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리던 빗방울이 날이 밝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비가 내리고 나면 추울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날씨는 바람도 없고 포근하다
마당가의 비 맞은 국화들을 눈으로만 쓰다듬기가 아까워 사진에 몇컷 담아 블로그에 저장을 했다
방안에 들어와 TV를 켜니
뉴스 중에 딸래미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있었다고 한다
불은 장비 27대와 인력 85명이 투입돼 차를 지하 밖으로 끌어내어 2시간만에 진화되었다고 하지만
한 밤중에 792가구가 대피를 하는 등 큰 난리를 쳤던 모양이다
비 맞은 화살나무에 이슬이 맺혔다
오후 들어 맑아지는 하늘을 보며 삽교천 뚝방길로 나선 것은
억새들의 눈부신 군무(群舞)와 흐느적이는 갈대들의 고개짓이 보고싶기도 했고
푸른 창공을 날아다니는 기러기들과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바람의 냄새도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삽교호〉
〈평야 뒤로 합덕 시내의 모습〉
〈영인산〉
삽교천을 가로지르는 전철 교각을 보자
갑자기 지난 10월 말 개통 예정이었던 합덕역이 궁금해졌다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즉시 합덕역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그래도 지름길인 논둑길로 들어서지는 않고 삽교천 제방을 따라
외돌아 가야 되는 먼 구양교로 향했다
매년 이맘 때면 하얀 억새와 갈대로 은물결을 이루었던 둔치는
잔디처럼 바닥에 깔린 풀잎들이 노랑물을 들이고 있어 억새 구경은 한낮 꿈이 돼버렸으니
이는 초가을 꽃이 피기 직전 갈대와 억새를 모두 베어 낸 탓이며
베어 낸 억새는 곤포 사일리지를 만들어 그대로 방치하고 있어 의아함을 갖게 한다
하얀 민들레
서양 민들레보다 생명력이 약해 번식이 둔한 하얀 민들레가
찬바람속에서 피어나다니 신기한 노릇이다
하늘에서는 기러기가 오가고!
오리들이 즐겨 찾는 갈대 늪지에는 아직 주인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 같은데
설마 먼길을 오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겠지!
갈대꽃이 없는 갈대밭은 허무하다
시들어 가는 수크렁만 쓸쓸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건너편 고수부지에는 저토록 찬란한 은빛억새가 눈부시게 피어 있건만...!
둑방길옆에서 검연쩍은 듯 몸을 흔드는 갈대를 만나기는 했어도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어쩌랴!
속상해 한들 해결될 일이 아니니 내일에는 저 곳으로 억새 나들이를 해봐야 겠다
황금빛 벌판 뒤로 펼쳐진 도고산
비가 갠후라 비교적 소상하게 들여다 볼 수가 있어 더욱 정겹다
합덕읍 중궁리를 거쳐 합덕역으로 접근한다
중궁리 어느 농가 마당의 은행나무가 절정의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지난 11월 2일((토) 개통했다는 합덕역
합덕시내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관계로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었다
숨겨지듯이 출입문 옆에 조그맣게 표시된 구내(構內) 안내도
대개의 승객들이 인터넷 예약으로 표를 구하지만
교통 노약자들은 창구에서 직접 표를 구할 수 있다
노선도(路線圖) 역시 사람들이 잘보이지 않는 한쪽 구석에 있는 듯 마는 듯 붙여져 있다
현재 종점역은 서화성인데 원시 - 초지 구간(4km)이 공사중으로 2026년 3월에 개통 예정이라
수도권과의 직접 연결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다
표 구입을 위해 창구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지금 운행하는 차는 전철이 아니라 새마을 열차(ITX)라고 한다
하루에 4번 왕복 운행을 하며 요금은 기본 4,800원에 주말은 할인 요금도 적용되지 않는다네
순환선은 안중을 거쳐 평택에서 기본 경부철도 노선과 연결되어 천안, 아산, 예산을 연결한다
역사 내부
아직 잔여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출입에 약간의 불편을 주기도 한다
합덕역과 연결되는 주변의 버스 시간표
첫 시승으로 홍성까지 왕복 탑승을 해봤다
플랫홈에서 바라뵈는 도고산 라인
객실 3량을 단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열차 노선이 바뀌면서 홍성 역앞은 천지 개벽을 이루는 것처럼 주변이 온통 공사판이다
이미 대형 고층 아파트도 들어서 있고!
홍성 출신의 역사적 인물들!
만해 한용운, 성삼문, 최영, 김좌진
주말에 홍성 장날이 겹쳐서인지 객실은 거의 만원이었고
상행선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였다
〈용봉산〉
〈내포 신도시와 옆으로 펼쳐진 용봉산〉
〈들판 너머로 가야산〉
15분만에 다시 합덕역에 내려서 집으로 오던 중 합덕제에 들려봤다
혹시 여름 공사로 망가졌던 합덕제에 철새들이 날아오지는 않았을까 궁금하여...!
연꽃과 줄풀로 빽빽했던 연못을 까대기쳐 호수를 만들어 놓기는 했으나
이 곳을 터전 삼아 살던 오리들의 자취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직 시간이 좀 더 지나가 봐야 알겠지만
계속되는 공사로 시끄러운 합덕제를
철새들도 외면하는게 아닐까 저으기 염려가 될뿐이었다
집에서 합덕역까지 7km에 자전거로 30분 내의 거리이기는 하지만
수도권과의 연결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요금이 싸지 않으며
운행횟수가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으나
곧 서해안 지역의 물류 이동에 많은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