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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아파트에 살며 부딪치고 헤쳐 나가며 세상에 스며드는 장애인들의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 표지에 간략하게 기록된 이 글이 책의 내용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장애인 관련 시설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이 살아가기에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부딪치고 헤쳐 나가며 세상에 스며드는’ 각고의 노력들이 요구된다고 여겨진다. 이 책에서는 장애인 시설의 정원 축소 정책으로 인해 시설을 떠날 수밖에 없어, 장애인들이 새로운 거주 공간인 아파트에 정착하여 살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장애인들만 생활하던 시설을 벗어나, 비장애인들이 살던 아파트에 새로운 삶의 공간을 만들고 서로 어울려 지내게 된 것이다.
전남 여수의 장애인 거주 시설인 동백원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는 저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보고 느꼈던 점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최적화된 거주 시설인 동백원과 달리, 기반 시설이 부족한 아파트에서의 생활은 그들에게 새로운 적응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아, 입주 당시부터 다른 이들의 반대와 못마땅한 시선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를 제외한 30여명의 장애인이 생활한 공간으로 아파트 8채를 구하고, 한 채당 4명의 인원이 복지사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장애인들의 사회적응의 일환이기도 하기에 아파트의 거주 공간은 여러 동으로 분산되어 있으며, 이 책에는 저자들의 소개에 동의한 21명의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목발을 집거나 휠체어를 타는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할 수도 있어 1층을 구하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아 숙소는 다양한 층에 배치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비록 지어진 지 20년이 다 된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어 바다가 보이는 곳도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기도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장애인들이 익숙했던 거주 시설을 떠나 새로운 삶의 공간을 꾸며가는 삶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의 성격을 ‘외딴 섬처럼 살아가는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가 있어도 조금 불편해도 비장애인의 삶과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자 하는 도전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아파트를 구해서 장애인들의 거주 시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부딪치다’라는 제목의 1장을 통해서 소개하였으며, 2장의 ‘헤쳐 나가다’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점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스며들다’라는 제목의 3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아주 사소한 부분조차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장애물로 여겨질 수 있기에, 비장애인들 역시 그들의 입장을 헤아려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적응의 시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필요하다’라는 표지의 구절에 공감할 수 있었다.
최근 장애인 거주 시설의 화두로 ‘탈시설’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고 하는데, 장애인들의 사회 적응을 위해서 비장애인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을 권장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중증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여전히 장애인 전문 시설이 필요할 수 있기에, 저자들은 ‘탈시설’이 만능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곧 ‘장애의 특성이나 장애 정도를 고려해’ 장애인들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지속적으로 마련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우리 사회의 장애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장애인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도 장애인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한 생각과 행동이 우리 사회에 보편적인 인식으로 정착하게 된다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의 모습이며, 그것이 바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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