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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은 사람의 피부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는 것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문신을 한 사람은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인식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여전히 조직폭력배들을 검거했다는 뉴스에서는 팔이나 상반신을 꽉 채운 문신들을 지닌 이들을 세워놓고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한다.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 문신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러한 보도 경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아울러 문신을 한 사람은 군대에 갈 수 없다는 조항도 역시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문신이 언제부터 시작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채 1백면이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문신의 역사와 실태, 그리고 각 문화에서 지니는 의미 등을 조명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웠던 사실은, 중국의 문헌인 <삼국지>의 ‘위지 동이전’에 삼국시대 초창기 한반도에서도 문신을 했다는 기록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먼저 ‘문신에 관한 몇 가지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서술을 시작하고 있다. 문신을 하는 것에는 ‘문화에 대한 질문이 숨어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그에 대한 역사와 의미를 조명함으로써 ‘문신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리하여 ‘오래된 문신의 흔적들’을 좇아, 고대로부터 문신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그리하여 알프스에서 냉동된 채로 발견된 고대 사냥꾼의 몸에서 문신이 발견되었고, 이와 함께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에서 다양한 문신 문화가 존재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제 저자는 ‘문신의 기원과 사회적 기능들’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통하여 문신이 지닌 의미는 ‘주술적 기능’과 ‘종족표지기능’이나 ‘신분표지기능’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능’으로 변화했음을 밝히고 잇다. 그렇게 본다면 최근 여성들에게 유행하는 문신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능’이라면, 조폭들의 그것은 ‘종족표기’ 혹은 ‘신분표지’의 기능이 변화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몸에 무언가를 새겨 넣는 ‘문신의 사회적 효과와 욕망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문신이 존재했던 문화에서는 ‘문신을 하는 방법과 절차 그리고 자격과 시기가 정교하게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종의 ‘욕망의 간접화’이며, ‘문신은 한 사회의 지배질서가 신체 위에 실현되는 방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각 문화에서 ‘문신할 나이, 그리고 문신의 기술’이 지니는 특징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와 함게 때로는 ‘금지된 문신과 형벌문신’도 존재했음을 강조한다. 예컨대 동양에서는 얼굴에 낙인을 새기는 형벌인 묵형(墨刑)이 존재했는데, 바로 ‘형벌 문신’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문신은 하나의 당당한 패션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문신의 귀환’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다층적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긍정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혐오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새로운 종족의 출현과 문신이라는 패션’의 형성은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신을 하는 타투이스트가 하나의 직업으로서 인정을 받고, 그에 호응하여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을 상징하는 표식들을 새기고 있다. 그러한 흐름을 받아들이고, 문신도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신의 역사>를 조망하여, 그 의미를 살핀 이 책의 내용은 대단히 유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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