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安民之術(1)
李 珥
客曰 旣辨邪正하여 得人而爲政이면 則政將何先가
손님이 말하기를, “이미 간사한 것과 옮음을 분별해서 인재를 얻어 정치를 하게 되었으면 무엇부터 우선으로 해야 합니까?”
主人曰 先革弊法하여 以救民生이라 欲革弊法이면 則當廣言路하여 以集善策하리니 上自公卿으로 下至輿儓이 皆許各陳時弊하여 其言果可用也면 則勿以其人爲取捨하고 勿使該曹爲循例防啓之計하여 惟以弊法之盡革爲期然後에 國可爲也라
주인이 말하기를, “먼저 폐단이 있는 법을 고쳐서 민생을 구원(救援)해야 한다. 폐단이 많은 법을 고치려면 마땅히 언로(言路)를 넓혀서 좋은 방법을 모아야 할 것이니, 위로는 공경(公卿)으로부터 아래로는 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시폐(時弊)를 말하게 하여 그 말이 과연 쓸 만한 것이라면 그 사람의 신분의 고하로 취사(取捨)하지 말고 해당 부서로 하여금 전례를 따라 아뢰는 것을 막지 말도록 하여 오직 폐법(弊法)을 다 고친 뒤에야 나랏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客曰 子以爲救民이 在於革弊라하되 當今之弊에 孰爲民患之大者오
손님이, “당신은 백성을 구원하는 일은 잘못된 법을 고치는 데 있다고 하는데, 지금 백성이 곤란 받는 제일 큰 폐단은 무엇입니까?”
主人曰 一族切鄰之弊ㅣ 一也요 進上煩重之弊ㅣ 二也요 貢物防納之弊ㅣ 三也요 役事不均之弊ㅣ 四也요 吏胥誅求之弊ㅣ 五也라
주인이 말하기를, “일족절린(一族切隣)의 폐단이 제일이고, 진상(進上)하는 일이 너무 많은 폐단이 둘째이며, 공물을 방납(防納)하는 폐단이 셋째이고, 군역(軍役)과 요역(徭役)이 불공평한 폐단이 넷째이며, 아전들이 가렴주구(苛斂誅求)하는 폐단이 다섯째이다.
何謂一族切鄰之弊아 今玆一有逃散之民이면 則必侵其一族及切鄰하고 一族切鄰이 不能支保하여 亦至流散이면 則又侵其一族之一族과 切鄰之切鄰하니 一人之逃에 患及千戶하니 其勢ㅣ 必至於民無孑遺然後에 乃已也라 是故로 昔年百家之村이 今無十室하고 前歲十家之村이 今無一室하여 邑里蕭條하고 人煙敻絶하여 無處不然하니 若不更張此弊면 則邦本顚蹶하여 無以爲國矣라
일족절린의 폐단이 무엇인가 하면, 지금 여기에 과중한 세금 등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한 백성이 있다면 반드시 그 일족과 이웃 사람에게 그 세금을 부담시키고, 일족과 이웃이 감당할 수 없어 또 도망가게 되면 다시 그 일족의 일족과 이웃의 이웃에 부담시키게 된다. 한 사람이 도망감으로써 환난(患難)이 천 가호(家戶)에까지 파급되니, 그 형세는 반드시 한 사람의 백성이 남지 않게 된 뒤에야 끝이 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100가구의 마을이 지금은 10가호도 못 되고, 지난해는 10가호의 마을이 지금은 한 집도 없게 되어, 마을은 쓸쓸해지고 인가의 밥 짓는 연기가 끊어졌으니, 만약 이 폐단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근본이 넘어져서 나라를 다스릴 수 없을 것이다.
欲革此弊면 則當下令四方之郡邑하여 按其簿籍하여 苟有流亡絶戶면 輒削其名하여 不侵一族切鄰이면 則國家所失은 只在於已逃者요 而未散之民은 則庶幾安輯矣라 休養生息하여 戶口繁盛하면 則未充之軍額도 亦指日而可充矣라
이 폐단을 개혁하려면 곧 사방 고을에 명령을 내려 부적(簿籍)을 조사해서 도망친 가호가 있으면 곧 그 이름을 삭제하여 일족과 이웃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국가의 손실은 오직 이미 도망간 자에만 그치고 말 것이고, 아직 흩어지지 않은 백성은 편안히 모여 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양육하고 생식(生息)하여 호구가 번성하면 충당되지 못한 군액(軍額)도 얼마 안 가서 충당될 것이다.”
客曰 有是哉라 子之迂也여 今日軍額隷籍에 絶戶者居半이온 若用子言이면 則無以應目前之百需리니 奈何오
손님이, “그대의 말은 실정과 거리가 있다. 지금의 군액과 예적(隷籍)에는 도망쳐 없어진 자가 거반인데, 그대의 말대로 한다면 눈앞에 닥친 여러 가지 군수(軍需)를 당해 나갈 길이 없으니, 어찌할 것인가?”
主人曰 嗚呼라 流俗之見이 每每如是하니 此國勢之所以終不振起也라 今者에 民生之困은 甚於倒懸하니 若不急救면 勢將空國이니 空國之後에 目前之需를 辦出何地耶아 此必至之理也라 所貴乎軍額之不減者는 爲其實有是軍하여 可以備用也라
주인이 말하기를, “아, 세상의 견해가 모두 이와 같으니 이것이 나라의 형세가 진작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민생의 곤란함은 거꾸로 매달린 것보다 더 고통스러우니 만약 급히 구하지 않으면 그 형세가 장차 나라가 텅 비게 되고야 말 것이다. 나라가 비게 되면 눈앞에 닥친 수요를 어디서 마련해 내겠는가? 이치로 보아 반드시 이 지경에 이를 것이다. 군인의 수를 감축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실로 군인들이 있어 충당할 수 있을 때 하는 말이다.
今者에 絶戶之軍에 只侵一族하여 徵其價布而已라 脫有緩急發軍之擧면 則一族終不足以荷戈하고 價布도 終不足以募人이온 安用吝惜虛簿으로 以使民受實害哉아
지금 호수가 없어진 군인 수에 대하여 그 친족을 침탈하여 군포(軍布)만 징수한다 해도, 만약 사건이 나서 군인을 동원하게 된다면 그 친족이 창을 메고 나오지는 못할 것이고, 군포를 가지고 군인을 모집하지도 못할 것인데, 무엇 때문에 허위 군적부(軍籍簿)를 아껴 두어 백성이 실질적인 피해를 받게 하겠는가!
古今敗亂之事는 固非一二요 而未嘗見以一族切鄰之弊로 亡其國者也라 我國作俑이나 未知昉於何時라 此誠千古所無之患也니 不可使聞於後世也라
고금(古今)에 패란(敗亂)의 일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일족절린의 폐단으로 나라를 망친 경우는 아직 못 보았다. 우리나라에 시초가 된 것인데 이런 것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다. 이것은 참으로 천고(千古)에 없었던 병통이니, 후세(後世)에까지 그 소문이 들리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書曰 罰不及嗣하고 賞延于世라하니 斯民之流散은 出於困瘁니 當惠鮮之不暇온 而反以毒虐之政으로 散其未散之民하니 此豈仁人君子之所可忍爲耶아
《서경(書經)》에 ‘형벌은 자손까지 미치지 않고 상은 자손에까지 연장해야 한다.’ 하였다. 백성들이 흩어져 도망가는 것이 곤궁한 데 기인한 것이니, 은혜를 베풀기에 여념이 없어야 할 것인데, 도리어 혹독하고 포악한 정치로써 아직 흩어지지 않은 백성들까지 흩어지게 하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어진 군자가 차마 할 일인가.” 하였다.
客曰 子言則是矣나 但巧詐之民이 一切避役하여 軍額終至於無一人則奈何오
손님이 말하기를 “그대의 말은 옳으나 다만 교활한 백성이 모두가 병역을 기피하여 나중에 군액을 질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된다면 어찌하겠습니까?”
主人曰 此必無之理也라 凡民之離鄕去族하여 轉徙不定者는 皆出於憫迫不得已也라 彼雖巧詐라도 若有產業可以資生이면 則孰肯自取流離之苦哉아 若無一族切鄰之患하고 只應其一身之役이면 則民之安生樂業하여 如脫水火矣니 豈有一切避役之理乎아
주인이, “이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릇 백성이 고향과 친척을 버리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은 모두 절박한 사정 때문에 부득이해서 생기는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교활하더라도 만일 생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가 있다면 어찌 스스로 흩어져 떠돌아다니는 고생을 택하겠는가? 일족절린의 우환이 없고 자신의 병역만 응할 수 있다면 백성들은 다시 생업을 즐기어 마치 물과 불에서 벗어난 것 같이 여길 것이니 어찌 모두 군역을 기피할 이유가 있겠는가?
此法旣革이면 則當令郡邑하여 漸刷閑丁하여 以充闕額하고 悉破旅外하여 以補正軍하고 至於新設之衛하여는 非大典所載者及寄名於閒役之籍하여 無益公家者는 皆刷出充軍하고 使兵省之官으로 摠掌其事하여 必得實數면 則雖不別設軍籍之局이라도 而軍籍已了矣라
이와 같은 폐해 있는 법이 개혁된다면 고을에 명령을 내려 점차로 국역을 지지 않는 장정을 색출하여 모자라는 군원(軍員)을 충당하고, 입대하지 않고 있는 정병(正兵)을 모두 없애 정규군을 보충하고, 신설한 위소(衛所)에 대해서는 《경국대전(經國大典)》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자나 한역(閒役)의 적(籍)에 이름이 들어 있어 관가에 무익한 자는 모두 색출하여 군역에 충당하고, 병사를 관리하는 관서로 하여금 사무를 총괄하게 하여 실수(實數)를 알게 하면, 군적(軍籍)을 담당하는 관서를 새로 설치하지 않아도 군적은 이미 완료가 될 것이다.
夫然後에 更搜閑丁하여 隨得隨補하고 每於歲抄에 令郡邑上軍簿于兵曹하고 上隷籍于該司하여 只錄實數하고 悉刊虛名이라 如有善得閑丁하여 增十戶以上者는 論賞하고 新有絶戶하여 縮其額數하여 減五戶以上者는 論罪하여 或罷或降職하고 甚者重治하고 增減相當者는 勿問하고
그런 뒤에 다시 국역에 종사하지 않은 장정을 찾아내어 발견되는 대로 보충을 하고 연초마다 고을에서 군적을 병조(兵曹)에 올리게 하고, 해당 관서에 예적(隷籍)을 올리게 하여 실수(實數)만을 기록하도록 하고 허위 명단은 모두 없애 버려야 한다. 만일 국역에 나가지 않는 장정을 잘 찾아내어 10호 이상을 증가한 자에게는 상을 주고, 새로 도망하는 집이 생겨 액수를 5호 이상 감소된 자에게는 죄를 주되 파면을 하거나 강등을 시키고, 심한 자는 무겁게 다스리고 증감(增減)이 같은 자는 불문에 부쳐야 할 것이고,
爲政三年에 戶口不增者는 亦論罪하고 又使御史로 微服周行郡邑하며 咨民疾苦하여 以察守令之賢否하여 若有私侵一族切鄰如舊者와 或僞增戶口하여 以圖褒賞者는 輒按以姦贓之律이라 誠能行此면 則守令畏法하여 盡心懷保하리니 不出十年하여 民生可給하고 軍額可充矣라
3년간이나 고을을 다스렸으나 호구의 증가가 없는 자 또한 죄를 논하고, 어사(御史)로 하여금 변복을 하고 고을에 돌아다녀 민생의 고통을 물어 수령(守令)의 현부를 살피도록 하여 만약 전과 같이 일족절린을 부담시키거나 호구를 거짓으로 증가시켜서 포상(褒賞)을 도모한 자가 있다면 간계로 사복을 채운 자의 율로써 다스려야 할 것이다. 참으로 이와 같이 한다면 수령이 법을 두려워 하여 마음을 다해 백성을 보호할 것이니 10년이 못 가서 민생은 넉넉해지고 군액도 충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