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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980년에 광주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미 세상에 그 진실이 다 드러났지만, 여전히 그것을 부인하는 세력들도 존재하고 있다. 최근 전두환의 자서전으로 촉발된 ‘헬기 사격’에 대한 진실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과 목격담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것을 거짓말로 치부하여 재판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책장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함께 가던 친구의 죽음을 목도하고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도청으로 향했던 소년이 일손을 돕기 위해 그곳에 남아 일을 하면서, 계엄군의 도청 진입과 함께 숨져야만 했던 ‘역사적 사실’을 단서로 삼아 소설은 시작된다.
이 작품에는 모두 6개의 이야기가 병렬되어 있는데, 광주에서 자행되었던 계엄군의 폭력적 진압의 실상이 그 중심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이들의 후일담이 교차되면서, 군부 정권의 실체를 ‘사실’에 입각해서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말미의 에필로그에서 자신이 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았으되,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역사적 진실에 대한 일종의 ‘부채 의식’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상 그 시대를 살면서 지나왔던 사람들이라면, 그러한 부채감을 누구든지 한번쯤은 품었을 것이라 하겠다.
소설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도청에 남았다가 죽은 소년의 어머니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고 있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품고 평생을 아프게 살아간다고 한다. 그 소년은 작가의 아버지인 또 다른 소설가의 제자였다고 한다. 작가는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당시의 역사를 취재하면서, 그와 연관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어 작품으로 형상화했던 것이다. 누군가는 4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해자들이 반성조차 하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든 진실은 반드시 말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필요하다면 죽은 전두환이 아니더라도 당시 동조했던 이들 중 하나라도 현실의 법정에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기록을 통해서 ‘역사의 법정’에서 단죄를 하는 것도 병행되어야만 한다.
80년이 지난 시점에도 지구 반대편의 독일에서는 나찌의 협력자들을 법정으로 끌어내 단죄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끝내 포기하지 말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45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도 독자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찾는 움직임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금년은 5.18 45주년이 되는 해이다.매년 개최되는 기념식에서 거듭 다짐을 하지만, 그 정신을 되새기고 희생자들이 넋을 위로할 수 있는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도 여전히 지속되어야만 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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