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저녁을 맞이한다는 것이
범인(凡人)들에게는 늘상 되풀이 되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남은 시간이 소중한 노인들이나 제한된 시간을 살아야 되는 중증 환자들에게는
노을진 하늘이 그저 평범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점점 몸을 불려가는 상현달이 어느덧 반달이 될 무렵
가을은 겨울을 향해 눈치 보지않고 주츰주츰 다가서며 세월의 흐름을 숨가쁘게 따라가고있더라
오늘도 '혼라'에 '홀산'을 하러 들판을 달려 강청골로 들어서서
강청동문(江淸洞門) 정자에서 페달을 멈춘다
들판길을 달리던중(내경리) 지인(장선장)을 만나
잠깐 시간을 소비하긴 했지만 1시간만에 강청골에 도착하니 빠른건지 느린건지...!
다시 트랭글 모드를 등산앱으로 변경하고 상투봉 진입로인 계곡속으로 파고 든다
약 1km의 계곡을 치고 올라 사방댐에 도착하여 상투봉으로 향하면서
뒤에 남겨지는 닫자봉을 이윽히 올려다 본다
"아직도 단풍을 뒤집어 쓰지는 못했구만"
산에 들어서면 어디를 가나 나의 관심을 붙드는 건 소나무들로
상투봉 구간에도 잘생기고 못생긴 소나무들이 수두룩하게 늘어서 있다
계단을 '몇미터 앞에다 두고♬' 상투봉의 오른쪽 사면(斜面)길로 들어섰다
낙엽이 쌓여 감춰진 길을 더듬으며 샛길로 들어선 것은
가파른 계단이 싫은 탓도 있지만 나만이 애용하는 샛길 루트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상투봉 남사면에 잔뜩 오무리고 숨어있는 암벽은
수목들로 가려지고 단애(斷崖)를 이룬 절벽이라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곳이다
일부만 드러나 있는 암석(岩石)도 사람들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는 외진 곳!
허나 10여m만 오르면 상투봉 전위봉에 올라 설 수 있으므로
나같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드나드는 곳이다
영인산 전경(全景)
상투봉과 영인산
상투봉 계단 아래에 자연적으로 마련된 돌침대!
상투봉 정상부에는 기이한 소나무들이 잘 가꿔져 있어 흐뭇하고!
또한 푸른 하늘 아래 팥배나무의 붉은 열매는 알몸으로 해받이를 하고 있어 상큼하다
작은 상투봉 자락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울긋불긋 단풍빛이 짙어져 가고 있구나!
이제야 영인산의 오색단풍은 절정에 올라선 듯 하건만
지난 11월 3일(일) 이미 단풍축제를 마쳤으니 조금은 성급했다고 해야 하나!
박무로 시야가 가려진 산너머 들판은 안간힘을 써서 들여다 봐도 오리무중일레!
작은 키에도 늘 당당한 닫자봉
요즘은 험상궂은 뿔까지 거느려 더욱 위세가 높아졌다
높은 기온 탓인가!
아직도 제 빛깔을 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야 살짝 있으나
오색 물감으로 그려놓은 듯한 골짜기와 능선의 단풍은 근래에 들어 가장 아름답게 치장을 했다
바위 포토죤에는 누군가를 세워야 했건만...! ㅉ
와우~~!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를 다닥다닥 달고 있는 팥배나무에 탄성이 나온다
장미원으로 탈바꿈한 온실을 지키는 은행나무는 완전히 가을색으로 치장을 했구나!
온실에 들어섰으나 그리 볼만한 선인장 꽃풍경은 없었다
겨우 하와이 무궁화에 마지못하여 렌즈를 맞출 수 밖에...!
온실 밖의 칠자화도 끝물이었고!
스스로 피고 싶어 피어난 진달래는 가상하기도 했지만
너무 외로워 보여 말리고 싶었다
오늘 들리지 못하는 닫자봉은 눈인사로만 대신한다
꽃수레
일년 내내 꽃수레를 지키는 노부부 얼굴은 누군가 세수라도 시켜줬으면...!
지푸라기 털외투를 걸친 자귀나무는 바야흐로 겨울 채비를 모두 마친 듯 하다
마가목
산림복원지구의 복자기 나무들은 예의 그 진한 단풍으로 치장을 했는데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했던가 옆에 둘러 선 화살나무들은 붉다 못해 검은 빛깔로 대응하고 있다
??
바라봄 언덕 길
자주 달개비
산림박물관과 연화봉
닫자봉 능선
956계단 길의 신선봉을 마주보며 산림박물관으로 향한다
화려한 산림박물관 입구의 단풍나무
다짜고짜 연화봉으로 올라 영광의 탑을 확인하고 깃대봉으로 올라선다
깃대봉 암벽
이제는 깃대봉 정상의 상징이 된 상수리 나무도 노랑물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자귀나무나 팥배나무도 같이 어우러져 있었지만
잡목 제거의 명분으로 모두 잘려져 나가 다소 을씨년 스러워졌고
바위 사이에 노랑 열매를 단 노박 덩굴은 아직 껍질이 터지지 않아 빨간 알맹이를 볼 수 없었다
깃대봉에서 보는 영인산 전경
연화봉
수자원 공사와 영인저수지를 품고 있는 영인산의 곡창지대를 관조한다
실라
외떡잎 식물로 백합목에 백합과 무릇속 식물이라는데 난 처음 보는 것 같다
신선봉으로 진행하며 내려다 본 강청골 계곡
재작년에도 이런 모습을 보고 탄복을 했었는데
갑자기 무슨 심술로 톱질을 하여 나무 무덤을 만드는 등 어이없는 짓에 아연 실색했었다
다행히 이제는 자연복원이 되어 옛 모습을 되찾아 가는 것 같은데 또 손질을 하려나?
인주면의 진산인 입암산은 돌을 캐는 광산과 도로 공사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중이고!
CC골프장 입구(인주면 복흥리)에서 진달래를 보기 위해 올랐던 작은 야산은
터널이 뚫리며 이제는 진입이 불가능해졌다
신선봉의 나무수국들과 옛 초소건물은 아직 건재하다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지만 역시 오늘 조망은 그야말로 꽝이다
그 중 선명하게 보이는 건 산림박물관 뿐이었다
신선봉의 소나무들
정상석 공터 옆을 지키는 꽃사과 나무(?)
산성길 956계단 직전의 굽은 소나무도
아름다운 수형(樹形)을 지녀 가지 손질만 한다면 명품 반열에 오를만 하다
무성한 잎사귀로 가려졌던 연화봉 영광의 탑을 건너다 보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간다
눈앞을 꽉 채우는 가을 경치가 스산한 나그네 마음을 압도하듯 밀려온다
계단을 내려 선 다음 계곡을 따라 사방댐으로 내려 가던 중
길목을 지키는 단풍 나무 아래에 섰다
우리네 인생도 생을 마감할 때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오리 요리 전문점인 강청골 식당앞을 지난다
상투봉
계곡수 안에는 물고기 떼도 보이고!
단풍으로 물든 영인산을 한바퀴 도는데 거의 3시간이 걸렸네!
감나무
곡교천 둑방길로 들어서서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들의 춤사위를 보며 달린다
이후 삽교천을 건너 집에 도착하니 주행거리 25.8km에 1시간 50분이 소요되었다
콩바심을 하고 밭 고르기 작업을 하느라 길나섬을 자제했다가
오랜만에 찾은 상투봉(영인산) 산행은
그런대로 예쁘게 물든 단풍을 만나는 호사를 누리며
오가는 길에서 억새의 눈부신 풍광도 곁들이는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으니
행복이 뭐 별건가 이런 하고 싶은 짓을 할 수 있는게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