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인데,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6,1-8
1 우찌야 임금이 죽던 해에,
나는 높이 솟아오른 어좌에 앉아 계시는 주님을 뵈었는데,
그분의 옷자락이 성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2 그분 위로는 사랍들이 있는데, 저마다 날개를 여섯씩 가지고서,
둘로는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발을 가리고 둘로는 날아다녔다.
3 그리고 그들은 서로 주고받으며 외쳤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
4 그 외치는 소리에 문지방 바닥이 뒤흔들리고 성전은 연기로 가득 찼다.
5 나는 말하였다.
“큰일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
6 그러자 사랍들 가운데 하나가 제단에서 타는 숯을 부집게로 집어
손에 들고 나에게 날아와, 7 그것을 내 입에 대고 말하였다.
“자, 이것이 너의 입술에 닿았으니
너의 죄는 없어지고 너의 죄악은 사라졌다.”
8 그때에 나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소리를 들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
내가 아뢰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육신을 죽이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0,24-33
그때에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24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고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
25 제자가 스승처럼 되고 종이 주인처럼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람들이 집주인을 베엘제불이라고 불렀다면,
그 집 식구들에게야 얼마나 더 심하게 하겠느냐?
26 그러니 너희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27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에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에서 말하여라.
너희가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선포하여라.
28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29 참새 두 마리가 한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30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31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32 그러므로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33 그러나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1989년 가을입니다. 신학교에서는 ‘자치회장’ 선거가 있었습니다. 자치회장 후보로 나온 동창이 제게 ‘지지 연설’을 부탁했습니다. 자치회장은 신학생의 대표입니다. 동창은 자치회장을 하고 싶은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저는 동창을 위해서 지지 연설을 준비했습니다. 그때 제가 택한 성경 말씀이 오늘 독서에 읽은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 그러자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응답하였습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저는 친구를 위해서 뜨거운 마음으로 ‘지지 연설’을 했습니다.
그리고 연설의 마지막에 윤동주의 시 십자가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응답과 윤동주의 열정이 통했는지 동창 신학생은 자치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자치회장을 하면서 동창 신학생의 절박함은 신학교 생활의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동창 신학생은 사제가 되어, 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저를 기꺼이 도와주었습니다. 1998년 대한민국의 IMF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고, 저의 집도 그 수렁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동창 신부는 제게 따뜻한 손길을 주었고, 저는 친구의 도움으로 IMF의 수렁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당시 신학교에는 낙산 중창단이 있었습니다. 후배 신학생이 이사야 예언자의 응답을 모티브로 곡을 만들었습니다. 그 곡의 제목이 ‘Ecce ego mitte me!(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보내 주십시오)’입니다. 멜로디는 경쾌하고, 장엄합니다. 가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오 주여 나 보내 주소서 주 나 여기 있으니
나를 보내주소서 님의 그 말씀 따라 나 살고자 하오니
추위에 목마른 자 위하여 보내소서 여기있소
사랑에 굶주린 자 위하여 보내소서 여기있소
당신처럼 나도 살으리니 보내소서 여기있소
보내소서 여기있소 여기있소
고난받는 내 민족 위하여 내 정력 다해 사랑케 하고
아픔에 있는 형제를 찾아 당신의 희망을 그에게 주리다 나에게
고난받는 민족을 위하여 내 정열 다해 사랑케 하고
아픈 내 형제를 찾아서 당신의 위로 그에게 주리다 나에게
나 여기 있으니 주여 나를 보내주소서 주여 나를 주여 나를 보내소서 나를 보내소서 주여”
지금 다시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가사와 멜로디입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유트브에서 한번 들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Ecce ego mitte me!(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보내 주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그리고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이번 주 본기도는 이렇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타락한 세상을 성자의 수난으로 다시 일으키셨으니 저희에게 파스카의 기쁨을 주시어 죄의 억압에서 벗어나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내가 마당을 쓸면 지구의 한 모퉁이가 깨끗해집니다. 내가 꽃 한 송이 심으면 지구의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집니다. 내가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면 지구가 온통 아름답고 밝아집니다. 그렇습니다. 남이 아니라 지금 내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출처 : 우리들의 묵상/체험 ▶ 글쓴이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