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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년 동안 소년원에서 그곳에 있는 '소년'들에게 국어 수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이 책을 저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청소년의 일탈과 범죄가 기사거리가 되면서, 소년원은 청소년 범죄자들이 가는 곳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기사들에는 그들을 격리 대상으로만 여기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기에, 저자는 자신이 실제 만났던 '소년'들의 상황이 단일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언젠가 다시 사회로 돌아와서 살아가야할 존재들이다. 저자의 국어 수업은 바로 그 때를 위해서 '소년'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논어>의 구절 가운데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단어가 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은 서로 도움이 된다'라는 뜻이다. 나 역시 지금도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늘 가르치면서 학생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바뀌면 나의 교수법도 그에 맞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저자가 1년 동안 소년원에서 그들을 가르치면서 깨우침 점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은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그들과 함께 했던 저자의 수업 기록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소년원에서 1주일에 한번, 2시간 씩의 국어수업을 통해서 소년들을 만났다. 처음 약 두 달 정도 수업을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어색했던 분위기가 서로의 공감이 이뤄지면서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아마도 소년들도 저자가 형식적인 아닌, 진정성이 있는 태도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수업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날 때 상대방의 태도에서 그 진정성이 충분히 드러나게 된다. 수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대하는 자세가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소년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자주 바뀌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소년원에서 국어수업을 하면서, 가족이 아니어도 면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토요일을 택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불러 면회를 했다고 한다. 짜장면 한 그릇에 너무도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자는 이들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정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아마 저자가 소년원에서 국어수업을 하기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게다. 어떤 일이든 내가 인식하기 전에는 관심이 생길 수가 없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로 수업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소년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하고 있다. 선입견을 거두고 있는 그대로 본다면, 분명 잘못을 해서 그곳에 있지만 그들은 그저 '소년' 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의미일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1년 남짓 소년원에서 국어수업을 진행하면서, '소년'들과의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내용이다. '소년원'은 교도소와 같이 사회에서 범죄를 저질른 사람을 제한된 공간에 수용하는 곳이며,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소년'들로 그곳을 채우게 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소년원'과 '범죄'를 밀접하게 연결시키면서, 그들을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는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으나, 1주일에 하루 방문하고, 한 번에 2시간씩의 수업을 하면서 그들의 개별적인 상황을 접하게 된다. 비록 '범죄'를 저질러 그곳에 수용되었지만, 누구보다 그곳을 벗어나려고 하는 마음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책을 읽고 작가와의 만남을 거듭하면서, 그들이 여느 청소년들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하거나 출소를 하면 헤어지는 것이 어쩌면 '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이 공부를 했던 '소년'들이 자주 바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교사로서는 아쉽다고 느끼기도 한다. 저자의 이런 경험을 통해서 그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서 저자는 ‘소년’들과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업을 끝마치게 되었다고 한다. 수업에 참여했던 ‘소년’들은 대부분 그곳에서의 모든 경험을 지워버리고 싶다고 했다지만, 그들의 마음에 다가갔던 저자의 수업 내용으로 인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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