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조승연 작가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생각나는대로 적은 것입니다.
오늘 탄핵 가결 됐지요 ^^ 대한민국 국민들 정말 위대합니다. 앞으로도 화이팅!!
[jtbc '말하는 대로' 조승연]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전쟁을 하던 시절..
고대 그리스는 민주국가였고 페르시아는 황제가 말 한 마디만 하면 졸병의 손가락까지 까닥하게 할 수 있는
일사불란한 체제가 갖추어져 있고 백만대군을 거느린 제국이었다.
페르시아 황제는 그리스 아테네로 사신을 보냈다.
"우리 황제에 굴복하면 부귀영화를 주겠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면 너희 모두를 죽여버리겠다."
당시 아테네는 직접민주주의 나라였으므로 모든 시민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어 토론을 하였다.
도저히 이길 수 없으니 항복하자는 사람들도 있었고,
노예로는 하루도 못 살겠다고 맞서 싸우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을 하면서 시끄럽게 다투고 싸우는 장면을 바라보던 페르시아 사신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페르시아로 돌아가 황제에게 이렇게 보고를 했다고 한다.
"아테네 항복은 굳이 받아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붕괴될 것입니다."
페르시아는 백만대군으로 공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아테네는 성공적으로 나라를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멸망시켜 버렸다.
많은 인문학자들은 이것을 이렇게 해석한다.
'그리스처럼 시끄럽게 떠들면서 토론으로 만들어내는 사회체제가
어느 한 명의 결정으로 만들어지는 사회체제보다 우월하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싸운다고 무조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없는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어 전혀 헤어나지 못한 나라들도 많았다.
그러면 그 고대 그리스와 없어진 나라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에는 민주주의 이전에 전해 내려오던 전통이 있었다.
그들은 싸울 때 꼭 이기려고 싸우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싸우는 진짜 이유는 견주어보고 견제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파라곤 정신)
※파라곤 정신: 그리스는 금을 화폐로 사용했는데 당시에도 위조화폐가 있어서
진짜 금이 닿으면 색이 변하는 파라곤(paragon)이라는 돌을 이용했다고 한다.
금도 파라곤에 대봐야 가치를 알 수 있듯이, 사람이나 나라도 어려운 상황에 대봐야 진가가 드러난다.
나는 대학교 1학년때 펜싱을 배운 적이 있는데 역사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18세기 펜싱스타일로 가르치고 있는, 머리가 허연 스승님을 찾아갔다.
그런데 펜싱은 채점이 참 어려운 경기이다.
TV중계를 보아도 삐~ 소리 날 때까지 누가 누구를 찔렀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요즘엔 여러 가지 전자장치를 해서 누가 먼저 찔렀는지 알 수 있게 하는데
그 스승님은 절대로 그런 전자장비를 사용하지 못 하게 하였다.
전자장비는 펜싱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럼 어떻게 점수를 매깁니까?" 물었다.
펜싱은 칼이 워낙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찌른 사람조차도 내가 제대로 찔렀는지, 빗나갔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점수가 났는지 안 났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데 누구이겠는가?
칼을 맞은 사람이다.
펜싱에 '투셰'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찔렀다'라는 말이 아니라 '찔렸다'라는 말이다.
펜싱에서는 득점을 한 사람이 아니라 실점을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상대방에게 점수를 주는 것이 펜싱의 법도라는 것이다.
옛날의 펜싱은 무예(武藝)였다.
그럼 그 무공(武功)은 언제 쌓이는 것인가?
'투셰!'라는 말을 할 때 쌓인다.
'내가 맞았다! 내가 잘못했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의 무공이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고 싶지 않다고 '투셰'라는 말을 하기 싫으면 마음대로 하라~
그러나 손해보는 사람은 누구다? 너다.
사마천의 사기에 주나라 여왕(厲王)의 이야기가 나온다.
여왕은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다 잡아들여 사형을 시키고
"이거 봐라. 내가 백성들 불만을 다 없앴다!"라고 하자 '호'라는 신하가 이렇게 말했다.
"진짜 뛰어난 군주는 오히려 자신을 욕하는 풍자가들의 말을 모으러 다닙니다." 왜?
그 말을 안 듣고 나라를 운영하면 누구의 손해인가? 군주 자신의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파라곤 정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리더의 기본자질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이 소중한 정신을 잃어버렸을까?
대한민국은 경쟁사회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기는 게 옳다고 가르친다.
싸움을 왜 하냐? 이기려고 한다.
공부를 왜 하냐? 다른 애들을 꺾고 1등을 하려고 한다.
스포츠 경기에 왜 나가나? 상대를 꺾고 금메달을 따려고 나간다.
그러면서 우리는 멋있게 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 쉬운 말.. "네가 이겼어!" 이 한 마디를 안 한다.
더군다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는 사고방식을 가지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사람을 좋아하고 신봉하게 된 것은 아닐까?
우리가 한 단계 더 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멋있게 지는 사람이 더 멋있는 사람이라는 신사도를 회복해야 한다.
조승연 작가가 대학교1학년때 펜싱을 배우려고 했었습니다.
그는 역사도 워낙 좋아하는지라 지금의 펜싱이 아닌 과거처럼 가발을 쓰고 펜싱경기를 하는 그런곳을
찾아서 펜싱을 배웠다고 합니다.
가끔 펜싱경기를 보시면 잘 아시겠지만 펜싱은 점수를 내기 정말 힘든 경기입니다.
워낙 서로간의 공격이 빠른지라 심판자들도 뿐만 아니라 공격을 성공한 사람도 본인이 점수를 냈는지
알지 못하지요.
그래서 펜싱경기를 할 때 선수들은 온몸에 센서를 단 경기복을 입고 경기를 하며 점수를 내는 디지털
스코어링을 하는데 조승연 작가님이 다녔던 펜싱학원은 스승님이 디지털스코어링을 일체 하지말도록
했었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점수를 딴것을 알 수 있을까요?
펜싱이라는 경기는 점수를 낸부분에 대해서 공격자도 모를정도로 속도감이 있는 스포츠입니다.
그런데 이를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격을 받은 당사자이며 찔리는 순간 "투셰"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그럼 공격을 받은 당자사가 투셰라고 외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과거 펜싱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검술이였습니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검술에서 적에게 한번찔리면 그대로 죽거나 치명상을 입는것이지요.
그렇기에 더 연마를 해야하는 일종에 호신술 또는 무술인 샘이였던것입니다.
경기에서는 찔린사람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는 누구 손해일까요? 결론적으로 찔린 당사자의 손해입니다.
패배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내공을 쌓을 기회를 스스로 버린샘이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은 치열한 경쟁사회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하기 시작했죠.
"승리를 축하한다 내지는 멋진경쟁이였다"라는 말이 없어진지 오래된것 같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계속적으로 이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우상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과거 독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꼭 승리하겠다라고 선언한 아돌프 히틀러라는
젊은 정치인이 국가의 리더로 뽑혔던 사례입니다.
그 결과는 다들 아시는데로 입니다.
몇살에 대학교에 입학해야하고 졸업하고나서 대기업을 취업해야 하고 전세자금정도는 마련해야하고
30초반정도에는 결혼을 해야하고 아이를 낳고...
누군가 정한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정해진 틀에 맞춰서 살기위해 누군가와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대기업 또는 공기업을 취직하기를 선호하는 이시대에... 남에게 지지 않기 위해 아니 이기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하는 지금시대에 "투셰"라는 펜싱의 정신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라곤 (고대 그리스시대에 금에 갖다 대어서 화학작용을 통해 금의 진위를 알아내는 돌)
파라곤 정신이란 '금도 파라곤이라는 돌에 대어 봐야 진짜 금인지 가짜금인지 구별할 수 있듯, 사람이나 조직, 나라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는 의미.
인간 사회에서의 싸움은 불가피하다. 파라곤 정신이 말하는 싸우는 이유는 단순히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닌 '견주어보고 견제를 하기위함'이다.
- 말하는대로 조승연 강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