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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18일차
산티아고 1~2일차 [한국>마드리드]
오늘은 어제 아빠를 보러 서울에 왔기 때문에 평소 순례들과는 다르게 서울에서 순례를 시작했다. 11시 반에 순례단과 용산역에서 합류하기로 했기 때문에 8시 즈음 일어나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금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심장이 짐을 싸기 시작하니까 갑자기 쿵쾅쿵쾅 울리기 시작했다. 왜 떨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항상 순례가 시작하기 코앞일 때면 떨리곤 했다.
가는 시간도 있으니 넉넉 잡아서 10시 반에 엄마와 아빠, 나우와 용산역으로 출발했다. 용산역에 도착하니 11시밖에 안 되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랑 얘기를 하며 기다렸는데 심장이 막 뛰었다. 그렇게 11시 40분에 순례단이 와서 엄마, 아빠, 나우와 헤어졌는데 생각보다 덤덤하게 헤어졌다. 그렇게 꼬리별에 합류해서 인천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인천 공항으로 가서는 점심으로 다 같이 햄버거도 먹고 공항 구경도 했다. 그리고 짐 무게를 재는게 있길래 가방을 올려봤더니 설린이랑 똑같이 딱 7kg이 나왔다. 그리고 기다리다가 17:55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났다. 비행기에서는 양 옆에 경원이랑 설린이가 앉았다. 그리고 앞에 모니터로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9시간이나 타니 엄청 지루했다. 그래서 자려고도 해봤는데 자리가 좁고 불편해서 30분 밖에 못 잤다. 그리고 경원이 옆자리여서 게임도 좀 하고 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근데 꼬리뼈가 너무 아팠다. 아무튼 그러다가 드디어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이제 여기랑 한국이 시간이 다르다는게 좀 신기하기는 했는데 너무 졸려서 자면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2:55 비행기 탑승을 시작했는데 줄이 길었다. 그렇게 또 비행기를 탔다. 옆자리는 똑같이 경원, 설린이. 그리고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잤다. 1시간 즈음 잤는데 그 후로는 엉덩이도 너무 아프고 불편해서 못 잤다. 그렇게 5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다가 드디어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그런데 거의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너무 졸려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를 가는데도 계속 잠들었다. 근데 여긴 아침이었다. 그리고 원래는 프라도 미술관을 가려고 했는데 가보니깐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고야 조각상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처음에 외국에 왔을 때는 계속 지하에만 있어서 그런지 아무 생각도 안 들었는데 지상으로 나오니까 '와 진짜 유럽이네'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한국하고 느낌이 너무 다르고 진짜 영화에 나오던 풍경이 그대로여서 더 신기했다. 아무튼 숙소로 와서 씻고, 마트도 구경하고 저녁으로 신라면도 먹었다. 그래서 지금이 6시 반인데 다들 잔다. 피곤했나보다. 나도 이제 그만 자야겠다.
20230527 3일차 [마드리드>팜플로냐]
오늘은 시차 때문인지 5시에 일찍 눈이 떠졌다. 일어나서 30분 정도 누워서 멍때리다가 더 자고, 6시 반에 다시 일어나서 씻고 짐도 쌌다. 그리고 7시에 아침으로 빵하고 잼이랑 계란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그리고 먹으면서 후마랑 주인분이 대화하시는 것도 들어보니 제인과 다슬기도 여기서 묶고 간 것 같다는걸 들었다. 아침을 다 먹고는 8시 즈음 길을 나섰다. 원래는 생장으로 가야 했지만, 주인분이 한 번에 생장으로 가면 힘들다고 알려주셔서 오늘은 팜플로냐까지 가기로 했다. 5시간 동안이나 버스를 탔는데 1시간 반 정도는 자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노래도 듣고 풍경을 봤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풍경이 산도 많이 없고, 교회도 엄청 멋지고, 영화에서만 보던 마을도 보여서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나는 이어폰이 있어서 노랫소리를 조금만 키워두고 귀에 갖다 대서 들었는데 노래는 듣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버스 안에 화장실도 있어서 신기했다. 아무튼 그러다가 팜플로냐에 도착해서 사립 알베르게까지 걸어왔다. 근데 오는 길에 담배를 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쉬기 힘들었다. 그렇게 2시 즈음에 알베르게에 와서 짐 풀고 바로 밥을 먹으러 9학년 넷이서 갔다. 그런데 마땅히 먹을 곳을 못 찾고 버거킹에 갔다. 점심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햄버거 2개를 시켜서 나눠 먹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라면이 보여서 가봤다. 가봤더니 마트에 불닭도 있고 고추장도 있어서 신기해하고 있었는데 한국분도 계셔서 인사하고 라면을 사서 알베르게로 왔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사진도 보고 쉬었다. 그런데 밖에서 공연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서 나가봤더니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다시 숙소로 와선 설린이랑 불닭 산 거를 끓였다. 그런데 아까 라면을 산 마트에서 봤던 한국인 아저씨가 같이 앉재서 같이 앉았더니 김치도 주시고 사과도 주셔서 맛있게 먹고 다시 침대로 왔다. 왔더니 후마랑 일평이랑 경원, 석영이가 똑같은 포즈로 누워있어서 좀 웃겼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한국인이 많은 것 같아서 신기했다. 오늘만 해도 5명이나 봤다.
20230528 4일차 [팜플로냐>셍-쟝-삐에-드-뽀흐]
오늘은 드디어 순례의 시작점인 생장으로 가는 날이다. 퇴실 시간이 8시 반 이어서 8시 즈음 나왔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깨끗했던 거리가 엄청 더러워져 있었다. 그렇게 가는 길에 요새도 구경하고 버스 터미널로 갔는데 시간이 남기도 했고 버스를 타는 시간이 점심시간 이어서 설린이랑 나초를 사 먹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생쟝으로 오는데 길이 너무 꼬불꼬불해서 힘들었다. 아무튼 도착을해서 바로 순례자 사무소로 갔는데 한국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인사도 하고, 사무소에 들어갔다. 사무소에선 순례자 여권도 만들고, 조개도 달고 알베르게로 왔다. 이제야 진짜로 순례가 시작 될 거란 기분이었다. 그런데 알베르게 방의 3/2가 한국분들 이었다. 근데 일단 배고파서 점심을 먹으려고 음식점을 찾으러 나갔다. 그런데 가게들이 다 비싸고 알지도 못하는 언어로 적혀 있어서 그냥 바게트와 무화과잼과 과일 푸딩 같은걸 사서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아무튼 이르게 저녁을 먹고 남은건 내일 점심으로 쌌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한국말로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으시더니 처음에는 아시안 마트를 찾아달라고 하시고 그 다음부터는 궁금하지도 않은데 뭔가를 계속 주저리 얘기하셨다. 솔직히 너무 귀찮고 짜증났었다. 아무튼 내일이면 드디어 걷는 순례가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일찍 잤다.
20230529 5일차 [생-쟝-삐에-드-뽀흐>롱세스바예스]
오늘 드디어 피레네 산맥을 넘는 말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4시 40분에 일어나서 짐을 싸고, 아침을 먹고 5시 40분에 출발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가 떴는데 주변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말과 소와 양을 진짜 영화에서 보듯이 풀어놓고 키워서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1시간을 걷고 쉬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 힘들어서 자신만만해져 있었는데 바로 그 다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언덕 높이에서 구름까지 올라가서 구름 속에서 걸었다. 진짜 힘들고 다리가 빠질 것 같았는데 그 와중에 양이랑 소랑 말이 귀여웠다. 그리고 오늘이 걷는 첫 날 인데도 일평이랑 경원, 석영이는 빠르게 걸어가 버렸다. 나는 계속 중간에서 걸었는데 정해진 길만 따라가면 되니깐 내 속도대로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후마가 보였는데 마지막으로 정상 고개가 남았을 때 후마가 설린이를 기다린다고 하셔서 나는 먼저 갔다. 그리고 이 뒤로는 힘들어서 넋이 나간 채로 걸었다. 앞뒤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였지만 가리비 표지판도 보이고 다른 순례자들도 같이 걷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렇게 12시 즈음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너무 배고파서 일단 후마랑 설린이를 20분 정도 기다렸는데 안 오길래 혼자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곤 중간중간 설린이랑 후마를 기다렸는데 안 오길래 그냥 갔다. 그렇게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고 본격적으로 산을 내려갔다. 처음에는 숲길로 내려가다가 갑자기 낙엽길이 나왔다. 그런데 진흙이 많아서 신발이 더러워졌다. 아무튼 낙엽길에서 주위에 나 혼자밖에 없길래 신나서 노래를 부르면서 내려왔다. 그렇게 가는 길에 한국분도 한 번 만났다. 그리고 헷갈리는 길이 있어서 헤메고 있었는데 어떤 외국분이 “this way!”라고 하셔서 그 길로 따라갔더니 금방 산을 다 내려왔다. 내려와서 지도를 보니 롱세스바예스였다. 그래서 괜히 마을로 들어가서 길을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냇가 앞에 벤치에 가방을 두고 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가 나한테 뭐라고 말했는데 물에 들어와서 발을 담구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해봤더니 시원해서 좋았다. 거기서 신발도 씻고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냇가에 들어오라고 해서 사람들이 다 발을 한 번씩 씻고 갔다. 아무튼 거기에서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너무 안오셔서 노래를 들으며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후마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왜 후마가 뒤에서 왔는지 신기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다른 힘든 길로 내려왔다고 한다. 다들 내려왔는데 내가 없어서 다를 찾으러 갔는데 다행히 아까 뵜던 한국분들이 후마에게 알려주셨다고 한다. 아무튼 다행히 다 만나서 알베르게로 왔다.
20230530 6일차 [롱세스바예스>zubiri]
오늘은 아침부터 밥도 안 먹고 출발해서 걷는 동안 배고프다는 생각밖에 안 났다. 그렇게 1시간 반 정도 걷고 드디어 밥을 먹었다. 배를 채우고 설린이와 걸어가다가 오르막길에서 헤어졌는데 그 뒤로 거의 혼자 걸어서 신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다가 또 어제처럼 길을 잘못 들까봐 불안했다. 그렇게 쭐 잘 가다가 길을 한번 헤맸는데 다시 길을 찾아서 올라가니까 설린이가 쉬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쉬면서 크록스 때문에, 쓸려서 생긴 상처에 밴드도 붙이고 출발했다. 그리고 또 오르막에서 헤어졌다. 그 뒤로는 쭉 숲길이 나왔는데 이때부터 너무 배고프고 지쳐서 축 처져서 걸었다. 온 지 6일밖에 안 됐는데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설린이랑 볶음고추장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그렇게 12시 반 즈음 zubiri에 도착했는데 알베르게가 1시 반에 연다고 해서 마트에서 바나나랑 콜라랑 머핀을 사서 먹었다. 그런데 바나나는 덜 익어서 못 먹고 머핀이랑 콜라를 먹었다. 후마는 점심으로 10유로나 하는 점심을 드셨는데 진짜 크고 푸짐하고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니 금세 1시 반이 되어서 알베르게로 와서 체크인을 하고 씻고 놀다가, 후마랑 일평이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해 주신다고 해서 5시 반 즈음 먹었다. 토마토 파스타였는데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가 들어갔지만 엄청 맛있었다. 그리고 여수아저씨랑 제주도에서 온 대학생 미소언니도 같이 먹었는데 요플레랑 수박을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설린이랑 마트를 갔는데 아까 갔던 마트보다 머핀이 더 쌌다. 근데 딱히 먹을게 없어서 멘토스를 1개 사고 나왔다. 그리고 좀 놀다가 양치하고 잤다.
20230531 7일차 [zubiri>팜플로냐]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침낭을 개고 정리했다. 그렇게 짐을 싸고 봤더니 어제 받은 요플레가 터져서 그냥 먹었다. 그런데 뭐라고 먹어서 그런지 배가 안 고팠다. 1시간 정도 걷다가 성당 앞에서 스템프도 찍을 겸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했다. 난 아직 덜 익은 바나나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부터는 각자 자기의 페이스대로 걸어가기로 했다. 걸은지 3일째 즈음 되니까 슬슬 근육통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 주로 뒤쪽에서 설린이랑 후마랑 같이 걸어왔는데 재미있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여수아저씨가 쿠키도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4시간 즈음 걸어서 팜플로냐에 먼저 온 3인방과 도시 입구에서 합류했는데 알베르게까지는 1시간이나 더 걸어야 해서 발이 아프고 힘들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처음에 묵었던 알베르게로 와서 씻고 빨래도 돌리고 점심을 먹었는데 너무 배고파서 머핀을 5개나 먹었다. 그리고 놀다가 저녁으로 후마가 해주신 라면스프 국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매콤한걸 먹으니 좋았다. 저녁을 먹고는 성당 구경도 하고 마을 구경도 다 같이 했다. 그렇게 다시 숙소로 오니 7시였다. 내일은 4시 반에 일어나야하니 얼른 자야겠다.
20230601 8일차 [팜플로냐>푸엔테 레 예리나]
오늘은 6시 20분에 숙소에서 나왔는데 아침을 안 먹고 걸었더니 배고파서 기운이 안 났다. 2시간 정도 걷다가 아침으로 자두와 머핀을 먹고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이번 순례는 신기하게도 가끔 시가 떠올라서 무언가 생각이 떠오르면 까먹을까봐 바로 메모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후반ㅇ[는 지쳐서 후마랑 설린이랑 걸었는데 후마가 너무 힘들면 노래를 들으면서 가도 된다고 하셔서 노래를 들었다. 그런데 노래를 들어서 그런지 갑자기 기운이 솟아나서 겨우겨우 알베르게까지 갈 수 있었다. 알베르게에 와서는 바로 씻고, 마트로 가서 먹을 것을 샀다. 그런데 마트에서 장 보고 있는 미소언니와 여수 아저씨를 만나서 저녁에 같이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장을 보고 다시 알베르게로 와서는 누워있다가 저녁을 먹었는데 진수성찬이어서 맛있게 먹고 좀 늦게 잤다.
20230602 9일차 [푸엔테 레 예리나>에스텔라]
어느새 벌써 산티아고에 온지 거의 10일이 되었다. 그런데 딱히 감흥은 없다. 그냥 잘 지내는 것 같다.
오늘은 좀 잘 걸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1번도 맨 뒤에 계신 후마를 만난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21km만 걷기는 했지만 되게 잘 걸은 것 같다. 처음에 아기들 3이랑 같이 온 8인 가족을 만났는데 나중에 걸으며 생각해보니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안 준게 좀 후회됐다. 그렇게 그냥 쭉 가다가 도착하기 2시간 정도 전에 처음 뵈는 한국 아저씨를 만났다. 그래서 얘기를 하며 걸어갔는데 아저씨는 창원에서 사서를 14년이나 하시다가 퇴사하고 제주도 올래길을 걸은 후 마로 산티아고로 오셨다고 한다. 되게 신기했는데 갑자기 질문이 생각나는 바람에 메모를 하느라 집중해서 잘 듣지 못했다. 질문은 “아무 생각도 안하고 걷고 있는데 나를 이렇게 걷게하는 힘은 뭘까?”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꼬리별에게 빛을 모아주신 분들 또한 그곳에서 순례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진짜 오늘은 유난히 뒤에서 누군가 밀어주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 잘 걸어진 것 같다. 아무튼 그러다가 에스텔라에 도착해서 바로 씻고, 빵하고 하몽을 먹었다.
20230603 10일차 [에스텔라>로스 아르고스]
오늘은 추워서 감기에 걸렸는지 아침부터 목이 칼칼하고 아팠다. 일어나서 짐도 싸고 세수도 하고 6시에 출발했다. 가닥 신기한 가게가 있어서 구경도 하고 아침을 먹었는데 설린이랑 일평이 로스 아르고스로 가는 다른 길 가버려서 떨어지게 됐다. 나는 오늘도 평소같이 중간에서 걸었다. 가다가 혼자 있을 때면 노래도 부르고 학교 사람들도 생각하고, 그리운 것들, 힘든 점, 좋은 점 등등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갔다. 그러다가 힘들어서 노래를 들으면서 갔는데 2시간 즈음 가니 여수 아저씨와 경원, 석영이를 만났다. 만나서 1시간 정도 오레오를 먹으며 뒷 사람들을 기다렸다는데 일평이랑 후마가 먼저 오셨다. 그리고 설린이는 대구 아저씨랑 오고있고, 오래 걸릴테니 먼저 알베르게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체크인도 하고, 씻고 아저씨들이랑 설린이랑 미소 언니랑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의도치 않게 얻어먹어 버렸다. 아무튼 점심으론 스파게티랑 피자를 나눠 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다 같이 밥을 해 먹는 날인데 베이컨 크림 스파게티를 해 먹기로 했다. 그렇게 장을 보러 갔는데 오늘 마을에서 축제로 무투회 같은 걸 해서 마트가 거의 다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겨우 작은 마트를 찾아서 장을 보는데 크림이 없어서 그냥 로제를 해 먹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돌아와서 밥을 하는데 양이 너무 많기도 해서 여수 아저씨도 같이 드셨다. 그리고 6시에 허겁지겁 축제를 보러 갔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소가 안 나왔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기다리니 소가 나오다가 금방 들어가길래 다시 숙소로 왔다. 그런데 콜라가 먹고싶어서 콜라를 먹고 있었는데 한국분이 미역국 좀 먹으라고 주시길래 먹고 잤다.
20230604 11일차 [로스 아르고스>viana]
오늘은 전체적으로 날씨가 좀 쌀쌀했다. 안 그래도 감기 때문에 코도 계속 나와서 고생했다. 오늘도 역시나 내 위치는 중간이다. 경원이랑 석영이는 항상 아침만 먹으면 빨라진다. 18km밖에 안 걸어서 엄청 빠르게 도착했는데 1시간 정도 후마랑 일평을 기다렸다. 그런데 알베르게가 안 열려서 점심을 먹고 12시에 모이기로 했다. 나는 후마랑 일평이랑 햄버거를 먹으려고 했는데 파는 곳이 없어서 빵이랑 과자를 사 먹었다. 그리고 12시에 모여서 알베르게로 오고 바로 씻으려 화장실로 왔는데 오랜만에 화장실이 여자, 남자가 나눠져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좀 자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주방으로 가서 아까 사 온 빵이랑, 달걀이랑 치즈, 그리고 남은 하몽으로 샌드위치를 했다. 그런데 후마랑 일평이 피자를 먹어도 된다고 해서 몇 조각 먹었다. 그리고 4시에 첫 모임을 했는데 소외도 하고 안건도 했다. 모임을 다 하고는 설린이랑 도시가 내다보이는 곳에서 노래를 듣다가 왔다.
20230605 12일차 [viana>navarrete]
오늘도 아직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에는 포돹을 지나가서 포도를 좀 따먹고 싶었는데 포도가 아직 안 열려서 못 먹었다. 오늘은 이르게 나와서 이르게 아침을 먹었는데 나는 어제 싼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침을 먹곤 제일 먼저 출발했는데 걷다보니 석영이랑 경원이가 앞질러서 또 가운데가 됐다. 그렇게 걷다가 로그로뇨라는 큰 도시를 지났는데 일평이 도시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게 ㅅㅇ각나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화살표를 계속 살피며 갔다. 그런데 가다보니 갑자기 석영이랑 경원이가 뒤에서 나타났다. 내가 맨 앞에 있으니 뭔가 기분이 좋앗는데 귀여운 오리를 만나서 한눈판 사이에 다시 뒤로 가버렸다. 오늘 가다가 동물을 진짜 많이 봤는데 오리랑 고니랑 토끼를 봤다. 그렇게 11시 즈음 도착했는데 2시간이나 뒷 사람들을 기다렸다. 너무 안 오길래 석영이가 전화도 빌려서 해 봤는데 안 받았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만나서 왜 늦었는지 물어보니 할인매장에서 모자랑 토시를 샀다고 한다. 아무튼 드디어 알베르게에 왔는데 1시에 연다고 해서 펩시를 먹으며 기다리다가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쌀이 있어서 저녁으로 볶음밥을 해 먹었다. 그리고 내일 먹을 샌드위치도 쌌다.
20230606 13일차 [navarrete>najera]
오늘은 아침에 자유롭게 출발해도 되는 날이다. 그래서 원래는 6시에 일어나려고 했으나 습관처럼 5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짐을 싼 뒤 6시에 다 같이 출발하게됐다. 출발하고 얼마 안 되서 예전에 만났던 8인 가족을 또 만났는데 마침 그때 선물을 안 준걸 후회하고 있어서 이번엔 선물을 드렸는데 쏘 큐티라면서 엄청 좋아하셨다. 그리고 나도 미국 국기 뱃지를 받았다. 아무튼 그리고 쭉 갔는데 11시에 도착했다. 그런데 알베르게는 2시에 문을 열어서 그동안 밥도 먹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알베르게로 왔는데 6유로 치고는 좋았다. 그렇게 바로 씻고 놀다가 잤다.
20230607 14일차 [najera>산토도밍고]
오늘은 좀 불길한 꿈을 꿨다. 엄마가 납치되서 내가 구하는 꿈 이었는데 깨어나니까 엄마가 잘 있는지 궁금해졌다. 꿈이 별로여서 아침에 기분이 안 좋았는데 걸으면서 일평이랑 얘기했더니 재밌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걸으면서 계속 뒤쪽에 있었다. 주로 연극을 생각하며 걸었는데 마지막 1시간을 걸을 땐 발이 송곳으로 찔리는 듯이 아팠다. 겨우 도착해서 마트에서 장도 보고 알베르게로 왔는데 주방이 없었다. 원래는 오늘 다 같이 라죽 해 먹으려고 고기도 사고 계란도 샀는데 냄비도 없고 식기구랑 전자렌지 밖에 없어서 일단 점심은 알아서 먹기로 했다. 나는 설린이랑 앞에 있던 앞에 있던 식당을 가서 초코케잌하고 망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점심도 먹고 씻고 놀다가 4시 반에 저녁 준비를 했다. 고기랑 양파는 오일을 발라서 전자렌지에 굽고 계란짐도 했다. 그리고 과일도 깍았는데 나는 감기여서 과일은 못 먹고 다른 걸 먹었는데 고기는 육포였다. 그런데 다행히 양파랑 계란찜은 맛있었다.
20230608 15일차 [산토도밍고>벨로라도]
오늘도 평소처럼 일어나서 짐을 싸고 출발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순례지만 아침에는 만사가 귀찮다. 6시에 출발해서 1시간 걷다가 아침을 먹는데 다들 내가 제일 다양하게 먹는다고 한다. 아침도 배불리먹고 이제 본격적으로 걷는다. 내 위치는 항상 중간. 걸으면서는 노래도 듣고, 이것저것 상상하기도 하고, 길고양이랑 놀다가 가기도 한다. 그렇게 걷다가 힘들엇 오레오를 먹으며 조금 쉬었다. 그리고 다시 걸으면서 사람들한테 ‘부엔 까미노’와 ‘올라’로 인사도 많이 했다. 그렇게 오늘은 처음으로 경원이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뒷사람도 기다리다가 마트도 갔다오니 알베르게가 열려서 체크인도 하고 파스타도 해 먹었는데 알베르게 할아버지가 장난끼가 많으셨다. 파스타는 거의 점심 겸 저녁으로 해 먹었는데 서영이랑 같이 먹었다. 그리고 빈둥거리다가 마음을 잡고 일어나서 일지도 썼다. 벌써 15일차인데 생각보다 되게 잘 지내고 있다. 좀 힘든점은 한국음식이 그리운 것 밖에 없다. 걱정되는 것도 없고, 이만하면 잘 지내는 것 같다.
20230609 16일차 [벨로라도 오르테가]
오늘도 6시에 조식을 먹고 나와서 걸었다. 아직 감기도 다 안 나아서 코를 찔찔 흘리며 갔다. 근데 오늘 너무 추워서 걷는데 잠이 쏟아졌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걸어서 알베르게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1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그동안 후마랑 일평이랑 밥을 먹으러 갔는데 중간에 설린이도 합류했다. 다 똑같은 메뉴를 먹었는데 감자튀김에 고기에 계란후라이가 다 느끼하고 짰다. 아직 감기가 안 나아서 콜라는 얼음을 빼서 마시고 알베르게로 왔다. 와서 씻으려고 보니 비누를 오르테가에 두고 왔다는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냥 몸만 씻고 누워있었는데 자버렸다. 그렇게 4시에 깼는데 설린이가 같이 바에 가자고 해서 가서 초코라떼랑 쿠키로 저녁을 먹고 왔다. 그리고 일지를 쓰려고 보니 샤프로 일어버려서 빌려서 썼다.
20230610 17일차 [오르테가>부르고스]
오늘 드디어 부르고스로 간다. 26km정도 걷는다고 해서 살짝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도시에 금방 왔다. 그런데 도시에서 30분 정도는 더 걸어야 도심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좀 힘들었다. 숙소는 3시에 오픈하기 때문에 그동안 ‘스시 몬’이란 뷔폐에서 이것저것을 먹었다. 그런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데도 나오는데 20분 정도 걸리고 초밥은 밥량이 주먹밥이었다. 그리고 야끼우동이 진짜 결정타였다. 그나마 맛있던게 새우초밥과 콜라였다. 별로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3시 즈음 돼서 숙소로 갔다. 내일은 하루 쉬는 날 이어서 집을 빌렸는데 최고였다. 방도 너무 예뻤다. 그렇게 짐도 풀고 씻고 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왔는데 일평이 문이 잠겨서 못 들어간다고 한다. 여기서는 열쇠를 잘 가지고 나녀야했는데 우리 중 그 누구도 열쇠를 안 가지고 왔기 때문에 밖에 같혀서 집 주인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헤 곧 아저씨가 오셔서 들어가서 빨래도 돌리고 저녁으로 고기도 먹고 10시에 잤다.
2023070611 18일차 [부르고스]
오늘은 진짜 푹 쉬자는 마음으로 9시 반 까지 잤다. 일어나보니 얘들이 아침을 먹으려고 요리하길래 나도 씻고 빵이랑 수프를 먹었다. 솔직히 오늘 한게 없다. 진짜로 빈둥 빈둥 쉬었다. 그러다 점심을 하려고 주방에 와서 크림 스파게티를 했는데 처음 한 것 치고 성공적이었다. 점심을 먹고나니 스파게티 면이 너무 많이 남았길래 면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검색해보니 이탈리안식 누룽지라고 면 튀김이 있어서 어제 남은 기르메 1가닥만 해 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튀김을 해 먹었다. 그리고 저녁이 돼서 라면죽에다가 칠면조 고기도 넣고 면 튀김에 라면가루도 무쳐먹고 볶음밥으로 라죽도 해 먹었다. 오늘 일지가 그냥 먹는 일기가 되어버렸는데 오늘 회의도 한 번 하고 잘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