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에 무엇을 할것인가 아예 작정을하고 농장으로 향합니다.
며칠전 TV에서 어떤 초보 어부(귀어 어부)가 쭈꾸미 잡는 모습을 보고 순간 무릎을 탁 쳤던거지요.
'아싸 가오리. 바로 저거야.'
소리껍질로 통발을 만들어 바다에 던져 놓으면 쭈꾸미가 집인줄 알고 들어가 앉아 있는다는겁니다.
'오메오메 나가 왜 저 생각을 몬한겨?'
이때부터 박농부 머리가 핑핑 돌아갑니다.
마눌이 화단 경계로 꼽아놓은 소라껍질 생각이 난거지요.
그중 큰놈들만 골라 빼내서 통발을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요 사진이 바로 지난 3월에 마눌이 소라껍질로 경계 만드는 장면이었지요.
그중 젤루 실헌 놈만 골라 빼냅니다.
마눌한테 들켜 나중에 뭐라카든 말든 내사 모를일이고
우선 쭈꾸미 잡을 생각에 신바람이 납니다.
요렇게 구멍을 뚫고 줄에 묶어 바다에 던져 놓고 돌아 옵니다.
우째되았는지 일주일 내내 궁금 하기만 합니다.
매일밤 상상속에 만선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머릿속에선 계산기도 퍙팽돌아갑니다.
소라 통발 40개를 던져 놓았으니 한개에 한마리가 들어가면40마리.
'가만있자 대략 1kg에 10마리.. 그라믄 4키로.
Kg당 25,000 이니 오메 좋은거 10만원 어치나 된단 말이지?'
뭐 팔아서 돈 만들려고 한짓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하니 일단 기분은 좋습니다.
잡은 쭈꾸미는 회로 먹고 샤브샤브도 해먹고 볶음도 해먹고...
거기에 이슬이 꺼정 함께 해불면 우와 세상 부러울게 없겠습니다.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그렇게 지루한 일주일을 보내고 드뎌 주말이 왔슴돠.
농장 가는날입니다.
농장에 도칙하자 마자 바다로 달려 갑니다.
물빠진 바닷가엔 내 소라 통발들이 모습을 드러 내 놓고 있습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하나 하나 들어올려 봅니다.
으앙! 꽝입니다.
김칫국 부터 마신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과연 이곳에서 쭈꾸미가 잡히는지에 대한 확인 차원이라는
목적도 있었으니 뭐 괜챦다고 스스로 위로는 해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에 다음주를 기약하며
다시 좀더 깊은곳에 던져 놓고 돌아서는데 바닷물에 하늘하늘 톳이 눈에 들어옵니다.
뒷주머니에서 전지가위를 꺼내 조심 조심 잘라냅니다.
뿌리째 뜯으면 종자가 없어질지 모르니까요.
딱 한끼 먹을거리만 뜯습니다.
꿩대신 닭이라고 이거라도 건져 돌아섭니다.
오늘 저녁 밥상엔 쭈꾸미 샤브샤브가 아니라 바다향 가득한
톳 무침이 올라오겠지요.
초보농부는 오늘도 이렇게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첫댓글 재미나게사십니다
힘든일도 즐거우면 신바람이 납니다.
넘 재미나서 제가 쭈꾸미 먹은 느낌입니다
샤브샤브랑 볶음이 넘 맛났습니다 ㅎㅎ
맛 있었죠?
저도 간만에 푸짐한 쭈꾸미 요리 한상 거하게 먹었네요.
담엔 소라 하나 하나에 쭈꾸미가 가득하길 빌어요
네 쭈꾸미 잡히면 연락드릴테니 언능 달려 오셔요.
@안빈낙도(해남) 네
담주는 쭈꾸미가 꽉차 있을거고만요.
기대해 봅니다.
만약 한마리라도 건지면 본격적으로 도전해 봐야죠.
@안빈낙도(해남) 전 작년 가을에 쭈꾸미 낚시배 타고 하루 잡은 걸로 여적 먹고 있어요.
왜 안들어 갔을까
꾸미가 그짝은 없는건가~요
글쎄요 .
물때를 놓쳐 쪼매 얕은데다 던진게 원인일수 있는데 담주를 기대해 보렵니다.
재미나게 사시네요.
쭈꾸미 만선 기대 합니다.
저도 만선 기대해 봅니다.
ㅋㅋㅋㅋㅋ
쭈꾸미가 한 6키로 들어앉아있을듯이
글을 쓰셨길래~
쭈꾸미대신~제가 낚였어예 ㅎㅎㅎㅎㅎ
ㅎㅎㅎ
죄송합니다.
저도 TV 프로에 낚여서 그만 마눌 꽃밭 망가트렸어요. ㅋㅋ
@안빈낙도(해남) ㅋㅋㅋㅋㅋ
쭈꾸미가 뙄!
낚여야!
제맛일텐디요!!!ㅋㅋㅋㅋㅋ
담엔
소라가득
만선의 기쁨을 누리시길 ~~
쭈꾸미가 조아하는 미끼를 하나씩 소라껍질에 넣어두는 방법도 괜찬을거 같아요
근데 쭈꾸미가 좋아하는 미끼가 뭘까요?
저도 기대 잔뜩하고 글을 읽어내려갔어요
마치 추리 소설 읽는듯 흥미진진
기대에 부응 못해 지송합니데이~~
그래도 시도해보고 포기 하는편이
안하고 후회하는것 보단 낳을것 같아서 말이죠.
아름다운 자연 그 속에서의 꽃
그리고 바다의 쭈구미 ~~~~~
동화에 나오는 그림같습니다.
행복한 안빈낙도의 생활 멋져요
유유자적 살아가려 했는데
아직 주말 농부이다 보니 시간에 쫒겨 사네요.
내년쯤엔 정말 모든거 훌훌 털어 버리고
원하는 삶을 살아 보려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멋지게 사십니다~~~
다 그런거지요 뭐!
뒷일이 걱정 되기도 한데 어쩌겠어요 쭈꾸미 잡아다 드리면 웃으실겁니다.^^
글 읽으며 쭈꾸미 기대하고 도전 해보려 했는데 안빈낙도님 결과 보고 도전해야 겠어요
이런말 좀 뭐하지만, 귀여우세요!
일주일 기대에 부흥못한 주꾸미 담엔 꼭 잡아서 드셔요~^^
너무 재밌어요.^^
미끼를 안넣어서 안들어가지 않았을까요?
바다가 있어서 더 즐거운 일들이 가득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