주석을 포가힐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룬 10작품 가운데 3작품을 제외한 작품들에 관한 작품론은 이미 논문으로 제출한 바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주석 가운데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이 있는가 하면, 일부 주석에서 발견되는 오류 또한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결과를 단지 주해자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실상 내가 풀이한 주석이 정확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오늘날의 언어와 다른 조선시대의 일상어에 기반을 둔 가사 작품의 특성에사 기인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전체적으로 ‘현실비판가사’라는 범주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주해자가 역설한 ‘민란가사’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굳이 밝혀두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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