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백진선)
2011년 12월 26일.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때라서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염치없는 외로움과 허전함이 밀려오고 있었다. 아마 이런 마음은 매년 이맘때쯤 나이에 상관없이 꾸준히 느껴왔던 것 같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웬 청승이냐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런 마음이 나도 모르게 그냥 들고 생기는 걸 어쩔 것인가?
그런데 이 나이에 뜬금없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라니?
갑작스럽기도 하려니와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서 한편 기대도 되고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내가 매주 한 번씩 출석하여 공부하고 있는 하하문화센터의 ‘삶읽기 글쓰기 여행반’에서 2011년을 마치는 송년 강의를 진행하는데, 각자 선물을 준비해 와서 서로에게 나누는 순서가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인지라 정말 가슴이 뛰었다. 선물을 받았는데 얼른 펴보고 싶었으나 늙은이가 주책없다고 할까봐 조심스러워서 열어볼 수가 없었다. 궁금한 마음을 꾹 눌러 참고 강의를 마쳤다.
그리고 곧장 집에 와서 도착하자마자 선물꾸러미를 열어보았다. 거기엔 쎄무 같이 부드럽고 촉감이 아주 좋은, 꼭 제비 같이 예쁜 검정색 장갑이 들어 있었다. 내 맘에 꼭 들었다. 또 그것만이 아니었다. 거기엔 정성스럽게 쓴 편지도 들어있었다. 서둘러 편지봉투를 뜯어보았다. 내용인즉, 이 하찮은 늙은이에게 과분하게 격려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더욱 ‘ 나를 좀더 빨리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이렇게 만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행운을 길게 이어가고 싶다. 그래서 혹시라도 길 가다 넘어지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하여 내 마음을 감동하게 만들었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문자로 다 담지 못한 그 정성스런 마음까지를 읽고 나니 너무너무 기뻤다. 이런 감동은 평생에 처음 느껴보는 것 같다. 황혼의 나이에 들어서 이런 기쁨과 감동, 살맛나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음을 특별한 은혜로 여기며 감사, 또 감사할 뿐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이 값을 해야 하는데, 혹시 젊은이들에게 짐이나 되지는 않는지. 불편이나 끼치지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 남은 삶이라도 덕을 쌓으며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실천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제 2011년이 얼마 안 남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때에 뜻밖의 선물과 편지로 나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 주신 분께 깊이 깊~이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가르치시고 실천으로 보여주시며, ‘하하문화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 이계양 교수님께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그러셨군요. 선물을 전하신 분의 마음 씀씀이도 더할나위없이 아름답지만 그토록 소녀처럼 기뻐하시는 백선생님이 더 귀엽고 (죄송합니다) 예쁘십니다.어떻게하면 저도 그렇게 나이들어갈수 있을까요?흉내낸다고 되는건 아닐겁니다.그래도 곁에서 함께하다보면 배워지지 않을까요?글,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