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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리를 절묘하게 다룬 이 만화를 보면서, 편견일 수밖에 없겠지만 처음에는 작가가 여성일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했다. 아직까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이름만으로 보면 작자는 남성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사람의 감정을 그것을 담당하는 세포들의 작용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무엇보다도 특이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용은 단순하지만 읽을수록 흥미로운 내용에 빠져들었던 측면도 있었다.
주인공이 여성이고 또한 주된 내용이 사람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보니, 언터넷 상에서는 '여혐(여성혐오)'논란이 제기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과연 ‘여혐’인지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뭐라 딱히 말하기가 쉽지 않다. 미묘한 사람의 감정을 다룬 작품들이 때로는 시각을 달리해서 접근하다 보면, 상대에 대한 비하적인 인식을 표출한 것이라고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권의 초반 내용이었던 여성에 관심을 두지 않는 직장 동료인 우기의 캐릭터나, 우기를 좋아하며 주인공인 유미를 견제하는 루비의 형상화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단 만화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 등의 캐릭터 역시 강조되어 나타나는 형상화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정 성격만을 부각시켜 논한다면, 작가가 표현하려고 하는 문제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유미와 그 주변의 캐릭터를 통해 우리 안의 감정과 그것이 변화하는 지점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8권에서는 작가가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선택한 유미의 일상이 그려지고 잇다. 남자친구인 바비는 제주도로 파견 근무를 하면서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고, 유미는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서점에서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주로 유미에 초점을 맞추어 에피소드가 진행되었다면, 8권에서는 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생각들이 각자의 세포 활동을 통해서 그려지고 있다. 아마도 유미의 시각에서만 펼쳐지는 내용이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출판사에 응모를 했으나 탈락하고, 유미의 원고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엿본 출판사 편집장의 눈에 띄어 작가로 접어들기까지의 과정이 에피소드로 전개되고 있다. 작품이 장기 연재되면서 세포들의 활동으로 전개되는 내용이 반복되는 듯한 것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러한 점 때문에 에피소드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서 작가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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