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김광남 선생님께서 세 번째 수필집을 상재하셨습니다
<<낚시의 고수>>
<배냇소>外 40편
에세이문학출판부
얼마 전에 느림의 섬 청산도에 갔습니다. 해변의 무한경無限景을 보노라면 걸음이 느려질 수밖에 없지요. 우생마사牛生馬死 라는 고사가 있어요. 장마에 강을 건너는 성질 급한 말은 죽고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소는 살아남았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내가 저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혀 흔들림 없이 서두르지 않는 녀석의 고상하고 기품 있는 걸음걸이는 흉내도 낼 수 없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느림을 참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피부, 그 위로 점점이 수놓은 하얀 문양 위에 햇빛이 부십니다. 어디서 들으니 녀석들의 점액질로 제조한 화장품과 진액으로 만든 영양제가 꽤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하더군요. 녀석의 아름다움이 슬쩍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살며시 녀석을 만져봅니다. 얼마나 부드럽고 촉촉한지 어렸을 때 뽕을 열심히 먹고 있는 누에를 만져본 촉감과 비슷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부드러움은 중3 수학여행 떄 경험했었지요. 새벽에 석굴암을 오르게 되었어요. 아침 해가 구름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석굴암 입구에 있는 부처님의 좌상이 보였는네, 햇빛에 그 엉덩이 부분이 한없이 부드러워 보였어요. 마치 아기의 살결 같아 손가락으로 누르면 살짝 들어갈 것만 같은 부드러움이 가슴으로 전해왔습니다. 가까이 갔을 때 멀리서 본 그 감각을 확인해보고 싶었지요. 부처님 엉덩이를 만져 보았어요. 화강암을 정으로 쪼아 만든 석상의 엉덩이가 딱딱하고 울퉁불퉁할 수밖에요.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서예를 공부하게 되었는데 화선지에 그림이나 글씨를 쓰면 그 주위로 먹물이 번진 모습이 부처님 좌상 엉덩이의 부드러움과 똑같았어요. 이게 번짐의 효과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건물이 천편일률적으로 네모졌는데 둥글면서도 안정감 있는 와사蝸舍를 아름다운 문양까지 넣어서 지었습니다.
녀석의 집은 주소가 없습니다. 요즘 볼 수 있는 이동식 가옥이나 펜션의 작은 집, 카라반은 녀석의 집을 보고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얻은 것 아닐까요. 살아 있는 동안 좋은 환경 찾아서 어느 곳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습니다. 항상 열려 있는 현관으로 얼굴만 내밀면 따듯한 아침 햇살을 맞지요. 달팽이 한 몸 담기에는 넉넉하게 지었으니 천정부지로 오르는 아파트값 걱정 없어 세상 부러울 게 뭐 있겠어요.
팔방으로 움직이는 네 개의 기둥 끝 둥근 돌기는 날렵하고 정교한 레이더로, 공간 움직임을 순간에 알아내서 머리카락만 한 빈틈도 용납할 수 없지요. 다시 사드 배치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이 녀석 네 개의 시선은 이걸 능가하는 최첨단 무기가 되지 않을까요.
수백 년을 우리는 우주의 소리들을 들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유연하고 스마트한 네 개의 저 고성능 안테나는 순식간에 길이를 조종하고, 방향을 바꿀 뿐 아니라 숨기거나 나타내기도 자유자재입니다. 이 정교한 움직임을 통해, 우주의 소리들을 탐지해내려는 것일지도 모르지오.
저 느림, 유연함, 부드러움, 섬세한 촉각이야말로 녀석의 강한 생존의 비밀인 것 같습니다.
-<생존의 비밀> 중에서
첫댓글 축하 글이 늦었습니다.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 애경사 란을 더 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카페지기 이복희 선생님께서 맡아주시기로 하셨는데 아마도 이 책을 이복희 선생님께서 받아보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해서 늦게나마 올려드립니다.
김광남 선생님 넓은 양해 바랍니다.
수고하셨어요.
선생님이 그냥 하세요.
책이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고
힘드시다기에 한다고는 했지만
저도 이번에 많이 힘들어 게으름 피웠어요.
책을 받고 작가에게 연락도 못했지요.
카페가 제 것도 아니고
하시던 일이라 신경을 쓰시는 듯 하니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책 출간을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책 잘 받았습니다.
감사 합니다.
김광남 선생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