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시대의 슬픔
80세가 넘어서면서부터 노년들의 고민은 현재의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하나 아니면 시니어타운의 아파트로 옮겨야 하느냐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노인들이 모이면 어느 지역의 시니어타운이 좋으냐가 화제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니어타운 건설 붐이 일어나 수원과 청평, 용인, 고창 등
여러 곳의 시니어타운으로 노년들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시니어타운에는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산책로 등이 있고 취미클럽 활동이 많아 노년들은 이곳을 100세 시대의 낙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에 시니어타운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것은 진리이며 필연적인 사실입니다.
시니어타운도 변해갑니다. 어떻게 변해갈까요.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100세 시대의 노년 촌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에 대해 특집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기사는 시니어빌리지가 영원한 파라다이스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부가 같은 날 죽을 수는 없습니다.
시니어타운에도 이런 현상이 심해져 홀몸 노년 즉 싱글 노년 인구가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싱글 노년이란 사람들이 우리가 말하는 돌싱(돌아온 싱글)이 아니라 85세 이상 된 힘없고 노쇠한 홀로 삶의 노년이라는 점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시니어타운에서 오랜 동안을 살아온 ‘이또 할머니’의 일기를 입수해 보도했는데 그 내용이 노년의 절절함이 베어져 있습니다.
화려했던 시니어타운이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는 독거노년 촌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부인을 잃은 남자 노년들은 집을 자주 청소하지 않아 쓰레기가 쌓이고 타운 전체가 지저분해져 나이가 적은 노년들이 입주를 꺼리기 때문에 값도 내려가고 타운이 점점 시들해져 간다는 것입니다.
치매 노년들이 늘어나 동네에서 가출신고가 빈번한가하면 사망한 지 며칠이 되었는데도 옆집에서조차 몰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85~90세가 되면 운전도 못하게 되고 모임에도 나서기 힘들거니와 오락시설,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산책로 등을 이용하기 어려워 시니어타운의 좋은 시설들은 장식품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독을 해결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은 자식들이 아니라
시니어타운에서 사귄 친구들이라는 것입니다.
자식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런 도움이 못되며 오직 이웃에 사는 친구들만이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들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을 미리미리 사귀어야지 80세가 넘어서면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다고 ‘이또’ 할머니는 말하고 있습니다.
외로움 즉 고독은 노년들이 겪어야 하는 최고의 징벌입니다.
일본의 노년 문제에 놀라운 새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성 노년 범죄가 급속히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여성 노년들이 슈퍼마켓에서 생선이나 고기를 버젓이 훔치고는 형을 받습니다.
일부러 훔치는 것입니다.
이는 감옥에 가기 위해서랍니다.
감옥에 가면 사람들이 북적거려 외롭지 않고 자신의 건강까지 교도소에서
다 살펴주고 운동까지 시켜줍니다.
교도소가 노년들의 피신처로 바뀌고 있어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자유는 없지만, 걱정거리도 없다는 것이 감옥을 찾는 노년들의 한결같은 생각입니다.
캐나다에서는 노년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루드비히’라는 말하는 로봇 인형을 독거노년들에게 공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구에서도 독고노년을 위한 복지제도를 확충해 나가고 있답니다.
혼자 사는 ‘홀몸 노인’ ’독거 노년‘ 시대가 우리에게도 밀려오고 있습니다.
부부 두 사람 중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노년들은 혼자 사는 연습을 해야 하고, 특히 남자 노년들은 요리 강습에 참여하는 등 부인을 잃을 경우 자립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만 합니다.
이는 남자 노년들이 겪어야 하는 서바이벌 훈련입니다.
우리나라도 자식들의 효(孝)에만 의존하려 하지 말고 독거 노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 촘촘하게 국가에서 보살펴야 할 때입니다.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