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노트북 전원 버튼이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블로그 활동이 어쩔 수 없이 중단돼 버렸었다
부상 당한 노트북이 저 혼자서 서울의 서비스 센타에 올라가
보름 가까이 입원 치료를 받고서 돌아오니
그동안 찍어놨던 사진들이 포화 상태를 이룬다
대단한 사진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버리기에는 아무래도 아까운 생각이 들어
시의에 떨어진 사진들이지만 두서없이 올려보기로 한다
밑에 올리는 「창녕 화왕산」 사진도 그 중의 하나로
이 사진은 지난 10월 6일(일)의 초사 산악회 제 247차 산행을 기록한 흔적이다
출발 장소인 아산시청에서 감나무 사진을 담아보고!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에 있는 선산 휴게소 뒷동네의 아침 풍경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칠곡과 현풍을 지나며 간만에 들여다 보게 되는 남녘의 산하들은
오후에 비소식이 있어서인지 안개와 구름이 짙게 깔려 있어
어느 지역을 지나가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짐작이지만 진달래로 유명한 현풍의 비슬산에 다가선 것 같았고!
거의 네시간 가까이 돼서야 관룡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팀을 가르니 종주팀은 겨우 여덟명이 나서고 나머지는 모두 B팀이라네!
주차장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산은 구룡산(741m) 같은데
등날이 예사롭지는 않으나 예전에는 저 능선으로도 화왕산을 드나들었었다
피튜니아 꽃으로 장식한 꽃다리(구룡교)를 건너 약 2km 거리의 관룡사로 진행한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관룡사 일주문
절로 들어가는 좁은 문
"그냥 제절로 가는 문이 아니라 사찰로 가는 들어가는 문입니다요 ㅎ"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준다는 고찰 관룡사의 오랜 역사와 특징을 안내판에서 읽어 본다
복전함(福錢函)을 채우는 금전(金錢) 보시(補施) 대신
대충 절의 규모와 가람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것으로 달갑잖은 절손님 노릇을 했다
오랜된 사찰답게 절의 규모나 짜임새가 빈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
산사 모임이라도 치르려는지 마침 마당에 국화를 배열하고
이를 돌보는 스님의 손길이 분주하여 숙연한 마음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마당가를 차지한 흰둥개가 선하품을 하고 있었다
용선대 가는 길이 헷갈려 절뒤의 승탑 방향으로 올라갔더니
수다대장님으로 부터 전화가 온다
"거긴 암릉길이예요"
왔던 길을 되내려와 절앞에서 수다대장님과 합류하여 용선대로 향한다
일행들은 이미 용선대로 출발한지 오래 되었고!
용선대의 얼굴바위
바위 사이에 낑겨진 둥근 바위도 용선대를 신비롭게 하는 기암이다
가부좌를 틀고 멀리 아랫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는 좌불상 앉은 곳이 바로 용선대(龍禪臺)이다
헌데 좌대와 불상의 색조가 서로 다른 걸 보면 불상은 나중에 앉혀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용선대를 떠나 관룡산으로 올라가는 등로에는
소나무 군락지와 잡목으로 빼곡한 숲길이 이어진다
양옆으로는 낭떠러지라서 길게 줄을 띄워 놓았는데 등로 명칭이 '옥천 2등산로'라네!
관룡산(754m) 정상
잡목이 우거져 조망은 없고 커다란 정상석과 깨진 받침돌이 널브러져 있다
용천 삼거리 직전의 이정목
등로 곳곳에 코스모스처럼 긴 꽃대를 한들거리는 구절초가 흐드러져 있었다
강한남님의 예리한 눈을 벗어나지 못하고 체포된 표고버섯의 자생지
용천삼거리는 구룡산에서 오는 산님과 용선대에서 올라오는 산님들이 만나는 삼거리이다
힘들게 올라온 산객들이 다리쉼을 할 수 있는 넓은 평지라서
예전에는 막걸리를 팔기도 했었다
임도처럼 넓은 숲길을 지나니 드디어 화왕산성이 보이기 시작했고!
"와~ 와~! 좋다!"
뭐가 좋은지는 모르지만 좌우지간 좋다고 하니 괜히 좋아진다
허준 세트장
어디서 몰려들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느라 붐비고 있었다
세트장 안을 들여다 보는 수다대장님과 줌으로 당겨 본 배바위
길 아랫쪽에는 작은 연못도 있더라!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지만 라이더들도 지나가고!
이삭여뀌
우산 이끼
산자고?
미역취
배바위쪽으로 산행길이 있는줄 알고 세트장 앞산의 전망대로 올라갔으나
길은 전망대를 오르는 산책로였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전망대에 퍼질러 앉아
각자 싸온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며 화왕산성 가는 길을 잡아 봤다
화왕산성 동문
화왕 산성은 화왕산(756m)을 감싸고 있는 퇴뫼식 산성이다
성벽의 둘레는 약 2.7km이며 현재 성벽과 동문, 서문, 그리고 물을 저장하는 접수지가 남아 있다
화왕산성은 '비화가야'부터 조선에 이르기 까지 창녕의 군사적 기지로 사용되었으며
임지왜란 당시에는 홍의 장군 곽재우 장군이 근거지로 삼아 큰 전공을 세운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창녕 조씨의 발원지라고도 했던 것도 같은데...!
화왕산 하면 가을 억새와 봄 진달래로 유명한 산인데
15년 전(2009년) 음력 정월 보름에 민속놀이였던 억새를 모아 '달집태우기 행사'를 하던 중
돌풍이 불어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연기와 불에 타 죽는 불상사가 생겼었다
그 이후로 전국의 달집 태우기 행사는 시나브로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 당시 친한 지인이 행사 구경이 하고싶다 하여
"나는 사정이 생겨 못 가지만 당신이나 다녀오라"고 적극 권장을 했었다
허나 지인도 "형님 안가면 나도 안간다" 하여 화(?)를 면했는데
이후 만난 지인이 "형님 말 듣고 행사에 갔더라면 큰일 날뻔했다"고 하여
"에이 이사람아 세상 구경중에 제일 재미난 구경이 쌈 구경과 불구경인데 그 좋은 구경을 놓치다니..."
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었다
산성 안으로 진입하여 오른쪽 성벽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언덕을 오르며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의 장관을 만끽(滿喫)할 수 있었으니
긴 산행을 택한 보람이 있다
-산성에서 셀카놀이를 하는 일행들-
옆으로 찍고~
세워서 찍고!
누가 남겼나~~ 돌세우기의 묘기를~~!
억새는 산억새와 물억새로 나뉜다지만 생김새로 구분을 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지나 온 길(세트장 부근의 점심을 먹었던 산)
개쑥부쟁이
불루데이지(청화국)
오르막 길의 억새와 배바위 전경
정상을 향해 가는 길
구절초와 마타리꽃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전호
여기까지 1부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