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애매하네, 어쩌지?” – 금주일지 142일(2023.2.2.)
“품질자치 주민자치 시민들“
내가 공동대표로 봉사하고 있는 시민운동 단체이다. 줄여서 ’품자주자”라 이름 부르고 있다. 모임의 줄임 명칭도 내가 지은 이름이기에 애정이 각별하다. 지방자치의 시대에 주민이 주체적으로 주인 노릇을 품격있게 해 보자는 취지에 공감하여 참여하고 있다.
3년여를 함께 활동하며 여러 가지 사업과 활동을 도모해 오는 중에 라오스의 친환경적인 생태계와 느림의 미학 등을 탐방해 보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마침 회원 중에 아들이 라오스에서 변호사 인턴을 하고 있는 분이 있어 더욱 부채질이 되었다.
준비 과정을 거쳐 16명이 동행하기로 확정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곡절이 있긴 했지만.
탐방을 준비하는 도중에 여담처럼 나의 금주 문제가 대두되었다.
해외에서 금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대표이기에 더욱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간에 교분을 쌓아온 지인들이 제기한 문제들이다.
‘아니 난 이계양 대표랑 술 한 잔 할 기대감으로 참여했는데 이계양 대표가 술을 안 먹는다면 뭔 재미로 같이 가것소? 나 안 갈라요.’부터 시작하여
‘금주 약속은 누구랑 무엇 때문에 했는지 모르지만 ’품자주자‘에서 한 약속은 아니니 이 모임에서는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 맞지 않나요?’
‘금주는 국내에서 하기로 한 것 아니요? 해외에서는 음주해야지요.’
‘국내도 아니고 또 해외에 가면 누구 보는 사람도 없으니 같이 한 잔 해야지요.’
등등 나의 금주에 대한 나름대로의 갑론을박들이 난무하였다.
사실 나 자신도 입장이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명색이 모임의 대표 중 한 사람으로서 회원들과 친교하고 친목을 도모하고자 하면 술 마시는 사람들과는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술을 마셔왔던 그것도 매우 즐겨 마셔왔던 터요, 술을 사이에 두고 교제해 오던 사람들도 있는지라 나의 금주 문제는 관심사가 된 것이리라.
여러 입장과 상황을 고려할 때 ‘그래, 예외로 하고 술을 마실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니, 그래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무엇보다도 내가 아는데 어떻게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젓기도 하다가.
‘어쩌지?’
이제 모레 출국할 터인데 미리 입장을 정해야 한다.
모임의 대표로서, 구성원 중의 한 사람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개인 그것도 성실한 한 사람으로서, 가정과 가족의 일원이자 중심으로서, 나아가 하하의 구성원이자 여러 단체의 지도자로서 등등. 거추장스러울 만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것들이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
‘나’를 중심으로 하면 그냥 ‘금주!’를 밀고 나가면 된다.
그런데 ‘우리’와 ‘관계’를 생각하면 ‘금주만이 최선인가?’ 하는 생각에 망설여지게 된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가 자명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란 요상해서 쉽게 정리하기가 망설여진다. 이것도 아직 술에 대한 미련인가, 술에 대한 집착인가, 술의 유혹인가.
어쨌든 라오스 탐방을 앞두고 심각할 정도는 아니나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문제다.
금주 약속을 지켜갈 것인가 잠시 내려놓고 쉬어갈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참 애매하네, 어쩌지?”
첫댓글 품자주자의 대표로서 친목의 매개인 술을 함께하지 못하셨으니 얼마나 상심됐을까요.
아니 금주 선포가 어쩌면 허물어졌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지켜내셨을줄로 생각됩니다.
이젠 포기를 기다리는게 아니고 금주를 마감하는 날을 기다리고있답니다.
거, 참, 금주가 여러 군데서 자꾸 걸리적거리는구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밀고 나가실 거라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으리라는, 답정금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