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 탐방을 끝내고 운산의 추어탕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더니
둘째, 넷재, 다섯째 주일은 휴업이라네
오늘이 마침 네번째 주일이라 좋아하지도 않는 추어탕으로 점심을 먹으려던 계획은
자연스레 무산이 되고
이왕 예까지 온 김에 해미읍성이나 들려 보려고
차를 현대목장이 있는 가루실 고개쪽으로 돌렸다
한때는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김종필이 조성한 삼화 목장은
총을 빼들고 위협하는 전두환에게 헌납 당하여
어떤 사연을 거쳐 정주영의 손으로 떨어졌는지 아직까지도 아리송하다
해미향교를 지나 읍성이 머지않은 곳에 새로 생긴 식당이 어죽 간판을 내걸고 있어
더 이상 허기를 참기도 어려운지라 무조건 들어가 봤더니
이 곳이 요즘 핫한 맛집이었더라!
간판 이름은 이 곳에서 머지 않은 개심사 입구의 '신창제'에서 이름을 빌렸는지
'신창 식당'이라 걸려 있었다
"먹음직하지 않나요?"
식당 주차장에서 당겨본 뒷산은 가야산의 옥양봉이고 가운데 들어앉은 산은 일락산이렸다
천주교 순교자들이 자리개질을 당한 자리갯돌을 옮겨다 놓은 잔혹한 성지(聖地)!
전에는 작은 도랑에 올려놓아 지나는 사람들이 밟고 다니기도 했었고
자금은 자리를 잘못 잡았는지 신자들로부터도 쓸쓸하게 외면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길가의 배초향
주차장이 만차 상황이라 서문옆의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남문으로 향한다
성문 앞에 버티고 섰던 수문장은 점심을 먹으러 갔는지 오늘은 보이지를 않는다
행사가 있는 모양으로 엿장수의 가윗소리가 경쾌하고!
10년 전 프란치스코교황이 다녀간 것도 역사가 되어 성안에 남게 됐다
요즘은 가는 곳마다 행사가 펼쳐지며 가수들을 등장 시켜 흥을 돋군다
천주교 신자들을 붙잡아다가 철사줄로 목을 매어 죽였다는 호야(회화)나무
성 안 곳곳에 심어진 회화 나무 가지에 콩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동헌
구절초
까치가 둥지를 튼 감나무도 한켠에서 가을 정취를 풍긴다
여지없는 고목의 자태에서는 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시끄러운 음향에 빽빽거리는 사회자 마이크 소리를 뒤로하고 성문을 빠져나와
해미 순교 성지로 향한다
성당과 첨탑
신앙(信仰)은 사랑과 기도라면서
실제의 생활에서는 이를 얼마나 실천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까?
단체 순례객들
성당 뒷쪽의 진둠벙으로 향한다
진둠벙에 던져져 죽임을 당하는 신자들이 '예수 마리아"를 외치며 죽어가자
일반 사람들이 예수~~ 소리를 여수라고 들어 여숫골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진둠벙
개인 생각이지만 물위에 띄워놓은 부조물은 치웠으면 좋겠다
자연스럽지 않고 억지로 꾸며놓은 듯 유치하여 눈에 거슬렸다
순교자들의 묘와 순교탑
촛불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자'로 축성을 한 3인의 성인
안언민(마르티노), 이보현(프란치스코), 김진후(비오)의 상(像)
2014년 제 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와 동행했던 고위 성직자들
오랏줄에 묶여 죽음의 장소로 끌려가는 순교자들
만일 예수라는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왜 자신을 그토록 믿고 따르는 신도들이
더욱 행복하도록 도와 주거나 이끌지 않고
처참한 고통과 죽음을 당하도록 섭리한단 말인가
말없이 내려다 보는 가야산을 바라보며
해미고개를 넘어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왜 신은 잔혹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