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야 연세한강병원으로 제 자리를 찾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기치도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산을 오르다 보노라면 바로 앞 봉우리가 정상인데 올라보면 저 멀리 더 높은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또 다시 가파른 바위를 넘어 오르면 또 다른 더 높은 정상이 발길을 막아선다. 바로 저기라고 생각되는 정상은 오를수록 까마득하게 막아서는 산봉우리에 숨이 가빠진다.발길은 무겁고 서산에 해는 저물고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픈 마음뿐이다. 하지만 주저앉기에는 너무 갈길이 멀지 않은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 세상에 하나뿐인 아내와 어린 자녀들의 눈망울이 심장박동을 세차게 몰아세운다. 포기하면 끝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돌아가노라면 어느새 정상이 가슴에 안긴다. 발 아래 펼쳐지는 세상 모습이 그저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닌가. 넘어지고 엎어져서 찢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산객만이 승리의 찬가를 만끽하는 것이다. 막아서면 잠시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아닌 길은 있어도 없는 길은 없다. 조금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연세한강병원은 이제 막 희뿌연 터널을 빠져 나왔을 뿐이아닌가. 질병의 고통에서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되찾아 주어야 할 소명과 의무가 기다리고 있다.
2017년 12월 26일 약제실 약사 최 정 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