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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니멀라이프와 관련된 책들을 연이어 보게 되었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줄리고, 최소한의 물건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미니멀라이프의 원칙일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면서 돈과 물욕에 대한 욕심을 줄인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선택 혹은 철학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를 비롯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이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는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라는 부제가 달려 있고, 저자는 물건을 쌓아두고 살던 자신의 생활에서 물건을 하나씩 버리면서 찾아오는 변화들과 그 의미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로서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서 그러한 방식으로 사는가 하는 점이 아닐까? 저자는 물건을 하나씩 줄여가면서 행복을 느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을 곰곰히 따져보았다. 우선 1인 생활자로서 일본의 만만치 않은 생활비를 들 수 있으며, 아울러 세계 최고의 수준의 일본 부동산 가격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저자가 선택한 것은 물건을 줄이는 것이었고, 줄이는 물건 대신에 그것을 대치할만한 디지털 기기로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가고 있음을 책의 내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즉 물건을 줄이더라도 자신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수단을 찾았기 때문에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물건을 비우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상쇄할만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때만이 그 방식을 좇을 수 있다는 의미라 하겠다.
원래 인생이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라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소유하고 또 새로운 것에 대한 욕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남들이 가진 좋은 것을 나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지금보다 더 좋은 여건에서 살고 싶은 욕망도 포기하기 힘들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네 삶에서 자연스러운 욕구이기에,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대단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누구나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라는 제목의 1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물건을 하나씩 버리면서 미니멀리스트로 살게 된 경험을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자는 과거에 당장 쓸데가 없더라도 언젠간 쓸 것이라는 생각에서 계획없이 물건을 구입하고 쌓아두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서 ‘물건을 왜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가?’라는 2장을 통해서, 반성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55’라는 제목의 3장이라고 하겠다. 모두 55개의 항목에서 비우기 위해 준비하기 위한 마음자세부터 실천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조언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 버리고 싶은 이들을 위한 15가지 방법’이라는 내용도 덧붙이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오랜 기간에 걸쳐 힘겨운 노력 끝에 찾아온 결과라고 이해된다. 따라서 이 책의 독자들도 비움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생활습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4장에서는 ‘물건을 줄인 후 찾아온 12가지 변화’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의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에서는,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것의 즐거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불필요한 물건을 쌓아두는 것에는 나도 찬성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건을 비우고 줄이기 전에,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래야하나 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즉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에게는 과도한 집세와 쓰지도 않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맹목적으로 쌓아두었던 과거의 생활습관이 전제되어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미니멀리스트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독자들은 이런 고민을 통해서 물건을 비우거나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면, 우선 한 품목을 정해서 가능한 지를 따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여겨진다.
물건을 비우거나 줄이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오히려 더큰 상실감을 안겨준다면,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삶의 철학을 먼저 정립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맥시멀리스트로서의 삶을 바라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나만의 방식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결코 미니멀리스트로는 살지 못할 것이다. 적당히 소유하면서 즐거움을 누리는 것 자체에서 행복을 찾기를 원하기 때문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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