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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를 맞으러 온 산모에게 실수로 낙태 수술이 행해져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한 병원에서는 만 한 살짜리 아기에게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수액을 주사해 의료사고 논란이 가중됐다. 연이은 사고로 ‘의료계의 관리 및 감독소홀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달 12일 부산의 한 병원에서는 만 한 살짜리 아기에게 유통기한이 1년 3개월이나 지난 수액을 주사하는 일이 일어났다. 병원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수액 100ml가 전부 투여될 동안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아이의 부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해당사실을 발견하고 즉시 병원 측에 항의했지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할 뿐 혈압과 혈액검사가 없었다”며 병원 대응을 비난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는 “혈액검사를 권유했으나 부모가 거절했다”며 “잘못된 수액이 쓰인 경위에 대해서는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7일에는 영양제를 맞으러 온 산모에게 의료진의 실수로 낙태수술이 행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 강서 경찰서에 따르면 강서구 화곡동의 한 산부인과 의사 A씨와 간호사 B씨는 영양제 주사를 처방받기로 돼 있던 임신 6주의 베트남 여성 C씨에게 낙태수술을 진행했다.
당시 간호사 B씨는 계류유산(죽은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 환자의 차트를 C씨의 것으로 착각, 환자 본인인지 신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수액 대신 수면마취제를 투여했다. 이후 의사 A씨 역시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낙태수술을 집도했다. A씨와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트가 바뀌어 환자를 헷갈렸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료계의 관리 감독 부실로 인한 의료사고의 법적 분쟁은 지난 4년 새 2배가량 급증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의료사고 분쟁 건수는 지난 2014년 827건이었던 데 비해 작년엔 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1589건에 달했다.
이에 대해 의료사고가족연합회 이진열 회장은 <THE H>와의 전화통화에서 “의사도 사람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 있어 이를 함부로 재단하기가 어렵지만, 의료사고의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고려해보면 의료인의 관리 감독 부실로 인해 벌어진 의료사고는 피해보상을 위해서라도 그 처벌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인 과실을 법률로 규제하는 데에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매일같이 환자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현장에서 순간의 선택을 벌여야 하는 의사들을 법조항에 맞춰 사후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의료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증도에 따라, 의료기관에 따라 진료 기준이 다를 수 있어 (의료 과실 방지는) 법률 한 줄로 바꿀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향후 의료계와 정부,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혜수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