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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신동엽 시인은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거두지 않았던 이른바 ‘참여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대학 시절 그의 시집을 손에 들고 탐독하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이 책은 '신동엽 문학기행'이란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인 신동엽의 삶과 역정과 작품 세계를 아울러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충남 부여 출신의 시인으로서 독재와 억압에 맞서 참다운 문학의 정신을 노래한 시인, 신동엽. 장편 서사시 <금강>을 통해 '갑오농민혁명'으로부터 '4.19'에 이르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노래했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껍데기는 가라 / 한라에서 백두까지 /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외치며, 남과 북의 통일된 조국을 꿈꾸웠던 시인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좋아했던 문학도로서, 한동안 손에 잡지 못했던 신동엽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이 책의 저자들의 글을 통해서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불과 40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50년도 더 지났지만, 신동엽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오래토록 기억되는 시인이라고 하겠다. 그의 고향인 부여에는 ‘신동엽문학관’이 건립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그곳에 가보지는 못했다. 이 책을 읽은 김에, 이번 가을에는 부여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신동엽문학관’도 들러보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11명의 필자들이 참여한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고향인 부여에서의 생활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부여시대’, 결혼을 해서 비로소 생활인으로서 정착하게 된 서울 생활을 소개한 ‘서울시대’, 그리고 그의 제주도 여행기와 문학관 등에 관한 내용의 ‘제주도와 문학관’이라는 항목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 가운데 고향인 부여에서의 생활을 작품과 함께 그려보는 '부여시대'가 맨 앞에 놓여있다. 5명의 필자가 ‘생가’와 ‘금강’, ‘낙화암’과 ‘백마강가’, 그리고 ‘공주 우금치, 부여 곰나루’라는 제목으로 그의 작품에 나타난 각각의 장소에 대한 이미지와 의미를 짚어보고 있다. 시인이 죽은 후 오랫동안 부친이 살았던 생가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고 하니, 부여에 갈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들러봐야 할 장소라고 하겠다. 특히 이 장소들은 그의 작품들이 탄생된 주요 배경이기에, 글들에는 적지 않은 시인의 작품들이 인용되고 있다. 지인들의 말과 각종 기록들을 통해서 신동엽이 역사와 현실에 관심이 깊었고, 독재로 치닫는 당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부인인 시인 인병선과 결혼을 한 후 시작된 서울에서의 생활을 '서울시대'라는 두번째 항목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의 신혼 생활의 흔적이 깃든 ‘돈암동’과 한때 교직에 몸담았던 ‘명성여고’, 그의 첫 시집의 출판기념회가 열렷던 ‘시울시청 부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시 <종로5가>의 배경인 ‘종로5가’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특히 ‘명성여고’ 교사 시절의 흔적을 찾는 과정 가운데 등장하는 가곡창 예능보유자인 조순자 선생의 이름을 발견하여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10여년 전 국악방송국에서 조순자 명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내가 매주 고정 게스트로 한동안 출연해서, 시조와 가객들에 대해 대담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연으로 한동안 가곡창을 배우기도 했고, 이후에도 간간이 소식을 주고 받는 사이이기도 하다. 국어 선생님으로서 신동엽 시인을 기억하고 회고하면서, 중요한 진술을 남겨 연구자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마지막에는 시인의 제주도 여행 기록과 문학관 건립 등에 관한 장소와 흔적들을 좇아 '제주도와 문학관'이라는 항목에서는 모두 4명의 필진이 참여하였다. ‘신동엽이 본 공사장’과 ‘제주도’, ‘신동엽 시비와 묘지’와 ‘다시 생가와 문학관’이라는 제목으로 4명의 필자들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이상으로 모두 13개의 글을 통해서, 각 저자들이 소개하는 신동엽의 삶과 작품들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여전히 서가에 꽂혀있는 그의 시집과 전집들을 조만간 다시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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