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휘트먼
한 아이가 두 손에 잔뜩 “풀을 들고서 무엇 인가요?” 하고 내게 묻는다. 내 어찌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있겠는가, 나도 그 아이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필연코 희망의 푸른 천으로 짜여진 내 천성의 깃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그것은 주님의 손수건이나, 하느님이 일 부러 떨어뜨린 향기로운 기념품일 터이고, 소유자의 이름이 어느 구석에 적혀 있어, 우리가 보고서 “누구의 것”이라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추측하노니―풀은 그 자체가 어린아이, 식물에서 나온 어린아이일지 모른다. 또한 그것은 모양이 한결 같은 상형 문자일 테고 그 것은 넓은 지역에서나 좁은 지역에서도 싹트고, 흑인과 백인, 캐나다인, 버지니아인, 국회 의원, 검 둥이,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주고 또한 받는다. 또한 그것은 무덤에 돋아 있는 깎지 않은 아름다 운 머리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너 부드러운 풀이여, 나 너를 고이 다루나니 너는 젊은이의 가슴에서 싹트는지도 모를 일이요, 내 만일 그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그들을 사 랑했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너는 노인들이나, 생후에 곧 어머니들의 무 릎에서 떼낸 갓난아이들에게서 나오는지도 모르 는 터, 자, 그리고 여기에 그 어머니의 무릎이 있다. 이 풀은 늙은 어머니들의 흰 머리로부터 나온 것 치고는 너무나도 검으니, 노인의 빛 바랜 수염보다도 검고, 연분홍 입천장 아, 나는 결국 그 숱한 발언들을 이해하나니, 그 발언들이 아무런 뜻 없이 입천장에서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또한 알고 있는 것이다. 젊어서 죽은 남녀에 관한 암시를 풀어낼 수 있었 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것뿐만 아니라, 노인들과 어머니와 그리고 그들의 무릎에서 떼어 낸 갓난아이들에 관한 암시도 풀어냈으면 싶다. 그 젊은이와 늙은이가 어떻게 되었다 생각하며 여 자들과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다 생각하는가. 그들은 어딘가에 살아 잘 지내고 있을 터이고, 아무리 작은 싹이라도 그것은 진정 죽음이란 존재 하지 않음을 표시해 주고 있는 것일지니, 만일에 죽음이 있다면 그것은 삶을 추진하는 것이 지 종점에서 기다렸다가 삶을 붙잡는 것은 아니다. 만물은 전진하고 밖으로 전진할 뿐 죽는 것은 없 고, 죽음은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행복한 것이다.
-김희보 편저『世界의 名詩』(종로서적,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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