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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하는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과거 공부를 위한 유가 경전을 읽고, 여럿이 모여 담소하는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평생 과거 공부에 매달리고, 과거에 급제하면 관직에 진출하여 관리로서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서, 그것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여 평생 매달리며 살았던 이들도 적지 않다. 조선 전기를 살았던 강희안(1418~1465)은 당시 명문가로 평가받는 집안에서 태어나, 과거를 통해 관리로서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집현전 학자로 훈민정음의 주석 작업에 참여하는 등 학문에 뛰어났으며, 한시와 서예 그리고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던 지식인이었다. 능력에 비해 두드러진 관직을 맡지 못한 강희안을 안타까워 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정작 그는 날마다 책을 읽고 꽃과 나무를 키우는 일을 더 좋아했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다.
‘선비, 꽃과 나무를 벗하다’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 역시, 꽃과 나무에 대한 강희안의 열정을 잘 보여주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꽃과 나무에 대한 그의 취향을 주변에서도 잘 알고 있었던 듯, 지인들이 귀한 꽃을 구하면 강희안에게 가져다주어 적지 않은 식물들을 소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아가 다양한 문헌에서 꽃에 관한 기록을 접하면 정보들을 따로 수집하고, 꽃과 나무를 키웠던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기도 했던 것이다. ‘꽃을 키우는 것에 대한 사소한 기록’이라는 의미를 담은 <양화소록(養花小錄)>이라는 책은 꽃과 나무를 키우는 각종 기록과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엮은 것이다. 꽃과 나무를 키우다 보면 추운 겨울을 잘 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게 되는데, 주로 온실을 만든다거나 화분에 담아 따로 재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귀한 꽃들을 화분에 심어 키우는 방법들에 관해서 소개하기도 한다.
꽃과 나무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엮으면서 강희안은 <양화소록>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동생 강희맹에게 서문을 받아 권두에 수록하였다. 이어서 자신이 쓴 서문을 첨부하고, 이어서 노송과 만년송 등 모두 16종의 식물을 항목별로 배치하고, 그에 관한 다양한 기록들을 모아서 전제한 후 해당 식물을 키웠던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첨부했다. 그리하여 원문은 저자가 인용한 중국의 문헌과 강희안 자신이 쓴 글을 구분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식물은 기후와 토양 등 환경에 따라 성장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에, 책에서 접한 내용들과 자신의 식물 재배 경험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인해 조선 후기에까지 식물 재배에 관심이 높인 이들에게 주요한 참고서로 역할을 햇다고 평가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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