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저자는 철학이 '앎'과 '삶'이라는 두 가지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진지하게 공부해서 '앎'에 도달하면 자연스레 그에 걸맞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온갖 철학자들의 저서를 읽고 외운다고 한들 그것이 진정한 철학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즉 그러한 지식들을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철학은 자신의 삶 속으로 파고들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네 삶 가장 낮은 곳에 있기에, 크고 작은 우리네 삶의 애환과 고민이 녹아있고 누구든 와서 즐겁게 떠들 수 있는 저잣거리'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스피노자의 저서 <에티카>를 기반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생활 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철학적 관점을 소개하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이 책에는 '유쾌한 삶을 위한 <에티카> 해설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실제로 책의 곳곳에서 스피노자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저자 자신의 철학적 관점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스스로 '신도림 스피노자'라고 자처할 정도로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처럼 저자는 오랫동안 스피노자에 경도되어 그의 철학을 공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저서를 단순히 소개하는 내용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로 예를 들어 저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저자가 표방하는 '생활철학'이라는 말의 의미가 책을 읽으면서 더 선명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전체 7개의 항목에 걸쳐 우리의 삶을 통해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저자의 철학을 펼쳐내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사유의 바탕에는 스피노자의 저서 <에티카>가 자리를 잡고 있다. 1장에서는 “더 나은 ‘나’를 위해”라는 제목으로 ‘지성인’과 ‘자유’ 그리고 ‘의지박약’과 ‘성취’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각의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펼쳐 놓고, 그와 관련된 스피노자의 <에티카>의 구절들이 제시되고 그에 관한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실상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으로 잘 알려진 <에티카>의 인용문들은 지극히 추상적으로 다가오지만, 그에 걸맞은 저자의 해석이 오히려 스피노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2장에서는 “더 편안한 ‘마음’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이질성’과 ‘자기부정’ 그리고 ‘마음’과 ‘피해의식’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더 성숙한 ‘관계’를 위해”라는 제목의 3장에서는 ‘이성’과 ‘감정’ 그리고 ‘선악’과 ‘섹스’라는 주제에 대한, 독자들을 향한 저자의 조언이 담겨있다. 4장 역시 “더 작은 ‘슬픈’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중독‘과 ’편견‘ 그리고 ’희망‘과 ’뒷담화‘라는 문제를 조망하고 있으며, ”더 큰 ’기쁨‘을 위해“라는 5장에서는 ’질투‘와 ’사랑‘ 그리고 ’소심함‘과 미신’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 ‘더 맑은 지혜’(6장)와 ‘더 깊은 삶’(7장)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우리의 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는 다양한 항목들에 대해, 스피노자를 빌어 자신의 생각들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 인용된 <에티카>의 구절들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이 아니지만, 저자가 오랫동안 사유했던 결과를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내용들로 풀어 설명하였기에 그 내용에 대해서 공감하기 쉬웠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 '스피노자 더 아는 척 메뉴얼'이란 제목으로 스피노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에티카>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조금은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저자의 생활에 기반한 사유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대상이 어떤 철학자이든 그의 사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본보기를 제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가 왜 ‘생활철학’을 제목으로 내세웠는지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근본적으로 철학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라고 여겨졌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