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제자훈련과 부대낌들을 통해서 한 솥 밥을 먹으며,
심지어 함께 목욕까지 같이하며 한 식구 같이 된 분들이라면 모르지만,
전통적인 유교적 관습에 익숙한 우리 사고방식으로는
은연중에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로부터는
별로 배울 것이나 들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척 초기..., 교인이 없어서도 힘들었지만,
'나이 어린 목사가 하면 뭘 얼마나 하겠느냐'는
편견과 싸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날이 늘어가는 아내의 흰머리칼을 보면서
"나하고 바꾸자~!"할 정도로 늙고 싶었고,
아니, 늙어 보이기라도 하고 싶었을 정도니까요...
(아내는 순전히 집안 내력입니다. 아내의 오빠인 제 친구 녀석은
'백발'입니다. 쯧쯧!)
이제는 저도 나이 사십을 넘기면서 굳이 늙어 보이려 안해도
그동안 개척하느라 이리 저리 몸과 마음이 삭아서(?)인지,
내 나이를 쉽게 읽어내지만,
당시에는 한 살이라도 더 들어 보이려고
무쓰를 바르고 뾰족한 가리마 손잡이 있는 빗으로
머리를 갈라 보기도 하다가, 꼭 비맞은 뭐 뺀질이 꼴이라
다시 머리 감고 대충 털고 나가길 매 주일마다 했답니다...
(그리고 보면 적당히 늙어 보이고, 노숙해 보이는 것도 福입니다...! )
그러나 반대로 담임목사로 시무하던 먼저 교회에서는
모든 분들이 늙으신 분들(? 교회 평균연령 55세)이시라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는 젊은 목사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던지요...
어쨌든 목사의 나이나 생일은 묻지 않는 다음에야
굳이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왜냐구요...?
먼저 교회에서 목사의 생일이라고 꼼꼼하신 老권사님들이
얼마나 챙겨 주시고 선물 주시고 하셨던지...
황송하고 감사하기는 한데, 나보다 먼저 계시던 전임 목사님들이
'주의 종 잘 대접해야 福을 받는다'는 식으로 교육(?)하신듯,
그것을 온 교회적으로 모든 교인들이 줄을 이어 하셔서
제가 무슨 그야말로 꼭 제사장 된 기분이었다니까요...
'아니, 왜들 이러시나이까...?'
행복한 비명(?)이라고 하시는 분이 혹 계시다면 정말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자기보다 연세 높으신 분들로부터 그런 선물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민망한 일인지 아십니까...?
또, 교회 성도들이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에 관심을 갖고,
각종 공예배를 기억하며 주일 성수에 철저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본질은 저만큼 가버리고
'목사 잘 대접하면 福 받는다'는 무슨 거래라도 하는 듯한 마음으로 한다면,
그리고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뿌듯해 한다면
그게 무당이지, 어찌 목사의 할 짓(?) 이겠습니까...
지금 우리 교회는 어떻게 하냐구요?
개척하던 처음부터 그런 분위기가 안 들도록 훈련을 잘 했습니다.
목사의 생일은 끝내 안 밝히고,
그리고 용케 알아도 그런거 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랫동안 놀다가(?) 취직한 청년 아무개로부터
첫 월급 받았다고 제꺼하고, 우리 강도사님꺼하고 와이셔츠 사왔길래
제가 속없이 무진장 좋아하며 받았습니다.
첫 월급으로 사왔다니까... 너무 그 마음이 이뻐서...
또 생일 선물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