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길었던 올 여름 더위와 장마를 견뎌내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농작물(農作物)들이
바야흐로 결실을 맺어 수확의 기쁨을 안겨 주고 있다
선선해진 기온이 새벽에는 제법 추위를 느끼게도 하지만
한낮이 되면 땀이 흐를 정도로 가을 볕은 아직 위세를 잃지 않았다
눈을 뜨게 되면 우선 창을 열고 살펴보게 되는 아침 색깔에 따라 하루의 일정을 잡게 되곤한다
10월 10일(목)
붉게 물이 들어 가는 화살나무
새콤달콤한 열매가 맺어진 머루포도는 일부를 따서 술을 담갔는데 맛이 어떨지...!
10월 11일(금)
털여뀌
미국 쑥부쟁이
대추나무에 돋아 난 당당한 버섯
나팔꽃
10월 13일(일)
선장포 노을 공원 가는 길목에 있는 도도짬뽕집에서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오다 내경리 들판을 잠시 들렸다
벼를 베고 난 자리에 움이 솟아 낟알이 달린 벼이삭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이모작(二耗作)을 해도 될랑가?"
10월 14일(월)
무궁화와 삼색버들 사이에서 키를 높인 털여뀌가 대견하다
안간힘을 다 하는 가을장미
백일홍 꽃몽우리
풍선덩굴꽃
수박풀 열매
수세미꽃과 나나니벌
10월 15일(화)
천일홍(백)
오늘은 이웃동네인 신평면 남산리의 카페로 점심을 먹으러 왔다
카페 내부 장식은 꽃을 말린 허브차 재료들이 주를 이룬다
점심 메뉴는 야채 샐러드와 들깨 수제비, 그리고 팥빙수를 주문했다
천일홍
가냘퍼진 민들레
작은 농수로 주변의 '차풀'이 앙증맞은 노랑꽃을 잔뜩 피워 놨더라!
코스모스
요즘 흔하게 보이는 뚱딴지꽃
10월 16일(수)
아침이슬을 담뿍 받아 신비로운 모습이 된 칸나 열매는
치장을 좋아 하는 여인을 닮았는지 거미줄까지 우아하게 걸쳤다
곱게 물이 든 화살나무
덩굴식물인 나팔꽃이 꽃복숭아 나무를 점령했다
며느리 배꼽
한삼덩굴꽃
분꽃
흰색으로 피더니 점점 분홍빛을 띠어가고 있네
퇴원한 딸래미와 함께 실옥동(쪽지벌)에 있는 식당에서 닭백숙으로 점심을 먹고
곡교천변의 카페로 차를 마시러 들렸다가 잠시 천변길을 걸어봤다
시무룩한 저녁 노을
다시 안개가 내려앉은 17일(목)은 텃밭의 꽃들과 격의 없이 노닐었다
장미가 훔친 옥구슬
칸나
산앵두꽃
우리집 산딸나무 열매는 약간 기형(奇形)이다
눈을 화사하게 해주는 화살나무의 몸매는
어떤 말보다 그저 곱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고!
아스타 국화도 어느새 만개(滿開)를 이루었구나!
다시 뒤돌아 와 들여다 보는 칸나는
정말 절색(絶色)의 열매를 가졌다
매년 무심히 보아 넘겼는데 '나태주'의 말처럼 "자세히 보니 예쁘다"
뭉쳐서 자라는 돌나물도 성근 몸매가 기특하이!
속속이풀
한련초와 천일홍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이른봄부터 피고지기를 거듭하는 해당화
코스모스의 눈물은 맑다
꽃자루를 길게 내민 백일홍은 좀 더 벌님이 가까이 오기를 고대하는 몸짓이지!
꽃범의 꼬리
꿩의 비름
땅두룹
들깨(野荏子)에 앉은 이슬이 신묘스러워 찍었는데...!
벼를 베고 난 그루터기에 성급한 새싻이 돋는다
허나 힘든 시기를 다 이겨내며 모든 식물들을 다 키워낸 어머니같은 대지(大地)도
이제 조용히 겨울잠에 들어갈 시기가 다가왔다
가을 곁에서 들여다 본 오늘의 하루에 아쉬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