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김호택)
득롱망촉(得朧望蜀)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는 뜻으로 풀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기실은 말 타면 견마(牽馬)잡이 두고 싶다'라고 해야 더 옳은 표현이라고 한다.
견마잡이를 두는 사람은 양반이라야 하기 때문에, 사람의 욕심과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를 잘 나타내는 말로 인구(人口:사람의 입)에 회자(膾炙:생선회와 구운 생선이란 뜻)되고 있다.
우리 인간의 뇌는 만족을 찾는 프로그램, 즉 만족중추를 갖고 있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뇌의 만족중추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해 우리는 만족감을 느끼지만, 매일 같은 음식을 먹으면 이 만족감은 떨어져 버린다.
첫 만족과 같은 정도의 만족감을 느끼려면 우리는 무언가 다른 것을 추구해야 하고, 이것이 지나치면 ‘중독’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결국 만족과 중독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것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결국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빨리만 가려고 하는 현상도 이런 우리 뇌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욕심과 중독의 공통점은 무언가를 채우고자 하는 욕망일 것이다.
그것이 명품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또 이성(異性)일 수도 있겠지만, ‘돈으로 편안함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평안함은 얻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노력을 하고 아무리 능력이 많아도 모자란 것을 채우는 방향으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것이고, 따라서 결국은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방향을 바꾸어야 할텐데, 우선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感謝)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
5년 선배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한달에 한두명씩 동창생의 부음(訃音)을 듣는다.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니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조금은 이상할 지경이 되었다.
정말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주변에 멀쩡하던 사람들이 사고로, 혹은 급작스런 병고로 유명을 달리 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고마울 수밖에.
그리고 가까이 있는, 그래서 귀한 줄을 모르던 보물들을 하나씩 찾아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나는 어려서 -식탐이 조금 많기도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짜장면이었고, 지금도 바쁘면 점심 한끼를 짜장면으로 채우면서 행복하다.
사람의 마음이 진수성찬도 매일 먹다 보면 물리기 마련이고, 특히 요즘은 음식이 귀한 줄을 모르는 세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젊은 시절을 보낸 5~60대 이상의 어른들이 겪었던 ‘정말 배가 고플 때 먹었던 기막히게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을 젊은이들은 별로 갖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허기진 배에 별로 귀하지도 않은 짜장면 한그릇이 행복감을 줄 수 있듯이, 평소에 항상 보는, 그래서 귀한 줄을 모르는 가족들이 내가 어려울 때 함께 해줄 사람은 이들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면 다른 누구보다도 귀하게 대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가진 것은 시시하고 나에게 없는 것이 귀하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하나밖에 없는 우리의 인생을 끝없는 소모전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을 것이기에 -물론 더 잘 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앞가림이 가능해지면 가까운 귀한 이들을 찾아내고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난하다면 불행할 수도 있겠지만,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고, 또 권력이 생긴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짐작하고 있다.?
원래 정말 귀한 것은 흔한 것이고,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살아가면서 계속 간직할 수 있기를 나 스스로에게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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