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4일 금요일
[ (홍)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
안드레아 둥락 성인은 1795년 베트남 박닌의 이교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823년 사제가 된 그는 베트남의 여러 지역에서 열정적으로 사목 활동을 펼쳤다. 1833년 박해가 시작되자 베트남 교회의 주요 인물이었던 그는 관헌들의 끈질긴 추적으로 체포되어, 1839년 참수형으로 순교하였다. 198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그를 비롯한 116명의 베트남 순교자들을 시성하였다.
입당송
갈라 6,14; 1코린 1,18 참조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지 않으리라. 십자가의 말씀이 구원받은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이다.
본기도
만물의 기원이시며 아버지이신 하느님, 복된 안드레아와 동료 순교자들이 피를 흘리기까지 성자의 십자가를 충실히 따르게 하셨으니 그들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가 하느님의 사랑을 형제들에게 전하며 하느님의 참된 자녀로 살아가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그들은 제단 봉헌을 경축하였는데, 기쁜 마음으로 번제물을 바쳤다.>
▥ 마카베오기 상권의 말씀입니다. 4,36-37.52-59
그 무렵 36 유다와 그 형제들은 “이제 우리 적을 무찔렀으니 올라가서 성소를 정화하고 봉헌합시다.” 하고 말하였다. 37 그래서 온 군대가 모여 시온산으로 올라갔다.
52 그들은 백사십팔년 아홉째 달, 곧 키슬레우 달 스무닷샛날 아침 일찍 일어나, 53 새로 만든 번제 제단 위에서 율법에 따라 희생 제물을 바쳤다.
54 이민족들이 제단을 더럽혔던 바로 그때 그날, 그들은 노래를 하고 수금과 비파와 자바라를 연주하며 그 제단을 다시 봉헌한 것이다.
55 온 백성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자기들을 성공의 길로 이끌어 주신 하늘을 찬양하였다. 56 그들은 여드레 동안 제단 봉헌을 경축하였는데, 기쁜 마음으로 번제물을 바치고 친교 제물과 감사 제물을 드렸다. 57 또 성전 앞면을 금관과 방패로 장식하고 대문을 새로 만들었으며, 방에도 모두 문을 달았다.
58 백성은 크게 기뻐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민족들이 남긴 치욕의 흔적이 사라졌다.
59 유다와 그의 형제들과 이스라엘 온 회중은 해마다 그때가 돌아오면, 키슬레우 달 스무닷샛날부터 여드레 동안 제단 봉헌 축일로 기쁘고 즐겁게 지내기로 결정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1역대 29,10ㄴㄷ.11ㄱㄴㄷ.11ㄹ-12ㄱ.12ㄴㄷㄹㅁ(◎ 13ㄴ)
◎ 주님, 당신의 영화로운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 주님, 저희 조상 이스라엘의 하느님, 영원에서 영원까지 찬미받으소서. ◎
○ 주님, 위대함과 권능과 영화가, 영예와 위엄이 당신의 것이옵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옵니다. ◎
○ 주님, 나라도 당신의 것이옵니다. 당신은 온 세상의 으뜸, 그 위에 드높이 계시나이다. 부귀와 영광이 당신에게서 나오나이다. ◎
○ 당신은 만물을 다스리시나이다. 권능과 권세가 당신께 있으니, 당신 손을 통하여, 모든 이가 힘과 영예를 얻나이다. ◎
복음환호송
요한 10,27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 알렐루야.
복음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45-48
그때에 45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시어 물건을 파는 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시며, 46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47 예수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48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도를 찾지 못하였다. 온 백성이 그분의 말씀을 듣느라고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지혜 3,1-9)와 복음(마태 10,17-22)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기도
거룩하신 아버지, 거룩한 순교자들의 수난을 공경하며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저희가 세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주님께 충실하며 저희 자신을 주님께서 기꺼워하시는 제물로 바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마태 5,10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하나의 빵을 함께 나누고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가 주님의 사랑 안에서 한마음이 되고 끝까지 인내하여 영원한 상을 받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베트남 교회 역사는 1533년 포르투갈 선교사들과 함께 시작됩니다. 베트남은 한국보다 200년가량 일찍 신앙을 접하였는데, 오랜 교회 역사를 가진 만큼 고통과 아픔도 깊습니다. 베트남 왕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거부할 것을 강요하며 신자들에게 십자고상을 밟고 지나가게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하고 계신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한 고통과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은 그분의 존재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당신 정의는 어디에 있으며 당신 사랑은 왜 침묵뿐이냐며 울부짖기도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내가 바라는 사랑과, 내 기도가 실현되지 않는 어둠의 심연에서 믿음은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비록 지금은 하느님께서 침묵하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지 않으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저주받은 자의 모습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셨음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그저 이천여 년 전 과거의 일회적 사건이나 나의 오늘과 아무 상관 없는 사건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사건은 모든 미사 가운데, 그리고 우리의 현재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하시고 내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어떻게 믿음을 간직합니까? 고통받는 나에게, 무의미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방황하는 나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어떤 의미입니까?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미사에 참례하면서 나와 하느님과 맺는 관계, 나와 예수님과 맺는 관계에 대하여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김상우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