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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29대)]

진사사 임연재 배삼익 영공에게 드리다〔呈陳謝使臨淵裵令公 三益〕

      

나라의 수치 누가 일찍이 씻었던고 / 國恥誰曾雪
정성 품고 여러 번 연경에 나아갔다네 / 緘誠幾赴京
하늘 감동시켜 어진 천자가 있고 / 格天今有聖
훌륭한 사신 다행히 경을 만났네 / 專對幸逢卿
요동에는 봄풀이 막 푸르르고 / 遼海春初綠
연경에는 꽃이 또 선명하리라 / 燕都花又明
은혜 입고 행차 돌아오는 날에 / 蒙恩旋駕日
노래하고 춤추며 만리장성 나오리라 / 歌舞出長城

또〔又〕

만 리 멀리 연경으로 가는 길 / 萬里燕京路
꽃과 버들에 산들바람 부는 봄날이네 / 風輕花柳春
주나라 간 이는 칼을 푼 사람이고 / 觀周解劍子
전대할 이는 시를 외는 사람이네 / 專對誦詩人
날 개어 아지랑이 가물거리고 / 天霽游絲斂
산 밝아 상서로운 안개 새롭겠네 / 山明瑞霧新
가을이면 임무 완수를 기대하니 / 秋來望竣事
어찌 굳이 떠나는 것을 마음 쓰랴 / 何必費離神

[주-D001] 임연재(臨淵齋) : 

배삼익(裵三益, 1534~1588)의 호이다. 본관은 흥해(興海), 자는 여우(汝友)이다. 1564년 문과에 급제하였다. 1587년(선조20) 진사사(陳謝使)로 명나라에 다녀왔고, 다음 해 황해도 관찰사로 나가 구황에 힘썼다.

[주-D002] 나라의 …… 씻었던고 :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의 부친이 이인임(李仁任)으로 오인되어 《대명회전(大明會典)》에 잘못 기록되었는데, 1584년(선조17)에 이를 바로잡은 것을 말한다. 1587년 배삼익이 진사사(陳謝使)로 갔을 때에 바로잡은 《대명회전(大明會典)》 초본을 구하여 돌아왔다.

[주-D003] 주(周)나라 …… 사람이네 : 

배삼익이 사신의 임무를 훌륭하게 마쳤다는 말이다. 주나라에 간다는 말은, 춘추 시대에 상국(上國)에 조빙(朝聘)하면서 사신의 임무를 잘 수행한 대표적인 인물인 계찰(季札)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오(吳)나라 임금 수몽(壽夢)의 아우로서 주(周)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선진 문화를 잘 관찰하고 와 사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였다. 그가 진(晉)나라로 사신 가는 도중 서(徐)나라에 잠시 들렀을 때, 차고 있는 보검을 서나라 임금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줘야겠다고 마음먹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으나 그 임금은 이미 죽어 장사를 치른 뒤였다. 그래서 죽은 임금의 무덤 앞에 있는 나무에 걸어 두고 떠났다고 한다. 《史記 卷31 吳太伯世家》 전대(專對)는 외국에 사신으로 나가서 독자적으로 응대하며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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