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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내가 지인들과 함께 바느질을 시작하면서 구입한 책이다. 얼마 전에 집과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서 주중에는 아내의 작업실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 그곳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아내의 바느질고리 옆에 있는 이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단순히 바느질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라 짐작했지만, 처음 바느질을 시작하고 그에 빠져들면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낸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바느질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과거에는 바느질 능력이 여성들의 필수 항목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여성들은 바느질을 잘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도 여성들에게 그것을 필수 과목처럼 가르쳤었다. 조선시대 여성들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침선(針線)’이 바로 바느질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저자 역시 그러한 시대를 살던 어머니를 통해서 바느질을 배웠고, 지금은 그것 자체가 좋아서 바느질을 즐기고 있다고 여겨졌다. 처음에는 비록 그러한 환경의 영향으로 바느질을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옷을 직접 만들고 또한 지인들과 만든 것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옷이 해지거나 조금만 상하면 바로 버리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과거에는 그것을 기워서 다시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바느질고리에는 여분의 천들이 항상 함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옷이나 양말에 구멍이 나면, 비슷한 색의 천을 대고 기워야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바느질을 배워온 저자에게 헌옷이라도 버릴 물건이 아닌, 바느질에 유용하게 사용할 재료들로 다가오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출판 편집자로 일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자식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갖고자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지금도 간혹 프리랜서로 출판 관련 일을 하지만, 주된 관심은 바느질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고 나누는 일이다. 이 책은 저자가 처음 바느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에서부터 꾸준히 그 취미를 이어오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맛깔스런 내용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저자의 마음가짐이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목차도 바느질 용어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시침질, 전체를 그리는 시작’으로부터 '홈질, 앞으로 앞으로 바지런히’와 ‘박음질, 곱걸어서 튼튼하게’를 거쳐, 마지막으로 ‘감칠질, 잇고 마무리하는’ 등의 제목이 바로 그것이다. 각 항목의 끝부분에는 ‘같이 만들어요’라는 제목으로 바느질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품목들과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머리끈과 컵받침은 물론 충전기 정리용 똑딱이와 인형에 이르기까지, 초보자들도 따라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최근 바느질에 부쩍 재미를 붙인 아내에게 이 책의 내용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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